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살짝 빗방울이 흩뿌린다. 옷차림을 단단히 여미고 우산을 들었다. 호텔 조식은 언제나처럼 푸짐하고 맛있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바티칸 박물관' 관람을 하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고대 로마시대의 유물과 르내상스, 바로크 시대의 걸작들로 손꼽히는 박물관으로 1506년 산타 마리아 궁전 근처 포도밭에서 라오쿤상이 발견되어 당시 교황 율리시스2세가 이 조각상을 전시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들과 조각가들을 불러 바티칸 궁전의 건축과 장식을 맡겼다. 18세기 후반 이 궁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공개한 것이다. 며칠을 봐도 모자를 만큼 방대한 유물을 우리는 불과 몇 시간 대충 보고 나왔다. 여행사를 통한 편안한 여행의 단점이다. 인테넷에서 다시 찾아볼 수 밖에...
* 회화관에 있는 라파엘로의 대표작 '그리스도의 변용'과 '폴리뇨의 성모', '성모의 대관'. 카라바조의 '매장' 참으로 아름답다.
* 기원전 3세기에 만들어진 걸작 라오콘 군상. 두 아들의 죽음 앞에서 고통과 무기력에 신음하는 라오콘은 아폴로를 섬기는 트로이 신관으로 그리스군 목마를 성으로 들이는 것을 반대하여 신의 노여움을 샀다. 뱀에게 두 자식과 함께 목졸려 죽임을 당하였다.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조각상이다.
* 기원전 4 C의 그리스 청동상을 기원전 2 C경 로마인이 모사한 작품 '벨레데레의 아폴로' . 인체해부학적으로 완벽한 이 작품은 아폴로가 활을 쏜 후 과녁에 맞았는지 확인하려고 한 발짝 다가선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 나폴레옹이 아폴로를 프랑스로 가져갔을 때 그 작품을 대신해서 선물한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토니오 카노바가 조각한 이 조각의 손과 다리 사이에 있는 이음새가 메두사의 머리를 버티게 한단다.
* 몸통만 발견된 벨베데레의 '토르소'. 당시 미켈란젤로에게 작품의 복원을 요청했지만 이 상태 그대로 완벽하다 했단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토르소가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잘 모르고 보면 깨진 조각상에 불과하다. 정말 대단한 작품들을 보면서 즐겁기 그지 없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느라 고개가 아플 정도였다.
* 판테온의 모습을 모방해서 만들어 놓은 원형의 방. 네로의 궁전에서 가져온 엄청난 크기의 대리석 욕조가 있다. 아름다운 바닥의 모자이크는 아무리 오랫동안 사람들이 밟아도 돌이 워낙 깊숙히 박혀있어 없어지지 않는단다.
*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내부에는 미켈란젤로의 프레스코화 '천지창조'와 제단화 '최후의 심판'이 장식되어 있다. 1508~1512년. 미켈란젤로는 천지창조를 그린 후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다가 교황의 명을 받고 혼자 4년에 걸쳐 최후의 심판을 완성했다. 중앙에는 그리스도와 마리아가 있고 위쪽으로는 천국, 아래쪽에는 지옥을 표현하였다. 예수옆에 산 채로 피부가 벗겨져 순교한 성 바르토로메오가 자신의 가죽을 들고 있는데, 미켈란젤로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예수의 몸은 '벨베데레의 토르소'를 본떠 그렸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모인 성직자들은 모든 나체들의 군상을 보고 경악하였다. 결국 숨지기 한 달 전 제자가 작업을 맡아 일부분만 가리개를 씌워 수정했다. 앞서가는 예술가의 진정성을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너무도 유명한 그림들, 큰 감흥을 느껴볼 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
* 화려하고 웅장한 성 베드로 성당!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이다.
이 성당은 1506년 브라만테의 설계에 의해 건립하기 시작해 라파엘로, 상갈로, 미켈란젤로, 베르니니를 거쳐 1615년에 완성되었다. 교황의 교회로 쓰이던 이 건축물은 베드로의 성골함을 덮고 있는 제단 위 십자형 교차부에 돔이 올려져 있다.
바실리카의 내부에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의 걸작품으로 가득하다. 1989년까지 그리스도 교회 중 가장 큰 건축물로 중요한 순례지이다.
* 성당 안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피에타(Pietà)'. 이탈리아어로 슬픔, 비탄을 뜻한다. 아들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비탄에 잠긴 성모마리아의 형상이다. 예술가들이 많은 영감을 받는 유명한 작품으로 더할 수 없이 유연한 섬세함이 느껴진다.
