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1.25. 큰오빠와 이탈리아 여행길(8박9일)에 나섰다. 12월 초 TV를 시청하다 본 홈쇼핑 상품이었다. 그러나 169만원부터라던 가격은 미끼였고 결국 209만원을 본사에 내고 가이드비 90유로, 옵션비 320유로를 합하면 개인지출을 제외한 총비용이 일인당 265만원쯤 들었다. 참좋은 여행사 상품으로 대한항공을 이용했으니 그리 비싼 비용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몹시 붐비는 성수기가 아니여서 한갖지게 볼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그러나 흔하면 천해지는 법, 좋은 곳을 많이 다녀보아서인지 예전 같은 감흥은 일지 않았다. 큰오빠를 모시고, (아니 짐을 오빠가 다 들어주셨으니 오빠가 날 모시고 다닌거다. 덕분에 좀 편하게 여행할 수 있었다.) 간 여행이라는데 의의가 있었다.
일행들은 짐을 바리바리도 싸들고 왔지만 오빠와 나는 큰 트렁크 한 개에 옷가지를 모으고 개인 가방 하나씩만 들었다. 영상의 온도였는데 지중해의 바람이 조석으로 온몸에 스며드는, 은근히 추운 날씨였다. 따로 입겠다고 가져간 겉옷을 두 개씩 겹쳐입고 다녔다. 물론 한낮에는 한 벌을 벗어야했다.
비행기에서 머무르는 13시간 45분이 가장 힘든 시간이다. 책도보고 영화도 보고 한숨자고 나면 도착하지만 한 좌석에 앉아 장시간 가는 것은 언제나 고역스럽다. 이제는 좌석 배정을 스스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메세지 받자마자 했어야 했다. (꾸물거리다 한 이틀 지나면 통로쪽 좌석이 다 나간다. 맨 앞쪽과 중간에 다리를 뻗을 수 있는 좌석도 있던데...)
밀라노 말텐사 공항에 도착하여 근교호텔에 묵었는데 좀 추워서 자다가 일어나 옷장 속에 있는 담요를 꺼내 덮었다.
아침 7시 30분. 세계문화유산 친퀘테레 국립공원의 일부인 마나롤라 마을을 향해 두시간쯤 차를 타고 가 열차에 탑승하였다. 가면서 본 거리의 풍경들을 담았다. 퉁퉁한 중년의 가이드는 경력 35년째, 성악전공하여 목소리가 좋고 성품도 원만하였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설명과 너스레는 때론 자장가처럼 들릴 때도 있었다. 오빠는 피곤한지 차속에서 많이 주무셨다.
* 위 사진 두 장은 인터넷 이미지 검색에서 복사해온 사진이다. 날씨와 시간이 다른 때의 절벽위 해안마을 모습이 아름답다.
* 차창밖으로 진회색과 새하얀 눈이 덮힌 대리석 산이 보였다. 조각이나 건축자재로 대리석을 많이 쓸 수 있는 이유이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피사의 사탑'에 갔다. 사탑 내부로 들어가 찬찬히 볼 시간을 주지 않아 많이 아쉬었다. 기반과 탑을 쌓은 공법이 취약하여 탑이 기울어졌에도 아직 무너지지 않고 기적처럼 버티고 있어 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12C 당시 300년간 주요 무역도시이자 해상운송의 중심지로 번영을 구가하던 중부지방 피사는 가장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였다. 따라서 부유한 상인들은 그들의 자부심을 표현하기 위해 '피아자 데이미라콜라' (기적의 광장)를 건설하여 피사대성당을 지었다. 대성당 본건물, 세례당, 종탑으로 나뉘는데, 중세 도시국가 피사는 인근 도시국가와 세력다툼을 벌이며 팔레르모 해전의 승리를 기념하는 특별한 종탑을 세워야 했다.
천재건축가 '보라노 피사노'가 맡아서 1층을 높게 만들어 벽면에서 반쯤 돌출된 기둥으로 장식하고 이것이 위 6개층을 지탱하도록 설계했다. 총 8층으로 이루어졌고 속이 빈 원통 주변을 기둥들로 두른, 나선형으로 된 294개의 계단을 통해 종루까지 올라갈 수 있다. 종루에는 각각 다른 음계를 가진 종 일곱 개를 설치하였다. 거의 100여년마다 몇 번의 보강을 가하면서 오늘날과 같은(남쪽으로 5.5m 기울어짐) 모습을 하고 있는 사탑을 보호하기 위해 반경 3km 이내의 모든 우물을 폐쇄하고 지하수 사용을 금지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반듯해보이기도 했다.
