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A.I. 솔제니친 (1918~2008)
오래 전에 사놓은 '현대의 세계문학'전집에서 읽지 않았던 이 책을 이제야 읽었다.
진밤색표지에 금박글씨로 세련되게 디자인 한 문학전집(32권)을 사놓고 흐믓해 했던 기억이 난다.
1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중간 좀 지나서부터는 몇 권을 먼저 빼읽고, 다 읽지 못한 전집이었다.
글씨가 작고 시력도 떨어져 돋보기를 쓰고 읽었는데, 진작에 읽지 않은 것이 아쉬울 만큼 좋았다.
그 당시 몹시 분주해서,'암병동'이라는 제목이 풍기는 음울함 때문에 나중에 읽어야지 미루었던 것 같다.
A.I.솔제니친이 1967년 발표한 작품으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1984년에 범한출판사에서 발행했다.
시대배경은 러시아로 스탈린의 죽음, 베리야의 처형, 말렌코프의 해임을 거쳐 해빙기로 변화하는 1955년이다.
산업관리국에 근무하던 관리 루사노프가 악성종양으로 중앙아시아의 타슈켄트 암병동에 입원하는장면으로
소설이 시작된다. 절망적인 암병동에 수용된 다양한 많은 환자들,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 '돈초바'와
'간가르트', 간호사 '조야' 등이 주요인물이다.
비오는 날 라게리 수용소에서 돌아온 코스토글로토프(올례그)가 다 죽게 되어 입원한다.
젊은 청년 지식인인 그는 자신이 납득할 수 없는 치료를 피하려고 애쓰면서 간호사 조야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그는 예전에 추방생활을 했던,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땅 '우시 테레크'로 돌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또 한편 여의사 간가르트를 사모하며 동경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슴 짠한 감동을 느낀 부분이 여러군데 있었다.
사실적인 문체의 수려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작가의 따뜻한 인간애가 곳곳에 인상적인 아름다운 소설이다.
가슴을 절단해야하는 소녀와 그녀에게 위안이 되주고 싶은 암환자 소년을 그린 장면은 가슴 뭉클하다.
인간의 품위를 지키며 간가르트와 조야에게 편지를 쓰는 올례그, 그는 마지막까지 삶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의 희망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듯 아름답기까지 하다.
작가는 실제로 암에 걸려 암병동에 입원했던 경험이 있으며,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써보냈던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고발 당해 8년형을 받고 수용소에도 갔다. 그 경험들이 모두 글의 소재로 그려진 것이다.
이 소설은 소비에트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대립되는 암환자 두 사람은 소련사회의 환부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오랫동안 유형지에서의 고통을 경험하고 도덕적으로 건전한 사회를 꿈꾸는 코스토글로토프는 약자이다.
밀고와 숙청을 필요악으로 여기며 입신출세의 길을 걸은 당 관료인 루사노프는 특권층으로 거드름을 부린다.
올레그가 암병동에서 퇴원해 우시테레크로 돌아가기 전 걸으면서 느끼는 생명의 환희 중 일부이다
'물론 한꺼번에가 아니라 조금씩이다. 개가 안전한 한쪽 구석으로 물고 가서 자기몫을 먹어치우듯
올레그는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먹으면서 생각했다.
인간의 욕망이란 정말 쉽사리 쏠리는구나. 일단 쏠린 욕망을 충족시키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
흑빵 한 조각이 이세상 최고의 선물이었던 시기가 몇해 계속되었던가!
방금 흑빵을 살 생각이었는데 파란 연기에 이끌려서 가까스로 한 개의 꼬치를 얻어 먹게 되자 그 순간에
흑빵을 경멸하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아직도 많은 기쁨이 올레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봄까지 올레그는 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지금 바로 그 봄의 태양이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는 올레그의 인생복귀를 기뻐할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애당초 올레그를 알고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으나 태양만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레그는 태양을 향해 미소를 던졌다.
어쩌면 내년 봄은 다시 찾아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것이 마지막 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 자체가 거저 얻은 봄인 것이다!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
그 사람들 곁으로 돌아간 것이 여간 기쁘지 않다! 거리의 모든 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거리의 모든 것이 여간 즐겁지 않다! 새로 태어난 이 세계에 재미없는 것, 불쾌한 것, 추악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인생의 긴 세월도 바로 오늘, 이 최고의 하루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 우리는 하루하루를 이러한 환희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잠시후에 찾아드는 죽음을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이다...'
삶의 권태나 불만족에 시달린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
내가 아프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적이며 환희인지 느낄 것이다.ㅎ
그를 일약 유명인으로 만든 처녀작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와 그외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고 A.I. 솔제니친을 러시아 작가 중 도스또엡스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가로 생각하게 되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동현 옮김 문예출판사
다른 볼일로 교보문고에 갔다가 눈에 띄어 얼른 구입해서 읽었다.
참으로 암울한 소재를 담담하니, 아니 유모스럽기까지 한, 이토록 재미있는 소설로 묘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놀랍다.
어릴적 작가를 꿈꾸었던 나는 작가는 되지 못하였지만 좋은 작품을 읽고 즐길 줄 아는 행복한 독자가 되었다.
이 작품은 1962 년 구소련 자유파 문예지 '노비미르(신세계)'에 발표한 작품으로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자국의 계속되는 온갖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거듭되는 저항소설을 발표함으로 인권의 소중함을 고발하였다.
'스탈린에 대한 불손한 언사'(작가 자신의 표현)로 8 년형을 언도받고 강제노동 수용소에서 징역을 살고, 형기 만료후에도
돌아오지 못하고 계속 억류생활을 하였다. 그후 '반스탈린 운동'의 혜택으로 석방되고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11년 동안이나 고초를 겪고 수용소생활에 추방까지 당했지만 그는 다른 나라로 망명하지 않고 끝내 고국에서
고난을 함께 한 진정한 저항작가였으며 그가 겪은 비참했던 경험들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훌륭한 인간이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는 한 마디로 말해서, 현대 러시아의 비극이며 공산주의 소련의 치부인 강제노동 수용소
생활을 배경으로 한 인간 존중의 절규라고 할 수 있다... 여기 묘사되고 잇는 스탈린 시대 수용소의 현실은 눈뜨고는
차마 볼 수 없을 만큼 비참한 것이다. 그러나 작가 솔제니친은 이 가공할 현실을 묘사하는데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때로는 가벼운 유머까지 섞어가며 담담한 필치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옮긴이 해설 중)
이 훌륭한 작가는 말한다.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길은 오직 하나, 소설이 있을 뿐이다.' 라고.
그는 작품을 통해서 자신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을 결코 힘주어 말하지 않고 써내려간다. 그러나 그 사실들이
더욱 더 확실하게 독자들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는 감동으로 남는다.
인간들이 살아가는 곳은 그 어디에서나 욕망과 불합리한 모순, 상실감, 그리고 연약하지만 품어야만
살 수 있는 조각난 희망들이 난무한다. 예나 지금이나...
안간힘으로 생존을 위해서, 인간다움을 위해서 버티고 살아내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 무궁한 존재의 생명력을
확연하게 드러내 표현하는 그의 작품들은 아무리 비참한 상황에서도 인간적이고 따스하여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의 또 다른 작품들 '연옥 1번지', '수용소 군도','졸참나무와 송아지','치명적 위험' 등을 더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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