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미술, 사진, 건축 외

고야의 유령 : (화가)

나무^^ 2017. 9. 9. 13:30

 

 

감독  밀로스 포만

제작  스페인. 2008년 (118분)

출연​  하비에르 바르뎀, 나타리 포트만, 스텔란 스카르스고르드외 다수                 

 

고야의 그림들을 감상하는 재미와 함께 그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미술사적 가치가 있는 영화이다.

중세시대인 18세기 마드리드 카돌릭교회 종교재판소의 부패한 실상을 궁중화가였던 고야의 시각에서 바라보았다. 동판화 제작과정,그림의 값을 매기는 과정 등을  보여주어 흥미롭다. 스페인 화가인 고야의 작품집 '카프리초스'의 부제에는 이런 문귀가 적혀있다고 한다. (위키백과)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깨어난다.' 이성을 외면한 종교재판소의 광기를 집약하는 문장이다. 종교란 무조건의 믿음을 전제로 하기에 마치 마약처럼 이성을 마비시키는 강한 중독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고야의 판화집 '카프리초스'에 실린, 사제들을 괴물처럼 형상화한 기괴한 그림들이 사람들에게 팔리고 있었다. 사제들이 고야를 이단으로 고발하자 '로렌조'신부는 그를 훌륭한 예술가라 두둔하며 대신 종교재판을 강화하기로 한다. 그 바람에 고야의 모델이였던 천상의 여인 '아이네스'가 오빠와 음식점에 갔다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 이교도라며 종교재판소에 끌려가 억울한 심문을 당하기에 이른다.

부유한 상인이었던 아버지는 딸을 살리기 위해 고야에게 도움을 청하고 그는 로렌조 사제를 초대하도록 해준다. 막대한 재산을 헌금하고 성당의 재건축을 후원하기로 약속을 하지만 신부는 그녀의 이교도 자백이 유효하다며 거절한다.

지혜로운 아버지는 고문의 의한 자백임을 입증하기 위해 신부를 똑같이 고문하며 스스로 원숭이라고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게 하는 강력한 수단을 강구한다. 협박에 굴복한 망신스러운 신부는 추기경에게 그녀의 석방을 요청한다. 그러나 비열한 추기경은 재물만 챙기고 석방은 거절한다.

양심에 가책을 느꼈는지 로렌조 신부는 지하감옥에 갇힌 아이네스를 만나러 간다. 거의 벌거벗다시피 누워있는 그녀를 안아올리는 그는 욕망에 사로잡혀 그녀를 겁탈한다. 아이네스의 석방 문제로 문서가 공개되자 그는 도망을 치고 15 년 후 프랑스 혁명군에 가담하여 점령자가 되어 돌아온다.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석방되고 폐인이 된 그녀는 가족이 모두 몰살된 것을 알고 고야를 찾아가 감옥에서 낳은 아이를 찾게해 달라고 부탁한다.

고야의 청을 들은 로렌조는 수소문한 끝에 그녀의 아이가 수녀원에 보내진 것을 알고 찾아가지만 아이는 어려서 그곳을 탈출하여 거리의 여자가 되어 떠돌고 있었다. 가정을 꾸려 처자식이 있는 로렌조는 자신의 과거가 탄로날 것이 두려워 아이네스를 정신병원에 감금하고 아이네스를 쏙 빼닮은 딸을 찾아내 미국으로 추방한다. 그러나 딸은 가는 도중 영국군의 습격을 받고 한 장교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 후 영국의 참전으로 프랑스군이 쫓겨가자 종교재판소가 다시 문을 연다. 프랑스군과 함께 도망치다 붙잡친 로렌조는 유죄판결을 받고 처형당한다.  그 광경을 영국군 장교와 아무것 도 모르는 그의 딸이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며 웃음짓는다.

사람들이 떠난 빈거리를 아이레스는 죽은 그의 손을 잡고 수레를 따라가고 고야 역시 그녀의 뒤를 따르는 마지막 장면이 침통하다.

자신의 모델이 되면서 시작된 그녀에 대한 고야의 인간적 책임감을 마지막까지 그렇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참 많은 의미심장한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는 무거운 영화지만 완성도가 높은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체코인 '밀로스 포만' 감독은 '아마데우스',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간 새' 등으로 알려진 유명한 감독이다.                

고야의 그림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당시의 무지와 혼란을 그림을 통해 표현한 용기있는 화가였다. 또한 수십년을 청각장애를 안고 귀머거리로 살았지만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그 당시 부패한 사회상을 고발하였다. 드라마틱한 사건 전개와 결말은 인간 세상의 어리석은 무지와 잔혹함을 여실히 보여준다.

자신의 이성을 밀어놓고 '신'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매달려 추악한 위선을 행하는 나약한 인간심리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이기심에서 비롯된 권력의 횡포, 힘센자들의 비양심적인 폭력, 그에 희생되는 무지한 다수...

어리석은 인간의 삶은 늘 그렇게 형태를 달리하여 되풀이되며 이어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