좋은 책을 읽고/음악, 미술

어떤 여자 (안느 델베 作)

나무^^ 2015. 12. 18. 21:59

 

안느 델베  지음 성옥연 옮김  도서출판 예하

 

우리집 앞 '관악산 둘레길2'을 오르다보면 삼성산 성지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소나무 쉼터가 나온다. 그곳에는 새집만한 도서장이 하나 있어 열어보았더니 낡고 바랜 책들 중에 이 책이 있었다.

조각가 '로댕'의 연인으로 알려진 '까미유 클로렐'(Camille Claudel. 1864~1943)의 전기라고 할만한 책 (1989년 출판)이었다.

그녀를 소재로 한 영화를 두 편(이자벨 아자니주연 ,줄리엣 비노쉬 주연) 보았기에 관심 있어 읽어보았다.  1988년 '이자벨 이자니' 주연의 '까미유 클로렐'은 젊은 그녀가 조각가로 활동하며 로댕을 사랑했던 시기이고, 2013년 '줄리엣 비노쉬'주연의 '까미유 클로렐'은 정신병원에서 보내던 시기의 후반기 그녀를 다룬 내용이었다.

 

그녀의 얼굴에서 고상한 품위와 함께 순수한 열정, 신비스럽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느낄 수 있다. 조각가 로댕 못지않은 예술성과 능력을 지녔던 그녀가 그의 수하로 들어가 작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그녀의 삶은 행복한 만큼이나 불행했다. 그의 아내가 아닌, 연인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그녀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로댕에게서 독립하여 처절하리 고군분투한다. 로댕은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고 마치 어머니처럼 그를 맹목적으로 바라보는'로즈 뫼레'와 오랫동안 동거한다.  까미유는 로즈처럼 그를 무조건 신봉하며 곁에 있을 수는 없는, 더구나 사랑을 나눠 가질 수는 없는, 남자에게 속한 여자가 아닌 독립적인 인격을 지닌 여자였다. 남자에게 의존해서 살아가는 것을 당연시했던 그 시대에는 그 자체가 비극이었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시달리며 열악한 환경속에 방치된 채로 살다 가족의 결정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옮겨진다.

                          

로댕은 연인으로서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그녀와 결혼할 수는 없었다. 사회적 욕망이 강한 그는 누구에게도 매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로즈처럼 헌신적인 여자를 곁에 둘 뿐이었다. 까미유는 그와 동거한 기간 아이를 임신하자 낳으려고 했지만 자연유산된다. 그때 그녀 곁에 로댕은 없었다.

그녀의 심신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상처를 받고 조각가로 홀로서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경제적인 난국에 놓여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그녀의 자존심은 사랑하는 로댕의 도움마저 거절한다. 이기적인 로댕은 그래도 그녀 모르게 그녀를 돕기도 했다.

30 여년을 정신병원에서 지긋지긋한 삶을 살아야 했던 그녀의 불행한 삶을 보여주는 듯 이 책은 단락마다 '정신병원에서 온 편지'를 실어놓았다.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그녀의 증상은 그리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그곳에서의 삶은 그녀를 더욱 견딜 수 없는 비참함으로 전달한다.                  

 

세기의 조각가 로댕은 로즈가 죽음에 임박해서야 주위의 권에 따라 로즈와 결혼한다. 평생 어머니처럼 그를 돌보고 기다리며 인내한 보상이었다.(로댕 신의 손을 지닌 인간 : 시공사) 그가 예술가로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까미유뿐만 아니라 절대적으로 그를 돌보아 줄 여자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대등한 예술가로서의 까미유는 영감의 대상이자 사랑이었지만 그를 구속할 수 없었다. 원래 남자란 대부분 펵 이기적인 존재이다.

 

 이 책은 문학적으로나 내용면에 있어서나 썩 만족스럽지는 않은 책이다. 사실감이 부족한 문장들이 많고 작가가 표현한 환상적인 장면들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래도 '까미유 클로렐'이라는 한 조각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녀의 훌륭한 여러 작품을 사진으로 볼 수 있었다.

로댕이 그녀를 좀 더 사랑하고 돌보아 주었다면 그녀의 삶이 그렇게나 불행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천재적인 한 예술가가 시대를 잘못 만나, 또 한 사내를 사랑한 나머지 30 여년을 정신병원에서 피폐한 삶을 살다 떠났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그녀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그녀의 진가를 재매김한다고 한다.  그녀가 사랑했던 동생 '폴'에게 보낸 편지 중 한 부분을 소개한다. 얼마나 절절한 아름다운 문장들인지...

 

이제 나는 몸을 빼려 한다 
사랑으로부터, 세상의 비웃음으로부터 
사랑하는 폴, 일찌기 너를 따라 중국으로 가고 싶었지만 
내겐 건너지지 않는 바다 하나 너무 깊었다 

이제 혼자서 노를 저을 수 있겠다 
로댕이란 바다를 건널 수 있겠다 
폴, 나를 재촉하는 인어의 금빛 풀루트 소리 들리는가 
저 황홀한 빛, 

 

꿈 하나를 깨는 데 일생이 걸렸구나 
지지 않는 햇살 같은 바다의 쪽빛 명성을 위해서 
나는 죽어서도 더 불행해야 한다 
'로즈는 내 삶의 터전이오 그..녀..를..외..면..할.. 수..는..' 
로댕의 목소리는 나를 할퀴며 자라는 겁없는 손톱이었다 
                                                 

밤마다 깨어지며 덮치는 조각상들, 초인종은 울리지 않고 
작업실 거미들은 탄성좋은 타액으로 나를 엮었다 
그의 등을 향한 날들의 혼미한 정신 
찢긴 팔다리 타고 올라 나의 뇌수를 뽑아내던 잔혹한 그리움의 대롱 
맨발의 거리를 헤매도 바다는 끝내 내 발바닥 적셔주지 않았다 
아, 일몰에 젖은 사람들의 눈빛이 나를 찢어발기고 
구름처럼 바람처럼 폴 네가 맞은편에 서 있기도 했던가 

배에 올라야 할 시간이다, 사랑하는 폴

파도 위 바람처럼 가벼워지는구나 
너무 무거웠던 짐, 때가 되면 스스로 떠나지는 것을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다른 사랑, 이제서야 
고모는 몽드베르그 정신병원에 있었다 라고 말 할 조카들의 병아리 같은 입 
훗날이 미안할 뿐이다 
                                                                                        - 까미유 끌로델 -

 

 

까미유를 모델로 만든 '다니이드' (1889. 대리석)   로댕

 

            

 

1899. 화롯가에서의 꿈    까미유

     

 

로댕작업실에서 '사쿤탈라'를 작업하는 까미유


프랑스 예술가 살롱전에 나온, 힌두교 전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사쿤탈라(Sakuntala)> 마술에 걸려 눈이 멀고 말 못하는 사쿤탈라가 남편과 재회하는 모습의 대리석 작품.   이 작품은 최고상의 영예를 얻는다.                              

 

클로토 (1893. 석고.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세여신중 탄생을 맡은 여신)

 

 

 

 파도 (1897. 옥), (1897.옥과 청동)  까미유




 

 

이야기하는 여자들 (1897. 옥과 청동) 까미유

 

 

깊은 생각   까미유

 

 

 하프와 비올라, 플룻을 위한 소나타  까미유

 

 

 

왈츠 (1905. 까미유. 음악가 드뷔시가 죽을 때까지 소장한 작품)

 

 

애원   까미유


 

이자벨 아자니 주연의 영화 포스터

 

      

 

 

왈츠  왈츠 (1905. 청동. 음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