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른나라)

이탈리아여행 4 (베네치아, 밀라노)

나무^^ 2023. 2. 18. 17:37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에 있는 베네치아(영어로는 베니스)는 한 때 지중해 전역에 세력을 떨친 해상공화국의 중요한 도시였다. 수많은 운하는 118개의 섬을 이어주는 수로역할을 한다. 이 도시가 세워져 있는 작은 섬, 진흙습지, 길이 3km, 너비 1.5km의 모래언덕들이 군도를 이룬다. 이곳의 건축물들은 이탈리아, 아랍, 비잔틴,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양식 등이 모두 나타난다. 주민의 대다수가 관광업과 유리, 레이스, 직물 생산 같은 관광관련산업에 종사한다.

홍수, 대기오염 등으로 옛 건축물과 예술품들의 노후화가 계속되어 1960년대 중반에 국제연합 교육과학 문화기구(UNESCO)가 과학적·기술적 방법을 활용해 시를 구하자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실제 눈으로 보니 심각함이 느껴졌다. TV로만 보았던, 수세기 동안 베네치아의 사회·정치 중심지였던 산마르코 광장으로 간다.

 

* 섬 들 사이로 중심 수로인 그란데 운하가 도시를 통과한다. 그 주위에는 대저택, 교회, 해상주유소 등이 있고 19C 까지 '안토니오 다 폰데'가 설치한 '리알토'다리가 유일했지만 나중에 2개 더 건설되었다. 선택관광(60유로)인 곤돌라를 타고 이곳 저곳을 구경하였다. 검은 줄무늬 셔츠를 입은 유쾌한 뱃사공이 큰 소리로 지껄이는 알 수 없는 통화 내용을 노래 삼아 들으면서... 

  

두칼레 궁전과 감옥을 이어주는 유명한 '탄식의 다리' 궁전에서 재판을 받고 감옥으로 가는 죄수들이 탄식의 한숨을 쉬는 곳이었다. 홍수가 많이 나는 베네치아는 지하감옥이 물에 잠겨버리기 때문에 이 다리를 건너 감옥에 들어가면 다시 살아 돌아오지 못하므로 세상과 하직인사를 해야했다. 세기의 바람둥이 카사노바가 풍기문란죄로 갇혔을 때 사귀던 여성들의 도움으로  가면을 쓰고 탈옥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산 마르코 광장 플로리안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갔다는데 그 까페는 지금도 있다.

 

*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극찬한 산마르코 광장 3면에는 아치가 이어진 회랑이 줄지어 서 있고, 높이 99m 캠퍼닐리 종루가 있는 동쪽 끝은 활금빛 산 마르코 대성당, 또 팔라초 두칼레 궁전의 분홍빛 정면과 마주한다. 팔라초 두칼레에 있는 화려한 방들은 베네치아의 수많은 예술가들이 장식한 것이며, 오랜 세월 수차례의 정복으로 모은 수많은 수집품들이 산 마르코 광장에 전시되어 있다.

 

*높은 기둥에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사자상 조각. 

 

산 마르코 대성당은 이집트 지역에서 가져온 여러 유물과 산 마르코의 유골을 인치할 납골당을 목적으로 9C에 세워졌다. 11C에 롬바르디아 양식이 더해져 리모델링 되었으며 전체적으로는 비잔틴 양식의 건물이다. 5개의 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산 마르코의 업적을 기리는 12~13C 그림들이 있다. 베네치아가 오스트리아로 넘어갈 때 나폴레옹과 오스트리아가 유물을 모두 가져갔으나 워터루 전쟁의 실패로 많은 양을 다시 돌려주게 되었다. 성당 입구 위의 4마리 청동말들은 1204년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것이다.  진품은 성당 2층 박물관에 있었다. 이 말들은 로마에 있는 법원 건물,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카루젤 개선문 등 유럽의 여러 건축 장식물로 쓰인다.

 

줄지어 서서 곤돌라를 타는 모습.  곤돌라에 장식된 말 문양. 천년의 도시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낭만적인 멋진 경험이었다.