* 성 베드로 대성당 지붕위에서 바라본 광장의 모습이 예술적이다. (인터넷 이미지 창)
오랜 역사를 이렇게나 잘 간직하여 세계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발길을 이끈다는 건 경이로운 일이다.
* 트레비 분수는 고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이름 붙인 '처녀의 샘(Aqua Virgina)'으로 전쟁에서 돌아온 병사들에게 물을 준 처녀의 전설을 분수로 만들었다. 바로크 양식의 마지막 최고 걸작품인 분수 정면 오른쪽 위에는 이런 일화를 담은 조각품이 있다. 중앙에 있는 부조물은 '포세이돈'이며 양쪽에 말을 잡고 있는 두 명의 신은 아들 '트리톤'이다. 왼쪽에 날뛰는 말은 풍랑을, 오른쪽 말은 고요한 물을 상징한다. 양쪽 4개의 여인 조각상은 4 계절을 상징한다. 건물 맨 위의 라틴어 ‘CLEMENS VII’, 그 아래 'AQVAM VIRGINEM'는 '클레멘스', '처녀의 샘 분수'라는 뜻이다.
* 거리에 군밤장수도 인테리어에 신경쓴 모습이 재미있다. 배불러서 사먹어보지는 않았다.
나보나 광장에는 피우미 분수대가 있다. 나일강, 갠지스강, 라플라타강, 도나우강을 의미하는 4명의 남성상이 조각되어 있다.
아고네 성당은 성 아그네스가 신앙을 지키려다 발가벗겨져 순교를 당한 자리에 세워졌다.
* 70 유로 내고 4~5인이 한 조가 되어 '벤츠 투어'를 하였다. 로마 시내를 돌아보며 유명 장소에 내려 잠깐씩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었다. 이 멋진 건물은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유적지라니!
* 판테온은 그리스어로 '모든 신'이라는 뜻으로 다신교인 고대 로마에서 모든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만든 신전이다. 르네상스 3대 천재 화가인 '라파엘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건물이라며 이곳에 묻히기를 희망하여 그의 묘가 있다. 이 판테온 양식의 지붕은 이탈리아 전역의 성당이나 건축물의 교본이 되었다. 이 돔 형식은 현존하는 로마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되었으며, 총 16개의 기둥이 있는데 기존의 건물 기둥과는 다른 색의 화강암이고 코린트 양식을 갖추었다. 기원전 27년에 세운 이 신전 입구 상단에 있는 'MAGRIPPAIFCOSTER···'는 아우구스투스 대제인 아그리파가 세웠다는 내용의 글이다. 사진만 찍고 지나간 판테온 신전 정면 사진은 인터넷에서 담아왔다.
* 정신없이 바쁘게 다녀서 무슨 공공건물이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내 기억력이 꽝! 유적지 가는 곳마다 오래된 큰 나무들이 잘 손질되어 풍광이 아주 멋지다.
* 523년 마지막 공연이 있었던 콜로세움 경기장. 2000년 7월 그리스 국립극장 '콜로세움 2000 프로젝트'의 하나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왕'과 '안티고네'를 1500년만에 공연했다고 한다. 이는 거대한 원형경기장이 검투사들의 살육현장이었던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함이었다. 2001년 영화 '글래디에이터'는 검투사 영웅의 드라마틱한 복수담을 잘 그리고 있다.
아치와 볼트를 사용한 로마 건축기술의 결정판인 콜로세움은 거대한 바위 위에 축조되었다. 점토질의 인공호수 위에 설치된 축대는 지진이나 재해로 인한 흔들림을 흡수하도록 설계되었으며 5만여명을 수용할 수있다니 놀랍다.
*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의 '포로 로마노'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는 개선문. 파리 개선문의 원조이다. 보는 장소에 따라 사진이 다르다. 팔라티노 언덕과 연결되어 있는 포로 로마노는 고대 로마 시대의 민주 정치와 상업, 법률의 중심지였다. 여러 황제를 거치며 발전했지만 5C경 로마 분열로 인해 훼손되면서 영광의 자취는 사라지고 폐허와 같은 모습으로 그 흔적만 남아있다.
* 기원전 6C 지어진 '베스타 신전'은 불의 여신 베스타를 위한 신전이다. 20개의 기둥으로 둘러싸여 포로 로마노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전으로 이 신전에서 엄격 선발된 6명의 처녀 사제 베스탈들이 로마의 안위를 위한 성화가 꺼지지 않도록 지켰다.
* 로마에서 3박을 하며 주요 도시들을 본다. 내일은 소렌토의 폼페이 유적, 나폴리 항구를 보러간다. 차창밖으로 저무는 풍경이다. 유적들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스치고 지나가는 도시의 풍경들을 보는 일도 즐겁다.
