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롤란트 주조 리히터
제작 독일 (2008년)
출연 하이노 페르히, 제바스티안 코흐, 리콜레트 크레비츠 외 다수
올레 TV에서 다른 영화를 찾다가 무료로 본 영화인데 감동적이었다.
우리가 처한 분단의 동병상련 감정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하였을 것이다.
60여년전이니 오래전 일이다. 동생이나 연인 등 가족을 탈출 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거는 모험을 하는 시대가 있었다. 문득 캐나다에 이민간지 삼십년이 넘은 큰오빠 생각이 난다. 시댁식구를 마다하는 올케덕에 남이나 다름없어진 혈육이다. 정을 나누지 못하는 서운함도 있지만 손윗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되는 좋은 점도 있다. 물론 지금도 혈육의 정이 깊은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옛 조상들 만큼 형제를 끔찍이 생각하지는 않는 시대가 되었다.
자주 안보면 멀어지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언니는 오빠와는 다른 것 같다. 한 친구는 미국이민을 간 언니를 모셔와 함께 산다. 형부가 요양원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영화 속 형제간 우애가 깊은 주인공을 보며 어릴 적 대가족이 함께 살았던 시간이 생각난다.
1961년 8월11일, 동독의 수영 선수 '해리 멜히오르'는 전국대회에서 자유형 금메달을 차지하며 국민적 스포츠 영웅이 된다. 그러나 보안국에서는 1953년 6월의 대규모 반정부시위에 참가해 4년간 복역한 이력이 있는 해리를 요주의 인물로 주시한다. 그의 친구이자 엔지니어인 마티스(제바스티안 코흐)는 예사롭지 않은 정치적 상황과 수상한 장벽에 대한 소문을 전하며 조심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8월12일, 동서베를린 경계선에는 기다란 철조망 벽이 설치된다.
해리는 홀로 서독에 왔다가 장벽이 세워지는 바람에 두고 온 여동생 내외를 탈출시키기 위해 장벽 근처에 버려진 공장 지하실에서 터널을 뚫기 시작한다. 마티스 역시 동독에 있는 애인을 데려오기 위해 합세한다. 저마다 동독에 가족이나 애인이 있어 그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면서 함께 터널을 뚫느라 고생한다. 그리고 짤막한 서신을 비밀리에 교환하며 첩보원을 따돌리고 분투하지만 그 과정이 험난할 수 밖에 없다.
감독은 주요 인물만 10여명에 달하는 이 드라마를 한정된 시공간 안에 잘 배치하여 실화의 진중함과 드라마의 재미를 균형있게 표현함으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낮은 철조망으로 시작된 경계선이 그 위에 무거운 벽돌이 쌓이며 거대한 장벽으로 바뀐다.
따라서 그들이 겪는 분단의 비극 또한 깊어지고 비참해져 간다.
탈출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줄 알지 못하고 장벽을 넘으려다 총살 당하는 연인의 모습은 눈물겹기 그지없다.
또 한사람, 탈출 과정에서 희생되어야 하는 마티스의 연인, 젖먹이 아이를 보내며 흘리는 그녀의 비장한 눈물은, 도대체 누가 무슨 권리로 이렇게 소중한 삶을 짓밟을 수 있는 건지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굳건하게 가족을 지킨 주인공들은 그 이후에도 1000여명의 동독인을 탈출시켰다고 한다.
이렇듯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들이 모여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실제 모델이었던 주인공 '하소 헤르셀'이 2014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생생하게 회고했다고 한다.
장벽 근처에는 10여개가 넘는 땅굴이 있었으며, 성공하기도 하고 실패하기도 했다고...
예전에 이북군인들이 파놓은 땅굴을 견학하며 놀랬던 생각이 난다.
나도 자랄 때 부모님께서 이북에 두고온 가족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들었다.
부모님은 그리던 고향을 가보지 못하고 돌아가시고, 현재 벌어지고 있는 북한 김정은 정권의 소행을 보면 통탄을 금할 길이 없을 뿐이다. 그 정권자들이 의식만 바꾸면 할 수 있는 통일이며, 평화로울 수 있는 나라이지 않은가!
남북이 하나가 되어도 사방에서 달려드는 열강을 대적하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남한내에서도 정치가들이 다툼만 일삼고 있으니 경제적으로 전보다 부유해진들 무슨 앞날이 있겠는가!
유일하게 남은 북한 공산정권의 몰락이 베를린 장벽 무너지듯 무너지는 날이 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탈북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이 안정되게 남한에서 거주하면 가능한 일이다.
누구를 위해 만든 휴전선이었던가! 어리석게 강대국을 의지할 일이 아니다. 미국은 예전의 미국이 아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좀더 자각하여 분열을 멈추고 힘을 합쳐야만 하는 때이다.
내 나라가 있어 안전하게 자유를 누리며 풍족하게 먹고 사는 일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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