 

* 베네치아에는 역사적·예술적 가치가 큰 대저택과 옛주택이 450여 채 남아있는데 대개 수많은 말뚝이나 돌받침대 위에 세워져 있다. 지금은 원래 소유 가문에 남아 잇는 것은 별로 없고 대부분 사무실, 골동품상전으로 사용되고 일부는 호텔로 개조되었다. 그란데 운하를 끼고 산타마리아델라카리카의 옛 수녀원, 성당, 상인조합건물에 들어있는 아카데미아는 주요 미술관으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전시를 하고 있다.

 

당시 견고하게 지었던 돌벽들이 오랜 세월 물에 씻기면서 많이 훼손돼 가고 있다.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 대단한 도시를 보면서 한껏 화려했던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예수의 열두 제자 형상을 나타낸 천장화. 성당안 바닥의 여러 가지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도 퍽 아름답다.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금조각을 비롯하여 작은 조각조각을 모두 모자이크한 그림들이라서 놀라웠다.

아래 첼로는 아마도 무지 오래된 것 같았다.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성당의 2층에는 성당앞 위를 장식한 청동상의 진품과 기둥 장식돌이 전시되어 있었다.

 

* 60유로 선택관광이었던 수상택시는 타고 싶지 않았는데, 가이드의 강권으로 참여할 수 밖에 없었다. 젊은이들은 속도를 즐기며 신나했지만 나는 찬 바닷바람이 부담스러워 선실안에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종일 바다에 계셨던 오빠가 기침감기에 걸렸다. 귀국해서 병원에 다녀오셔고야 나았다. 나이 많으신 분들은 큰 배를 타고 오고 간 것과 곤돌라 타고 즐긴 것 까지가 적당하다. 그 시간에 베네치아의 유명한 탄식의 다리와 리알토 다리는 거닐어보았어야 했다.

 

* 16C 말 1592년에 완공된 '리알토' 다리. 공개입찰로 미켈란젤로를 비롯한 많은 유명예술가들이 지원했는데 베네치아와 친분이 있는 '안토니오 다 폰데'에게 건설권이 주어지고 당시 금화 25만 냥의 큰 비용을 투자했다. 다리 위에는 각종 기념품 가게가 즐비하고 다리를 건너면 시장이 나온다. 수상택시를 타느라 가보지 못한 것이 영 아쉽다. 미리 공부하고 가지 않은 탓이다.

 

* 여행에서 돌아와 찾아보니 수상택시를 타고 베네치아 S자 대운하를 달려본 사진이다. (인터넷 사진)

 

* 로마 귀족들의 휴양지였던 도시 시르미오네. 가르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도시를 관광하면서 본 시르미오네 성. 물위에 떠있는 성이라니! 풍광이 정말 멋지다. 물 위로 어여쁜 청둥오리들이 유유히 떠다녔다.

 

* 세기의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가 한때 머물렀다는 집. 화려했던 젊은 날에 이어진 불행한 노년은 잃어버린 사랑때문이었다.

그녀의 오랜 집착이 사라진 아름다운 호수와 거리 풍경들을 보면서 걸었다. 젊은 날 뜨거웠던 사랑을 회상하며...

 

* 시르미오네 가르마 호수 석양. 사진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찬란한 노을 속으로 들어간  오빠와 나는 '지금 이곳에서' 충분히 행복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더니! 이런 시간을 보낼 줄 몰랐다.

 

* 스칼리제로 가문이 호수위에 세운 스칼리제로 성. 고풍스럽고 웅장하다.

 

우리 일행 중 다정해 보이는 모자(母子). 밍크 코트 입은 아줌마와 모직코트 차림의 아들. 추위를 많이 타거나 패션의 나라이니 멋을 내기 위함인지, 큰 짐을 들고 다닐 수 있는 든든한 아들 덕분이리라. 

 

* 위에서 내려다 본 시르미오네 성곽. (인터넷에서 찾은 사진)

다음날 아침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향해 가면서 구경한 거리 풍경들이다. 