* 사라진 역사의 도시 '폼페이'는 199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79년 8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묻혀버린 이 도시는 그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1784년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면서 수많은 유럽의 부호들이 달려들었다. 폼페이는 BC 6C경 그리스의 지배를 받다가 BC 80년부터 로마의 지배를 받으며 발전하여 이 지역 인구는 약 3만명에 이르렀다. 화산 폭발의 징조는 62년에 일어났으며 인근도시 '에르클라네움'은 페허가 되었으나 폼페이는 건재하였다.
겨울에도 화산의 지반열로 그다지 춥지 않았으므로 로마지도자들의 휴양지로 별장을 많이 지었다. 광장, 공중목욕탕, 프레스코화가 그려진 집들, 대성당, 원형극장, 매음굴 등, 도시의 대로를 볼 수 있으며 에르클라네움에는 전형적인 로마 가옥들이 보존되어 있다, 60여곳의 볼거리가 있지만 그 중 한 마을의 일부를 둘러보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신전, 그 당시의 부유한 저택입구, 포장도로, 상수도 시설, 화장실, 상점 등 옛모습과 함께 재에 덮힌 인간화석도 유리장 안에 전시되어 있었다.
200여년전의 사람들이 존재했던 도시를 거니는 머너먼 시간여행을 하였다.
* 5,000 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과 그 옆에 소극장. 다른 단체 관람객 가이드가 울림을 보여주느라 노래를 불렀다. 우리 가이드도 성악을 전공했다는데 이젠 노래 안 부르는지...
* 학창시절 배웠던 나폴리 민요 '돌아오라 소렌토'로 익숙한 지중해 바닷가 절벽 위에 세워진 해안도시 소렌토는 전망이 아름답고 여유롭다. 세계 3대 미항 중에 하나인 나폴리 항구를 보러 이동하였다. 운좋게도 날씨는 쾌청하여 쨍하게 맑은 날, 항구의 풍광과 에메랄드 빛 바닷물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 나폴리 항구에서 배를 타고 32km 정도 가면 유명한 휴양지 '카프리'섬에 다다른다. (130유로를 낸 선택관광) 이 아름다운 섬에는 명품가게부터 소품가게에 이르기까지 고급스럽고 풍광이 듣던대로 아름다웠다.
* 길을 지나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향수가게 직원들이 나와 손목에 향수를 살짝 뿌려준다.
* 지나다 조그맣고 새하얀 아몬드 꽃을 처음 보았다. 아몬드는 골다공증 예방에 좋은 견과이다.
* 중·고등학교, 대학교 졸업식때마다 사진을 찍어주었던 큰오빠, 이제 노년이 되어 이국땅에서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었다. 효도하고 싶어도 안 게신 부모님 대신 큰오빠와 함께 여행했다. 몸이 약한 올케는 한 달 정도 머무르다 먼저 케나다 집으로 돌아갔다. 언니 대신 잔소리하다 쿵 들어서 잠시 언짢았던 기분을 달래며 반성했다. 금새 지나가는 아까운 시간을... 오빠! 미안해요.~
* 카프리 섬 해안가 내려다 보이는 도로. 오래된 등나무 줄기가 고목처럼 뒤엉켜 자라고 있다.
* 배를 타고 지나가며 붉게 물드는 석양을 바라보았다. 찬란하게 물드는 저 노을처럼 우리 인생도 아름답게 저물 수 있기를...
* 다른 사람이 셔터를 눌러 준 사진 중에 비교적 잘 찍힌 사진이다. 오빠가 내가방을 들어주어서 편하게 여행했다.
함께 간 32명 일행 중 가장 조용하고 호감이 가는 모녀였다. 딸의 대학 입학 축하 여행을 왔다고.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별반 없었지만 버스 좌석 옆자리와 식탁에서 몇 번 나란히 앉았었다. 7명 친지모임, 자녀와 함께 온 젊은 부부들, 패션쇼 하던 연인 같은 중년 부부, 밍크코트를 입고 다니던 어머니와 훤칠한 아들 등이 함께 다녔다. 모두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친절하였다. 한 부부가, 내가 가끔 '오빠!' 부르는 소리에 나이든 부부가 민망한 호칭을 쓴다고 생각했다는 이야기를 해서 모두들 웃었다. 오빠는 기념품 가게에서 최후의 만찬을 그린 벽걸이를 15유로 주고 샀다. 순진한 오빠의 깊은 신앙심은 아무도 못 말린다.
* 내일은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로 간다. 머무르고 싶은 아쉬운 시간이 쏜살같이도 지나간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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