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이 좋은 가을에...

나무^^ 2016. 11. 2. 20:41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금새 옷깃을 여미게 하는 날씨가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알록달록 어여쁜 과일이 풍성하게 쌓여 손님을 기다리는 과일가게 앞을 지나는 길,

                          곱게물든 나뭇잎들을 바라보며 걷는 둘레길하며 발길 닿는 곳 어디나 가을향기가 짙다. 

 

                          문화잔치가 많은 때인지라 나역시 몇군데 공연을 보러 가게 되었다. 

                          가곡을 부르면서 인연을 맺게된 작곡가 '김현옥'님과 '한국예술가곡연주회 100회 기념음악회'를 보았다.

                          그날 처음 본 김현옥님은 사진에서 본 중년의 이미지와는 좀 달랐다. 옅은 베이지 색 바바리 코트를 입은

                          그녀는 늘씬한 키에 마치 아가씨 같은 외모였다. 부드러운 말씨, 겸손한 성품은 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같은 친숙함을 느끼며 공연을 감상하고 공연주최측이 제공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였다.

                          님이 초대권과 식권을 함께 챙겨오셔서 대접을 받은 터라 무척 고마웠다. 사실은 내가 저녁을 대접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게 선물로 주신, 감동깊은 노래 선물인 CD에 대한 답례를 하려고 했었다.

                          그 음악회는 여러 작곡가분들과 가곡 애호가들이 모여서 그야말로 잔치를 하는 시간이였다.

                          비교적 연세가 많은, 잘하신다는 아마추어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르는 자리였다.

                          모두 잘 하셨지만 양성우 시 한지영 곡 '혼자 떠나는 새'를 부른 '박광태' 님의 노래가 감동적이었다.  

                          님은 여러 가지 바쁜일이 많다며 주말인데도 서울집에 가지 못하고 강원대학이 있는 춘천으로 가셨다.

                          고속버스길이 밀리는 바람에 약속시간이 늦어 애를 태우고, 또 늦은 밤 사람 많은 전철에 시달리며 

                          밤길을 가시는 선생님이 애잔하게 느껴져 아쉬웠지만 배웅하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서야 했다.

 

                          아침부터 분주했던 나역시 다른 날보다 많이 힘든 날이었는데 님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인지,

                          주말이라 더 사람들이 많은 복잡한 밤길이 그리 피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음날, 내가 좋다고 한 노래들의 악보도 보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님의 노래 중 '봄밤'이라는 노래는 가수 '김현주'님이 불렀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 연습해보려고 한다. 

                          가곡반에서는 님의 노래 중 '바람이 불어요'에 이어 '청산'이라는 노래를 배우고 있다.    

                          노래에 대한 내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멋진 좋은 분을 만나게 되어 참으로 감사하다.

 

                          또 동작문화원에서 주최한 '인문학 말하고 보고 노래하다'를 가곡반 지인과 함께 관람했다.

                          시인 '정호승'님 강연과 음악극 윤동주 시노래극 '별을 스치는 바람'(가수겸 작곡가 김현성, 배우 김진휘,

                          테너 백종석, 레 밴드 건반 조진현)을 보았는데 내용이 모두 좋아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를 통해서 알던 정호승님을 처음 보았는데 마치 젊은이처럼 반듯하고 건강함을 느낄 수있었다.

                          당신의 시를 예로 들면서 하시는 말씀 중 사랑은 '용서'라는 내용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는 서로 용서해주어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수없이 느끼며 사는 인생이다.

 

                          대중가요 '이등병의 편지'로 유명한 김현성씨의 음악극도 낭독과 내용, 노래 모두 수준급이었다.

                          동작구 구청장님이 젊은 분이여서인지 문화원에서 이런 문화행사를 주관하셔서 바람직하게 느껴졌다. 

 

                          11월 12일 토요일에는 가곡반 선생님이 지휘하시는 '익투스 남성합창단'이 KBS홀에서 'MESSA DI GLORIA'

                         (G.Puccini)를 연주하신다. 제 16회 정기연주회라는데 여러 직장에 다니는 단원들은 주1회 새벽 6시마다 모여

                          연습을 한다고 한다. 정말 성실한 선생님처럼 회원님들도 성실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모양이다.    

                          나를 포함해 가곡반 회원들이 많이 가서 수고하신 선생님의 역량을 축하해드릴 것이다. 

 

                          그리고 바로 월요일 오후에는 가곡반 수업이 끝나고 문화원 대강당에서 우리들의 발표회가 있을 예정이다.

                          무대에 서서 마치 성악가인양 성심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경험은 참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준다. 

                          나는 박영우 시 김현옥 작곡의 '겨울바다로'를 부르려고 연습을 오래 해왔지만 아직도 고음에서 많이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는 재미와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하는 즐거움에 빠져 삶이 행복함을 느낀다.

 

                          그러나 한편, 이 좋은 가을에 정국이 벌집을 쑤셔놓은 양 분노와 혼란에 빠져있어 마음이 아프다.

                          비단 연약한 대통령만의 잘못이겠는가. 그녀가 처한 불행한 상황과 역사적 흐름, 그녀를 보필한 많은 정치가들의

                          안일함이나 무책임함, 몇몇 어리석은 사람들의 인간적 양심을 버리고 권력을 이용한 잘못된 부의 축적 등등...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고 관련된 그들은 대통령을 비롯하여 모두 물러나야 옳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게 하고 국민의 세금인 월급을 받으며 그 자리에 버티고 있을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기에 급급하지 말고 힘을 모아 어서 혼란에 빠진 나라살림을 정상화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사회적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들이며 한 배를 탄 민족이다.

                          북한과 대치를 하고 있는 암울한 상태의 휴전국가인 대한민국의 불안한 미래가 진정 염려스럽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루며 이 자리까지 왔는지 우리들의 역사를 되새겨보아야 할 때이다.

                          시대가 변하였는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의 특권의식은 왕조시대를 면치 못하는 듯 하다.

 

                          왜 정치가는 정년이 없는가?

                          이제는 뒤에서 왕성하게 일할 젊은 힘들을 받쳐줘야 하는 지혜로운 노년들이 앞 다투어 권력을 잡겠다고

                          아우성인 모습은 추하다. 어떤 직장에서도 물러나야 하는 나이에 거대한 나라살림을 책임진다는 것은 무리이다.

                          수많은 혁신이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많은 희생을 치루며 서서히 변해가는 것이므로 오늘 이 사태가

                          그 과정에 포함된 일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독한 몸살이 좀 더 강인한 국력으로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시국이 하루빨리 안정되길 간절히 빈다. 이제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부정부패가 제발 사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