 

유럽 최고의 성악가들이 공연하는 스칼라 극장. 1778년에 건축되었으나 2차 세계대전 때 소실되어 복원된 모습이다. 극장옆에는 여러 오페라 물품들이 전시되어 잇는 스칼라 박물관이 있다고... 들어가 보면 좋았을텐데...

*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술관 앞 동상.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아래 4명의 제자가 함께 조각되어 있다. 멋진 조각이다.

 

두오모 성당 옆 화려한 아케이드형 쇼핑센터. 밀라노의 거실이라 불리는 빅토리오 엠메누엘레 2세 갤러리아이다. 1965년 시작해서 1877년 완공된 셰계에서 가장 오래된 쇼핑몰 중 하나이고 또 가장 아름다운 상점가이다. 아이쇼핑만 했다.

 

* 중앙돔의 아래 바닥 모자이크 한부분이 움푹 패였다. 황소 생식기를 밟고 돌면 불운을 피하고 행운이 온다고 믿는 관광객들이 얼마나 많이 밟고 돌았는지... 이곳을 설계한 '주세페 멘고니'가 완공을 앞두고 갤러리아 팔각 두오모에서 떨어져 사망하므로 유래한 이야기이다.  

 

* 유럽에서 4번째로 큰 규모의 밀라노 대성당. 또 다시 감동으로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카톨릭 신자가 아니여도...

2000여 개 이상의 조각과 수없이 많은 첨탑과 기둥으로 된 바로크, 신고딕, 네오클래식 양식의 종합체이다. 1386년 건축이 시작되어 450년 뒤인 19C 초 완공되었다. 성당 전반부의 모습은 나폴레옹의 지시로 프랑스 건축가 '보나빵테르'가 1809년에 다시 지은 것이다. 밀라노는 1535~1713년 까지 스페인 영토였으며, 이후 1815년까지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다. 하늘을 찌를 듯 뽀족한 135개의 탑이 특징이며 꼭대기에는 황금빛 마돈나를 세워 놓았다. 두오모의 길이는 148m나 되고 가장 넓은 곳의 측면은 91m이다. 성당 내부에는 52개의 열주가 늘어서 있고 건축초기에 만든 아름다운 스테인글라스를 볼 수 있다. 여러 예술 작품들과 대주교를 비롯한 유명인들의 묘가 있다.  입구의 청동문은 '루도비코 폴리가기' 작품으로 예수 태형 부조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사람들이 만지며 소원을 빌기도 한다. 254개의 계단을 따라 성당 지붕으로 올라가면 도시를 전망할 수 있다는데, 옥상을 올라가 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 천년이나 이어져온 교황령을 끝내고 상징적인 바티칸 시국으로 이탈리아를 통일한 왕 빅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 동상.

 

 

* 유럽 최대 규모라는 명품 아울렛 '세레발레 아울렛'에서 시간을 넉넉히 보내고 공항에 갔다. 일행은 쇼핑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나는 아이쇼핑만 하고 오빠는 맘에 드는 운동화를 하나 사셨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물건이 넘치는데 굳이 이태리 명품을 살 필요를 못 느꼈고 꼭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카드로 살 수도 있었는데, 별반 맘에 드는 물건도 없었다. 가이드가 주는 점심값에 남은 잔돈까지 10유로를 흘려 점심도 간단히 먹었다. 청바지 작은 주머니에 넣었던 돈이 화장실에서 볼일 보면서 빠진 것 같았다. 오빠에게 민망한 순간이었다. 

학창시절 날 돌보아 주었던 오빠와 처음 하는 해외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비행기에 올랐다. 역시나 페키지 여행은 수박 겉핧기를 벗어나기 어렵다. 8박 9일 일정이 짧은데 많은 곳을 보려니 자세히 속속들이 볼 수 없는 거다.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면서 다시 한 번 그 곳, 그 아름답고 멋진 순간들을 뒤돌아보는 즐거움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