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지음
반딧불이 출판. 한결 미디어
가곡에 취미를 붙여 즐거운 일상을 보내다 보니 작곡가님들도 뵙고 여러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이안삼 작곡가님께서 특별히 선물로 주셔서 읽게 된 책인데 가곡에 스며있는 많은 사실들이 흥미로웠다.
박태준의 <동무생각>에 들어있는 애틋한 첫사랑과 화류계에서도 애창되었던 <오빠 생각>에 담긴 이야기들,
일본 압제하에서 희망을 꿈꾸며 만든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 조두남의 <선구자>에는 분단된 역사로 인한 작사자 윤해영의 비애도 숨어있었다, 홍난파 작곡, 함효영 시인 작사의 <사공의 노래>, 이수인 작곡의 <내 맘의 강물>, <별>, <고향의 노래> 등 ...
이안삼 작곡 <내 마음 그 깊은 곳에>, <사랑이여 어디든 가서> 편에서는 스승인 김동진 작곡가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널리 불리는 이은상 작사 김동진 작곡의 <가고파>는 40년 후에 후편이 발표되었다. 성악가들이 부르는데 전편 못지 않게 좋다.
가곡을 배우면서 이안삼 작곡가의 노래들이 모두 멋지고 아름다운 것을 느꼈다. 그래서 그 분이 작곡한 <비>라는 노래를 독창했었다. 그 외에도 <그대가 꽃이라면>, <아득한 별에 꽃씨를 묻으며>, 또 클래팝 장르라는 <금빛 날개>를 좋아한다.
이 안삼님의 인터뷰 내용에서 유명하신 작곡가 네 분이 '4인 예술 가곡집'을 4집까지 내셨다는 것을 알았다.
이수인, 최영섭, 임긍수, 이안삼님이다. 가곡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 활동하시는 모습은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후배들을 위한 조언이라... 음악의 길은 험난합니다. 또 끊임없이 연습하고 고뇌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새 양복도 자주 입어야 몸에 맞듯이, 노래도 자꾸 연습해야 익숙해지고 표현도 좋아집니다. 특히 우리 가곡을 만들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사명감을 가져야 합니다. 가곡이 죽으면 우리의 시와 언어도 죽는 것이고, 역사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민족의 자산이기도 하죠. 시조와 판소리처럼 우리 민족의 정신이 깃든 것이 가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씀에 동감한다. 라디오, TV 등에서 좀 많이 다루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강 건너 봄이 오듯이>의 임긍수 작곡가님 노래들 역시 모두 아름답다.
나는 그 분의 노래 중 정철 시의 <사미인곡>이 특히 맘에 들어서 처음 발표회때 불렀었다. 또 <님이 오시는 소리>를 부르노라면 젊은 날 옛사랑의 기억이 물밀 듯 밀려온다.
북한에서도 즐겨 불린다는 <홀로아리랑>, 유명한 가요작곡가 한돌이 후속곡으로 <독도의 사랑>을 가곡으로 지었다고 한다.
그는 이 노래를 짓기 위해 독도를 열두 차례나 드나들었다고 한다. 그가 음악회를 위해 독도에 가면서 높은 파도 때문에 겪은 에피소드 등은 부록으로 실려있다. 진정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존경스러운 분이다.
홍난파의 <봉선화> 작곡 전후에 실린 이야기들을 통해서 한 작곡가의 흥미로운 뒷얘기들도 알게 되었다.
김성태 작곡 <동심초>의 작사자 '설도'의 자취를 더듬어 중국 사천성을 찾은 저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녀는 1200년 전 중국 당나라 시인으로 '교서'라 불렸다. 이는 기생이라는 뜻이며, 그녀를 높이 평가한 절도사가 관청의 도서 관리를 하는 '교서랑'이라는 공직에 임명하려 했지만 부하들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그리 불렸다고만 한다. 관비의 신분으로 예술가였던 우리 나라 '황진이' 또한 김성태 작곡 <꿈>의 작사가이다.
