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얀 트로엘
제작 덴마크 (2008. 110분)
출연 마리아 헤이스카넨, 미카엘 피르스브란트, 제스퍼 크리스텐슨 외 다수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잘 만든 영화였다. '영혼의 집' 영화를 찾다가 없어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포스터에서 풍기는 고전풍 여인의 범상치 않은 느낌이 마음을 끌었다. 다 보고 난 느낌은 숙연하고 잔잔한 감동이 오래동안 마음에 남았다. 한 여인이기에 앞서 한 남자의 아내로, 육남매의 어머니로 살아야 한, 강건한 한 여인의 고뇌와 예술적 감각을 섬세하고 기품있게 표현한 수작이었다.
1907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격동기를 맞는 스웨덴. 척박한 부두가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중 '마리아 라르손'과 '지게 라르손' 부부의 이야기이다. 영화는 큰 딸 '마야'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두 사람은 복권에 카메라가 당첨되면서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만난지 겨우 일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그렇게 젊은 시절 콩깍지가 씌워 결혼을 한다.
피임을 하지 못하던 때 순간적 쾌락의 결과는 연이은 출산으로 죽을 때까지 져야하는 책임이 된다.
옛날에는 어느 나라나 그렇게 아이들이 줄줄이 턔어났고, 그 아이들을 부양하는 일이 곧 사는 일이었다.
알코올 중독자 남편이 파업으로 벌이를 못하게 되자 마리아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그 카메라를 팔기 위해 사진관에 간다. 바이올린을 켜고 있던 사진관 주인 '패더슨'은 자비로운 사람이었고 그녀의 궁색한 형편을 이해하여 일단 물건값을 알려면 맡겨야 한다고 한다. 작동이 되는지 알아본다며 돌아서 나가는 그녀를 불려세워 찰칵 사진을 찍는다.
다음날 사진관에 간 그녀에게 그는 카메라 사용법을 알려주며 그녀가 계속 카메라를 지니고 있을 수 있도록 해준다.
나비를 이용해 손바닥에 잡힌 영상을 보여주는 그의 부드럽고 친절한 배려에 그녀는 호감을 지니게 된다.
감독은 그들의 자연스러운 스킨쉽을 예술적으로 연출한다.
지리멸렬하게 이어지는 남편의 음주, 지켜지지 않는 약속, 마리아는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으며 일탈의 기쁨을 느낀다. 사진을 찍고 현상하는 일은 그녀의 희망없는 삶에 한 줄기 숨통이 되어 이웃의 사진도 찍어주기에 이른다.
패더슨은 필름과 인화지 위에 한 송이 장미꽃을 올려놓음으로 그녀에게 느끼는 자신의 호감을 전달한다.
전혀 치장이라곤 할 수 없는 채 가난한 살림에 갇혀있는 그녀의 지친 마음을 위안해주는 그의 따스한 마음은 영화를 보는 이의 마음까지 감미롭게 해준다.
사진 감각이 뛰어난 그녀를 알아본 페더슨은 조수 자리를 권해보지만 그녀는 잡다한 집안 살림과 삯일 등으로 사양한다. 그는 그녀의 사진을 사진관 쇼윈도에 전시하고 어느 날 그 사진을 본 남편은 격노하여 그녀를 성폭행한다.
자신은 접대부와 놀아나면서도 아내를 쥐잡듯 한다. 옛날 마초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가족들이 영화를 보고 와 찰리 체프린을 흉내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고도 소외감에 행패를 부린다.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에게 대항하자 죽이겠다고 칼을 들이댄다. 그 일로 그는 감옥에 간다.
그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사실을 알게 되자 더이상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 식탁에서 뛰어내리기를 한다. 결국 태어난 아이가 소아마비로 고생을 하고 마리아는 심한 죄책감을 지닌다.
지금처럼 피임을 할 수 있는 때도 가끔은 예기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수많은 여자들이 중절수술을 경험한다. 도덕적 의미를 부여하면 심한 죄책감까지 감수해야 한다. 여자가 좀 더 몸을 신중히 다루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혼을 하지 못했던 시절을 벗어난 것만도 여성들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는 경우 아이들의 삶이 온전치 못할 확률이 높다. 요즘 능력있는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는 것을 백분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주위에 결혼 하지 않고 나이를 먹은 지인들이 있는데 하나 같이 아쉬움과 후회의 감정을 표현하니 말이다.
야유회를 갔다가 패더슨 가족의 화목한 모습을 본 그녀는 집에 와 자신의 카메라를 깊숙히 넣어둔다.
그에게 향했던 자신의 마음을 거두는 행위인 거다. 그녀는 남편과 헤어질 수도 없는 상황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아이들과 살기 위해 애쓰다 다시 사진을 찍기 위해 몇년만에 사진관을 찾아간다. 그 사이 패더슨은 아내와 이혼하였고 딸과 함께 살기 위해 이사를 가려고 짐을 모두 꾸려놓았다.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녀의 아쉬움...
출옥한 남편은 아끼던 말을 팔지 않고 지킨 아내에게 감동하며 그녀의 사진 찍는 작업을 인정하고 다시 열심히 일을 하여 가정을 부유하게 만들어 간다. 임종을 예감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패더슨과 처음 만났을 때 날아들었던 작은 나비 한 마리가 창밖으로 훨훨 날아간다.
그녀의 부자유스러웠던 영혼이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날아가기라도 하듯이...
대개의 부부들이 그렇듯이 싸우고 또 싸우며 그래도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살다보면 편안해지는 날이 오는 모양이다. 자식들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어머니의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고 세상에 그 보다 더 중요한 삶이 있겠는가! 여자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길 바라는 수 많은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자들은 그 희생을 마다하고 혼자 살아간다.그러나 자신이 택한 인생이 과연 후회없을 삶이었는지는 지나고 나서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이다.영화 속 마리아는 실제 있었던 여인이라고 한다. 그녀는 자식들을 위해서, 자신의 사랑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대신 품으며 힘든 삶을 견디어냈다. 살아가면서 그렇게 가슴에 품고 간직할 수 있는 사랑이 존재한다면 삶은 충분히 견디어 낼 수 있는 축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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