외교관이자 작가인 '로베르트 드보라크'는 '피사의 사탑은 이탈리아의 예술, 삐뚤어지고 불안정한 균형, 염려되지만 일어나지 않는 것, 뜻하지 않은 놀라움, 즉 이탈리아 자체를 상징한다.'고 말하였다. (다음 백과 참조) 신기하여 각양각색의 자세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일행들, 재미있었다.
자유시간이 넉넉지 않아 안으로 들어가 보지 못한 아쉬운 마음에 전시되어있는 안내사진을 찍었다.
돌아가는 길, 땅거미지는 벌판에 뽀족뽀족한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않고 일행들이 거의 모두 쿨쿨...
* 몬테카티니 테르메에서 하룻밤 자고 다음날은 중세의 풍경을 간직한 '산지미냐노'로 이동했다. 큰오빠는 시차적응이 안 되는지 밤늦도록 인터넷 바둑을 두셨다. 나는 걱정이 되어 잔소리했다가 쿵 맞았다. 나이를 잊은 듯 느껴졌다. '술과 나이에는 장사 없다'는 말을 모르지 않을텐데... 미안했는지 금새 발마사지 해주마한다. 잠이 보약인 나는 준비해 간 안정제를 먹고 먼저 잠들었다. 종일 평소보다 보통 2배 이상 걷고 차를 타니 피곤했다.
*산 지미냐노는 1990년 유네스코에 의해 '보호받아야하는 역사지구'로 선정된 유서깊은 도시이다. 로마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하룻밤 묵어갔던 숙박지이다 보니 상업이 발달하고 부가 축적되었다. 그들은 저마다 권위를 내세우기 위해 경쟁하듯 탑을 세웠는데 무려 70여개가 넘었다. 현재는 15개의 탑이 남아 있고 그 높이는 아파트 15층 높이에 이른다. 도시 이름은 모데나 출신 신부 '산 지미나누스'에서 유래되었다.
* 고풍스럽게 이어진 동네. 성벽마다 대문옆에는 위와 같은 쇠고리가 달려있었다. 아마도 부호들이 말을 매었던 고리들인가?
* 많은 나이를 아랑곳 않는 건강한 큰오빠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와인을 한 병 사서 나누어 마셨다. 곁에 앉은 한 청년과 어머니에게 저출산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말씀하여 나는 그만하라고 의자 밑으로 몇 번 저지해야 했다. 그들이 좀 까칠해보였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해서 어른들의 염려는 지루한 염불이 된 것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 해서 안타까웠다.
* 이 초코렛 가게에서 시식해본 각종 씨앗 초코렛이 어찌나 맛있던지 좀 비쌌지만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산 조반니 거리, 산 마테오 거리를 따라 골목마다 고급스러운 가게들이 구경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치스테르나 광장에 들어서면 두오모 광장 남쪽에 현 시청사로 쓰이는 포폴로 궁이 있고, 왼쪽으로는 프레스코화가 그려져 있 는 참사회 성당이 있다. 시내 북쪽끝에는 산타고스티노 성당이 있다.
* 우리 일행중 남편이 다리가 좀 불편했던 노부부와 이야기 나누는 큰오빠, 친화력이 좋아 대화를 즐기셨다.
* 로마 근교로 이동하여 아시시에 있는 성프란체스코 성당을 보았다. 이 성당은 프란체스코 성인이 사망한지 2년 뒤인 1228년 짓기 시작해 1253년에 완성했는데, 당시 지옥의 언덕이라고 불리던 공동묘지 자리였다. 이곳에 묻어달라는 성인의 말에 유언에 따라 건축하였고 이후 '천국의 언덕'으로 불리었다. 2000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내부 촬영이 금지된 이곳에는 당신 최고의 유명 화가들이 그린 프레스코화가 특별하다. 빈자를 섬김에 극진했던 프란체스코 성인의 생애를 28장면에 나눠 그린 프레스코화는 지오토의 대표작이다. 지하 납골당에는 성자의 유해가 묻혀있고 뒷뜰에는 성 프란체스코와 수녀 동상이 서 있다. 카톨릭 순례지인 이곳은 미사시간이나 주말 등 입장이 제한될 수 있으며 어느 성당보다도 경건한 분위기이다.
*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잘 하고 아시시를 벗어나 로마로 향한다. 카톨릭 신자들에게는 더욱 감흥이 깊은 곳이었다.
저녁에 간 중식당 '금강산'은 이름값을 못하는 형편없는 식사를 내놓았다. 매운 계란국 비슷한 그런 순두부는 생전 처음 맛보았다. 한국 관광객들 모셔오는 가이드들 덕분에 영업을 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우리 일행들 불평없이 나오셨다. 서로 고개를 저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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