나는 어릴 적 오빠가 부르던 이흥렬 작곡 <바위고개>를 기억한다. 그 노래의 작사자가 월북한 사연, 그 아내의 증언 등이 쓰여있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음악책을 통해 가곡을 배웠었다. 무엇보다 나는 고등학교 일학년 때 합창단을 일년 하면서 가곡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그때 품었던 씨앗이 이제 나의 노년을 즐겁게 꽃 피우고 있어서 감사하다. 학창시절 예능교육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었던 노래는 부친 안석주의 가사를 받아 안병원님이 작곡하여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되었다.
시민들의 촛불시위로 정권이 바뀐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시작된 남북 교류에 전 국민이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에 고향을 두고 온 세대들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평화적인 교류들이 활발히 일어나길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누구나 원하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는 날이 어서 빨리 오기를 기원한다.
부록으로 작곡가 '김효근', 시인 '박인환', 노래 '아 목동아 (대니 보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등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아마츄어 성악가로 가곡을 사랑하여 이 책을 쓰신 저자의 노고를 감사드린다.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 수고를 많이 하셨다.
내가 흥미를 가지고 즐겨 부르는 가곡들에 대한 이야기여서 꽤 두툼한 책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사실 나는 가곡을 부를 만큼 좋은 목소리도 역량도 되지 못하지만 아름다운 시에 멋진 선율을 함께 한 가곡의 매력에 빠져서 이제는 하루라도 노래를 안 부르면 뭔가 빠트린 것 같은 허전함을 느낄 정도이다. 근데 좋은 것은 쉽지 않은 법, 엄청 힘들다. 마치 전력 달리기라도 하고 난 듯 땀이 나고 힘이 든다. 겨울이 춥지 않게 느껴지는 걸 보면 내 체온이 조금 상승한 것 같다.
심신건강에 효과가 큰 취미생활이다.
* *
'가곡의 탄생' 이전에 쓰신 <사랑의 시, 이별의 노래> 책을 뒤늦게 사서 읽었다. 저자의 독창 CD가 책 뒤에 포함되어 있다.
전에 어느 음악회에서 저자가 부르는 가곡을 들었는데, 아마츄어 성악가로서 목소리도 좋고 잘 부르셨다.
1932년 지은 정지용의 시 '고향'은 작곡가 채동선의 대표적 가곡이다. 전남 보성군 벌교읍에 채동선 음악당이 있다.
또 박화목의 시 '망향', 이은상 시 '그리워', 이 곡 하나에 세 편의 노래말이 알려져 있다.
벌교 부잣집 아들 채동선은 성악을 전공한 여동생에게 이 곡을 부르게 하여 도쿄 유학생들의 심금을 울렸다 한다.
오늘날 사랑받는 '향수'도 채동선 곡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지용 시도 좋지만 작곡도 일품이다.
일제의 탄압을 피해 농사를 지었다는 그는 부산 피난시절 고생하다 복막염으로 53세에 생을 마감했다. 그후 부인이 본 집 마당에 묻어두었던 악보를 찾아내 빛을 보게 되었지만, 월북작가 정지용의 시로 쓴 가사는 쓸 수가 없었다. 12곡 중 8곡이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미망인은 남편과 친하게 지낸 이은상시인에게 새로운 가사를 부탁했다. 정지용 시 '그리워'를 거의 같게 쓰고 이은상 작사를 붙인 것이 놀라웠다. 돌아가시기 전에 그 사실을 밝히지 못하 것은 금지가 풀리지 않아서였을까? 아무튼 정지용 시에 이은상이 노래말을 조금 바꾸어서 태어난 가곡이다.
나는 이 노래를 남편과 살때 함께 부르며 알게 되었다. 그리움의 깊이가 심금을 울리는 곡이었다. 그래서 제일 처음 독창으로 회원님들 앞에서 이 노래를 불렀었다.
양중해 시 변훈 작곡의 '떠나가는 배'도 가곡반에서 애창되는 곡이다.
6.25 때 제주항에서 피난민들을 실어나르는 배를 보며 악상이 떠오른 작곡가가 같은 학교에 재직중이던 시인에게 가사를 부탁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30여년이 흐른 뒤에야 우연한 자리에서 양중해 시인이 작사한 것을 알게 된 제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밝힘으로 원고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박목월이 선한 양중해 시인의 인간됨을 찬양하는 시를 썼다.
