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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에밀 졸라와 폴 세잔)

나무^^ 2018. 7. 27. 14:15

                         

 

감독   다니엘르 톰슨

제작   프랑스 (2016년. 114분)

출연   기욤 까네, 기욤 갈리엔, 엘리스 폴, 데보라 프랑소와 외 다수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가 '에밀 졸라'와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인상파 대표 화가인 '폴 세잔'의 이야기이다.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은 거의 모두 미장센이다. 이 영화 역시 명화를 보는 듯 즐거움이 컸다.  오래전 에밀 졸라의 소설 '목로주점' ,나나'를 감동깊게 읽었던 생각이 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에밀 졸라라는 작가의 인품을 구체적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특히 나중에 알게 된 '뒤프레스 사건'의 진실을 읽고 그의 의로운 성품을 알게 되었다.

부족함을 모르고 자란 세잔은 거침없는 성격과 강한 개성으로 당대에는 환영받지 못한 화가였다. 그러나 가난하게 자라  빨리 철이 든 졸라는 성공을 하고, 끊임없이 세잔을 격려하며 도움을 준다.

 

중년의 세잔이 이미 성공한 졸라를 찾아오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고딕풍의 서재 등은 어린 시절 누리지 못한 졸라의 빈곤함을 보상하는 듯 보였지만 이미 누려보아 별 것 아니였던 세잔에게는 하찮은 조롱거리였다. 어릴 적 부터 친구였지만 결코 이해하기 힘든 서로 다른 환경이었다. 지나치게 가난했던 졸라는 부유함을 누리고 싶었고, 이미 누려보았던 세잔은 예술을 위해 부유함을 등한시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졸라는 아버지를 잃고 이탈리아에서 남프랑스로 이민을 와 친구들에게 촌뜨기라고 따돌림을 당한다. 그때 세잔이 그의 편을 들어 싸워주며 친구가 된다. 내성적이었던 졸라와 달리 세잔은 거침없이 자유분망한 성격이었다. 따라서 세잔은 부유한 아버지와 타협하지 않아 가난해야 했고, 졸라는 현실과 타협하며 팔리는 책을 써서 성공해야만 했다.

 

이 영화는 두 인간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함께 두 예술가가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워 격렬하게 충돌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들이 나누는 진지한 대화들은 감동적이다. 졸라의 시선으로 본 영화이기에 그의 훌륭한 언어들이 문학적으로 돋보인다.

졸라는 세잔의 모델이자 여인이었던 '가브리엘'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세잔에게 양보해줄 것을 부탁한다. 어떤 여인에게도 매이는 것을 원하지 않는 세잔은 어렵지 않게 친구의 청을 들어준다.

졸라는 친구의 연인중 한 명이였으며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연상의 이 여인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결혼한다. 안정된 생활을 하게된 그들에게 안타깝게도 오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녀는 세잔과 사귈 때 아이를 낳았었지만 버렸다고 한다. 권태기에 접어든 그가 세잔에게서 그 사실은 듣자 적지않은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그의 눈에 젊은 하녀 '잔느'의 아름다운 육체가 들어온다. 고민하는 그에게 세잔은 가감없이 대답한다.

'그녀는 태양이야. 환희를 뿜어내고 있어. 그 환희가 날 절망하게 하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가서 자'

   

세잔이 찾아온 것은 졸라의 소설 <작품> 때문이었다. 그 소설은 화가를 모델로 하고 있으며 어린시절부터 중년에 이르기 까지의 그들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문제는 소설속 화가가 인생의 낙오자로 자살을 하기에 이른다.

그는 주인공 모델이 세잔 자신인 것을 알고는 분노한다. 작품속의 글들은 변명의 여지없이 졸라가 느끼는 세잔의 모습이었다.

그는 빈정거리며 소리친다.

"내 옛친구, 폴, 도와주게! 너의 약점, 불안, 무능함이 필요해! 나한테도 저작료를 줄거지?"

"그 주인공은 누구를 지칭하는 게 아냐. 인물이란 들었던 얘기, 잊어버린 얘기, 읽었던 책들, 물론 추억도 있고, 또 메모와..."

"그 메모를 좀 보세. 분명 모든 페이지마다 내 이름이 있을테니!"  책상을 내리치며 격노하는 세잔.

"글과 사실은 다른거네. 소설은 사실이 아냐. 소설은 한 장 한 장이 용기야."

"다른 사람을 짓뭉게는 용기? 일그러진 거울에 비치는 이 괴물은 누군가? 나인가? 그래, 분명 나야."

"자네가 그린 내 괴상한 모습은 어떻고?" 화가 난 졸라도 세잔에게 맞선다.

"난 다 찢어버렸어." 소리치던 세잔은 그의 책 <작품>을 펼쳐서 읽다가 욕을 하며 흐느낀다.

"악마같이 잘도 썼어." 끝내는 속내를 밝히며 돌아가는 세잔.

"자네의 글처럼 그림을 그리고 싶네."

졸라가 32번이나 포즈를 잡았던 그림을 찢어버리고 그의 아내 가브리엘의 초상화에 먹물을 부어버리고 내던지는 세잔의 난폭함을 이해하는데 한계를 느낀 졸라는 작품을 통해서 그의 실체를 파헤치고 자신의 상처 또한 치유한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불꽃을 튕기는 격렬함을 느끼게 한다. 세잔의 격한 항의에 반발하는 졸라 또한 작가로서의 고뇌를 털어놓으며 세잔에게 충격을 주고, 아마도 세잔은 그 일을 결코 잊지 않고 작품에 몰두했을 것이다.

그들의 40년 우정이 그렇게 금이 가지만 졸라가 임종했을 때 세잔은 통곡할 만큼 몹시 슬퍼했다. 

 

"햇빛도 안 드는 화실에서 꾸며내는 그림은 질렸어. 꽃엔 향기가, 몸엔 성기가, 나무엔 바람이 있어! 그게 외광이다."

외광파였던 시대의 저항아 세잔, 성공은 미술원 안에 있다며 삶에의 현실 타협과 순응을 수없이 권했던 졸라. 그들의 예술적 기질을 살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자유분방한 세잔은 원하지 않았지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게 된다. 결국 물러받은 유산으로 그들을 부양하게 된지만  그는 자신의 화폭에 옮겼던 산, 그 숲에서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하다 말년에 이르러서야 화가로 인정을 받게 된다.

졸라는 잔느와의 애정으로 자식을 낳게 되고 졸라의 아내는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 

졸라가 잔느와 자식들을 데리고 고향에 왔을 때 세잔은 달려와 먼발치에서 그를 바라보지만 그의 유복한 모습이 친구 였던 자신 따위에는 관심이 없음을 알고 발길을 돌린다. 연민을 느끼게 하는 인연의 끝이었다.이상하게도 비현실적이고 거친 세잔에게 더 큰 매력을 느께게 하는 영화이다.

에밀졸라의 <목로주점>은 책과 영화로 보았도  <나나>는 책으로만 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 그 작품들이 쓰여진 배경이 이해가 되었다. 나중에 또 다시 보아도 재미있을 영상미 아름다운 명화이다.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 다니엘르 톰슨 감독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 다니엘르 톰슨 감독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영화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 다니엘르 톰슨 감독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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