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캔 로치
제작 독일, 영국, 아일랜드, 이탈리아(2006년. 126분)
출연 킬리언 머피, 페드레익 딜레이니 외 다수
2006년 칸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이 영화를 EBS TV 명화극장에서 두번째 보았다.
일제의 식민생활에서 해방 되기 전 우리나라 독립군들도 아마 그러한 처참함을 수없이 겪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희생으로 치루고 아일랜드는 영국으로부터 어렵게 독립했다. 그 과정에서 벌어졌을 사건들을 영화는 현실감 강하게 보여준다. 캔 로치 감독은 배우들에게 대본 전체를 미리 주지 않고 그때 그때 촬영분을 주고 긴장감을 더하도록 한다고 한다.
오래전에 아일랜드의 더블린을 여행하였을 때, 회색빛 건물들이 많았던 도시는 이러한 역사적 우울함을 느끼게 하였다. 도시 외곽에는 어린 소녀를 비롯한 엄청나게 큰 대형 사진들이 걸려 있어 무언가 사태의 심각함을 알리고 있었다.
영국 배냥여행을 갔다가 2박3일 아일랜드까지 갔었는데, 동행했던 지인의 사정으로 좀더 머물지 못했던 아쉬움이 컸었다.
영화는 젊은이들의 헐링경기를 하는 즐거운 장면으로 시작된다.
1920년 데미언은 의대를 졸업하고 런던에 있는 큰 병원에 일자리를 얻어 떠나기로 되었는데, 마침 그들의 단체활동을 빌미 삼아 영국군들이 폭행을 하며 친구 미하일을 죽이는 일이 벌어진다. 형과 친구들은 영국군에게 저항할 태세를 보이며 뭉치지만 그래도 이성적인 그는 미래를 위해 기차역으로 향한다.
그러나 기차역에서 다시금 목격하는 영국군인들의 폭행은 그의 발길을 돌리게 한다.
젊은 그에게 현재가 없는 미래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었다.
형 테디가 이끄는 이일랜드 공화군에 가담하여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우지만 밀고자로 인해 그들은 곧 잡히게 된다. 강직한 성격의 형은 손톱을 모두 뽑히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료들을 밀고하지 않는다.
처형당할 위기에 운좋게도 아일랜드계 혼혈인 보초병의 도움으로 탈옥을 하여 목숨을 건진다.
그들을 밀고한 자를 처형하라는 지시에 따라 데미언은 알고 지내던 어린 크리스를 죽이고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그들을 돕는 데미언의 연인 시네이드와 함께 투쟁에 몰입하던 중 영국과의 평화조약으로 전쟁이 끝난다.
영국군이 철수하지만 상황은 산넘어 산이라고 그 조약이 결국은 완전한 자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독립운동단체들은 혼란에 빠져 내분이 일어난다. 영국군에 타협하는 테디와 지금 물러서서는 안 된다는 데미언은 결국 서로 적이 되고 만다.
이념과 사고방식이 다른 형제는 남이나 다를 바가 없음을 영화는 냉담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손으로 밀고자를 처형했던 데미언은 형의 간절한 회유에 응하지 못한채 죽음을 선택한다.
도무지 인간들의 잔혹함은 끝이 없다. 전쟁을 일으키는 일부 권력자들에 의해 얼마나 많은 양민이 학살되는지 모든 전쟁은 충분히 보여준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는 듯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무색하게 인간들은 서로 죽이면서, 자신들의 이념에만 충실한다.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이념이란 말인가!
종교나 정치적 사상, 모든 이념들이 함께 잘 살기 위함이어야 하지 않은가?
늘 침략당하는 역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나라, 지금도 휴전상태로 내분을 거듭하고 있어서 참으로 우려스럽다.
남북이 하나가 되어야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고 자주독립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을텐데...
통일은 요원하게 느껴지고, 남한내에서도 끊임없는 권력다툼으로 소모전을 벌이는 형국을 바라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하다. 지난날을 잊어서는 안되는데...
다시 보아도 좋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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