변훈 작곡의 '명태'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가곡이다. 그러나 작곡 당시에는 혹평을 받으며 외면 당하다가 1070년대 가곡 붐을 타면서 유명해졌다. 나는 학생때 처음 그 곡을 들으면서 그 독특한 참신함에 깜짝 놀랐지만 멋있다는 느낌이 강했었다. 작곡가는 혹평에 충격을 받고 음악가의 길을 접고 외교관이 되었다고 한다. 그 당시는 이와 같은 곡을 받아들일 음악적 기량이 부족했던 것이다.
박목월 작시 김성태 작곡 '이별의 노래'는 학창시절 교과서에도 실렸던 노래 같은데, 그 사연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재미있다.
피난시절, 시인이 펜이었던 여대생과 제주에서 4개월 동거를 하게 되자 부인이 찾아가 그들에게 돈과 의복을 전하였다. 심한 죄책감을 느낀 그들은 이별을 하고 시인은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야 했다. 시인은 안타까운 마음을 노래말로 남겼다.
그러나 그 여인이 아닌 듯 여겨지는 또 다른 여인이 있다. 시인의 감성은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이 시는 '구름에 달 가듯이'라는 목월 산문집 속에 들어있단다.
'진달래꽃'은 소월(고향 동네 소산에 든 달이라는 의미로 본인이 지은 아호)의 시에 김동진 작곡의 노래가가장 많이 불린노래의 내용은 소월이 기구한 외숙모의 마음을 담은 시라고 한다. 외숙모 계희영이 지은 '내가 키운 소월'의 책에는 소월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못잊어'는 소월의 시에 하대응 작곡의 노래가 많이 불리운다. 어느 소녀를 못잊어 쓴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초혼' 역시 애국시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시인이 절친이었던 친구(15세때 죽은)를 생각하며 지은 시라고 한다.
소월의 초상화를 보니 이목구비가 반듯한 잘 생긴 용모에 선한 인상이 아름다운 시를 쓸 법하게 느껴진다.
소월의 시를 거의 모두 불태운 일본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32세의 젊은 나이에 자결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심초'는 설도 작시, 김억 번역, 김성태 작곡의 아름다운 가곡이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안타가움을 노래한 시이다. 1천년도 넘는 중국 당나라 때 여류 시인 설도는 관기로써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명성을 얻었을 뿐 어니라 '설도전'이라는 종이를 만들기도 하였다.
그녀의 유명한 시 '춘망사'에서 시인 김억이 발췌하여 번역한 것을 시집 '망우초'에 이어 '동심초'에 수정해 담았다.
널리 불리워지는 노래 '꿈'은 황진이 작시, 김억 번역, 김성태 작곡으로 태어난 가곡이다
필자가 '원시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번역시'라고 표현한 이 노래는 학창시절에 음악책에서 배운 기억이 있다.
나운영 작곡의, 초등학교시절 고무줄 놀이를 하며 불렀던 '금강산'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구두발자욱'도 생각이 난다. TV를 보면 동요와는 멀어진 채 어른들 노래에 심취해 지내는 요즘 어린이들을 보며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기분이든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정서가 있는 법인데, 요즘 TV가 유행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
어른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감정을 너무 미리 당겨서 해맑은 어린이 심성을 지나치게 조숙화 시키는 것 같다.
'작곡가 사후 진가 드러난 명품 보리밭'은 박화목 작시 윤용하 작곡의 노래이다.
