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토레 스콜라
제작 이탈리아 (1977년. 110분)
출연 소피아 로렌,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 외 다수
올레 tv에서 유료로 본 영화이다. 오래전 흑백영화에 색을 약간 입혀 리메이크하였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배우 소피아 로렌이 중년의 가정주부로 나오는데, 그 시대 이탈리아 중산층 가정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요즘 우리나라 아파트처럼 그 시대에 이탈리아에도 그런 아파트 주거지가 있었다.
파시즘이 만연하던 1938년, 히틀러가 로마를 방문하면서 시민들은 환영 열병식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 나간다. 자녀가 6명이나 되는 '안토니에타'는 혼자 남아 집안일을 하는데, 구관조 먹이를 주느라 잠깐 돌아선 사이 새가 맞은편 아파트 창문가로 날아가 버린다. 그녀는 새를 잡으러 맞은편 낯선 집을 방문하고 도움을 청하게 된다.
백화점 안내장 봉투를 쓰는 일을 하며 앉았는, 라디오 국영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해고된 '가브리엘레',
책상위에 쌓인 봉투를 확 쓸어버리는 순간 벨이 울린다. 그는 침착하게 그녀를 맞아들이고 함께 새를 잡는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던 순간에 그녀의 방문을 받아 위기를 넘기게 된 것이라 새삼 특별한 날인 것을 느낀다. 남편에게 존중받지 못한 채 집안일에 치여 살던 그녀, 책을 빌려주겠다며 다시 찾아온 친절하고 유머스러운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그녀는 이성의 감정으로 접근하지만, 반파시스트적인 성향과 동성애적 성적 취향으로 갑자기 해고당한 그는 그녀에게 울분을 터트리고 만다. 두 사람의 심리적 상황을 악화시키는 듯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나오는 파시즘 찬양의 라디오 방송, 무분별한 그녀의 파시즘 동조 앨범과 과격한 행동, 감시하는 관리인 등 그의 감정을 격양시키고 만다.
결국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위로하며 관계를 맺지만, 자유롭지 못한 가정과 사회라는 틀에 갇혀버리고 그는 그날 밤 추방당한다. 그녀는 잠자리에서 보자는 남편을 아랑곳 하지 않고 그의 아파트를 바라볼 수 있는 창가에 앉아서 그가 준 소설책을 소리내어 읽으며 떠나는 그를 바라본다. 그녀에게도 특별한 하루가 된 것이다.
되풀이되며 쌓여가는 일상, 떠날 수 없는 부자유스러움, 마치 구관조가 잠깐 새장을 이탈하였듯이 그들은 잠시 자유롭게 이탈의 즐거움과 흥분을 맛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랑하였듯이 그 하루의 기억을 간직하고 살아갈 것이다. 어쩌면 나라에서 혜택을 더 주어서 낳으려고 한다는 7번째 아이는 그가 준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ㅎ
소피아 로렌이 주연한 영화 <해바라기>, <이탈리아식 결혼>, <두 여인> 등 모두 재미있게 보았다.
'에토레 스콜라' 감독의 영화 중 <더럽고, 추하고, 미천한 >이라는 영화를 얼마전에 보았는데, 그 당시 이탈리아 빈민층의 비참한 실상을 어찌나 리얼하게 잘 드러냈는지 지금도 기억이 난다. 그의 작품 <우리는 그토록 사랑했네>를 찾아보고 싶다.
오늘은 운무가 가득한 휴일 오후이다. 때론 우리들 마음도 이렇듯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밭일 때도 있다.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상의 권태, 그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때로는 잠시 잠깐의 기쁨이나 희열이 무뎌진 삶에 생기를 불어넣곤 한다. 괴로움이 없으면 행복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스스로 만들어 느끼는 것일터이니 매 순간 순간 살아있음의 가치를 생각하며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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