피난시절 영양실조에 간경화증으로 43세에 숨진 가난했던 작곡가를 애석하게 생각했던 동료들은 이 노래가 그의 사후에 이렇게 널리 애창될지 알지 못했다. 보통학교 밖에 나오지 못한 그가 선교사에게 배운 올갠반주 등만으로 '민족의 노래', '광복절 노래' 등 이런 노래들을 작곡했다는 것은 그의 천부적인 음악성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박화목 시 윤용하곡 중에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도라지꽃'은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40년만에 완성된 대작'이라고 표현된 '가고파'는 시인 이은상이 20세때 지은 전편과 40년후 지은 후편으로 모두 11분정도 불린다. 그러다 보니 전편이 많이 애창되었고, 나역시 가곡반에서 후편을 배우며 알게 되었다. 주옥같은 명곡들을 작곡한 김동진곡이다. 후편의 선율도 아름다워 가끔 성악가들이 부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널리 애창되는 '비목'은 그 당시 PD였던 한명희시, 장일남 곡이다. 6.25 종전 후 10년 후 탄생한 전쟁터에서 사라진 영혼들을 위로하는 곡이다. 1969년 한국가곡음악회의 대성공으로 오랫동안 순수 한국 가곡이 대유행을 하였다. 내가 학창시절때는 학교대항, 학급대항 합창대회가 있었을 정도였다. 이제는 점점 가곡을 즐기는 대중이 줄어들고 트롯트만 유행하는 것이 좀 아쉽다. 아무래도 부르기가 더 손쉽기 때문일 것이다.
김민부 작시 장일남 작곡의 '기다리는 마음'도 널리 불리는 곡이다. 작곡가는 연평도에 머물 당시 제주도 청년과 어느 옛시가를 풀어나가다 영감을 받아 대번에 작곡을 했다고 한다. 그후 제주도 방언이었던 곡을 방송작가였던 김민부씨가 지금의 가사로 다듬어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불행하게도 화재로 목숨을 잃은 그를 지인들은 천재적인 문학가로 추모하였다.
가곡 '남촌'은 김동환 작시 김규환 작곡의 노래이다.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시대적 상황을 이겨내려는 시인의 의지를 따뜻한 남쪽나라에 대한 동경과 희망으로 표현하였다. 시가 쓰이고 38년이 지난 1965년에 가수 박재란이 대중가요로 불러 히트시킨 후 10여년 후에 KBS합창단을 지휘하던 김규환이 혼성4부로 작곡했다고 한다. 그후 2001년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두 곡이 나란히 실렸다고 한다.
한상억 작시 최영섭 작곡의 '그리운 금강산'은 우리나라 가곡중 애창곡 1위의 곡일 만큼 많이 불리운다.
분단의 슬픔을 노래한 작곡가는 이 곡으로 유명해졌지만 어서 통일이 돼 이 노래가 추억으로 묻히길 바란다고 했다.
호흡이 가파를 만큼 쉽지 않은 노래지만 아름다운 선율과 숙연한 느낌은 애국심을 고취시키며 감동을 불러 일으킨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고려해 몇 개의 단어가 바뀌면서 순화된 느낌이다.
이서향 작시 이흥렬 작곡 '바위고개'는 내가 어릴적 큰오빠가 부르던 것을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음악시험이 있었는지, 아니면 본인이 좋아서인지 오빠는 그 곡을 여러 날 불러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그리워하며 기다리던 임은 빼앗긴 조국을 상징했고 10여년 머슴살이는 식민지 치하를 의미했다. 무궁화꽃 대신 삼천리 강산 어디에나 피는 진달래꽃으로 민족의 울분을 표현한 것이었다.
'경제학도가 작사 작곡한 대학가곡제 대상 작품 눈'은 김효근 작시 작곡이다.
이 노래를 가곡반에서 처음 들었을 때 무척 마음에 들었다. 경영학과 교수인 분인 이렇게 아름다운 곡을 만드셨다니...
음악성이 높은 그였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음대에 지원하지 못하고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작곡과목을 수강하여 3학년때 제 1회 MBC대학가곡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서울대 성악과 1학년생이었던 소프라노 조미경이 부른 장면을 유튜브에서 보았다. 예쁜 성악도의 풋풋한 감동이 크다. 김효근 작곡의 노래 중 최근작 '내영혼 바람되어' 가 FM 방송에서 가끔 흐른다. 아메리카 인디언의 구전시를 번역하여 곡을 붙였다고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며...
이 책은 작시, 작곡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광범위하게 들려준다. 내가 부르는 노래들에 얽힌 그러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었다. 자료를 수집하고 장소를 찾아가며 인터뷰도 하신 필자의 노고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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