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벤쿠버로 와서 다음날 알래스카 가는 크루즈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 나갔다. 오빠와 조카가 배를 타는 곳까지 동행해주었는데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3,000명 정원에 직원이 1,300명이라는 대형 유람선이었다. 마치 엄청 커다란 호텔 건물이 움직이는 듯 했다. 한국어 가이드가 모객 10명이 되지 않아 취소되어 오빠가 따라가려고 했지만 이미 표가 없었다.
오래 전에 '알래스카, 바람같은 이야기' (호시노 미치오 지음)책을 읽고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벤쿠버 와서 갈 수있게 되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생각난다. 큰오빠가 알려주어서 얼른 예약해 달라고 했다.
오빠와 조카가 많이 알아보고 몇 달 전에 미리 예약하여 저렴한 비용 1,000$(미달러) 주고 7박8일을 다녀왔다. 베란다 있는 방은 1,900$이라고 했다. 그러나 엘레베이터를 타고 선실 밖 베란다로 쉽게 나갈 수 있어 굳이 베란다 방을 선택하지 않아도 편하고 좋았다. 배 안에서 쓰는 특별한 비용이나 섬에 내려 사용하는 옵션 비용은 별도였다. 우리는 설원 기차만 타기로 하였다. 지구의 기온 상승으로 빙하가 많이 녹아 생태계의 심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눈이 있었던 산들이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머잖아 이런 빙하를 구경할 수 없는 날이 올 것 같다.
시애틀에서 출발한 이 배는 벤쿠버에서 대부분의 손님을 태우고 떠난다. Holland America Line 회사의 네델란드가 제조한 배이다. 층마다 안내와 청소를 하는 직원들이 두 세 사람씩 있어 불편함 없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우리 층의 착하고 공손한 한 직원은 한국말을 제법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자녀들, 은퇴한 노인들, 휠체어를 탄 몸이 불편한 이들, 다양한 사람들이 여유롭게 삶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한국 사람들도 여럿 만났다.
제주도에서 온 두 남자분과 동창모임이라는 여성 7분과 시누이, 남편 두 분, 10분의 일행과 어울려 즐거웠다. 그외에도 배에서 내릴 때마다 한국분들을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누었다.
배에서는 와이파이를 사야했다. 하루만 35,000원 사용료를 내고 우리를 보내고 걱정하는 이들에게 연락을 했다. 좀 아까워서친구에게도 괜히 카톡 전화를 했다. 힘들게 기다려서 연결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 구글을 사용하지 않아서 다시 앱을 깔고 오래 걸렸다. 친절한 직원들이 도와주었지만 유심을 넣어온 친구 핸드폰은 끝내 연결 못하고 내 것을 사용해야 했다.
친구의 자상한 딸이 엄마 걱정을 많이 하였다. 그러나 우린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고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다. 직원들이 아침마다 그 날의 일정표를 가져다 놓고 청소도 해놓았다. 심지어 타올로 동물모양을 만들어 침대에 놓았다. 들어가면서 우리는 웃음을 빵 터트렸다. 손님을 위하는 서비스 정신이 대단했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그 직원 특히 정성스러웠다.
드넓은 하늘에 풍부한 구름이 그리는 그림들이 대단했다.
배안에서 첫날 저녁, 피곤하고 어깨가 아픈 친구가 전신마사지를 받고 싶어했지만 벌써 예약이 꽉 찼단다. 그래서 다음 날로 예약하고 사우나를 하러 갔다. 나는 평소 스트레칭 운동을 꾸준히 해서인지 다리만 좀 아플 뿐 괜찮았다. 다음날 비싼 전신마사지를 함께 하면서 정말 피곤이 확 풀렸다. 그녀들의 손이 바로 천사의 손이었다. 특히 따뜻한 돌맹이로 맛사지할 때 넘 좋았다. 부드러운 피부를 만지며 기분이 아주 좋았다. 고마워서 팁을 후하게 주었다.
식당에서 자주 보았던 점잖은 노부부의 말없는 모습에서 그들이 함께 흘려보낸 세월의 연륜이 느껴졌다.
미로처럼 복잡한 방을 찾아가느라 5층 엘레베이터를 내려 이 그림 액자들 걸린 복도를 주시해 찾아가곤 했다. 수영장, 월풀이 두 군데 있었는데, 하나는 천장이 뚫린 곳이라 남성들이 주로 이용했다. 우리는 지붕이 있는 따뜻한 곳의 수영장 월풀을 사용했다. 수영장에서는 대형 화면이 있어 영화도 상영했다. 곰가족의 사계절 생활을 생생하게 보았다. 방에도 TV가 있어 나가지 않은 밤에는 재미있는 알래스카 영화도 한 편 보았다. 끝없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바다와 산을 내다보면서 하루 세끼 잘 차려진 식사를 할 수 있는 건 행복하다 못해 과분한 호강이었다. 오래 살면 이런 좋은 일도 경험하는 게 인생이다. ㅎ
오늘은 일정에 현대무용 공연이 있었다. 수준이 꽤 높고 아름다웠다. 조명 효과로 많은 무용수들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5인이었는데 변화무쌍했다. 음악도 훌륭했다. 박수를 많이 치고 흐믓한 마음으로 홀에서 나왔다. 이런 프로그램을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쓸데없이 공기도 안 좋은 오락장에서 돈을 날리고 있었다. 뭐가 잘못되어 돈을 엄청 많이 잃었다고 놀라며 쩔쩔매는 두 남자를 친구가 도와주어 해결해주자 바에서 와인을 한 병 시켰다. 제주도 유지라는 그들은 취향이 너무 달라 함께 어울리기 힘들었다. 슬슬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과도한 농도 당혹스러웠다. 밤시간이 되자 록 룸에서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젊을 적 생각이 나 서양사람들과 어울려 춤도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ㅎ 시끄러운 음악소리를 듣고만 있는 건 시간낭비니까 운동을 하는 게 좋다. 호응해 주고 즐겁게 놀아주어야 싱어들도 좋아한다. 그들에게는 노동의 시간이니까...
처음 내린 곳은 주노이 섬이었다. 그곳의 박물관을 구경했다. 추울 줄 알았던 알래스카는 한 낮에는 반팔 티셔츠를 입고 햇빛을 가려야할 만큼 더웠다. 한적한 마을을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원주민들에 대한 다큐도 보았다.
선상 베란다에 나가 고요하고 장엄한 자연경관을 즐기며 홀로 생각에 잠겼던 단골 의자이다. 아침에는 조깅하는 사람들이 혹간 있었지만 대체로 사람이 오가지 않는 조용한 장소였다. 간혹 바람이 부는 날도 있었지만...
배에서 두번째 내린 곳은 스카이웨이 마을이었다. 마을을 좀 둘러본 후 화이트 패스 산악열차를 타고 구비구비 삼림 속을 달렸다. 공기가 상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빙하가 넘 많이 녹아 내가 예상했던 알래스카와는 많이 달랐다.
물안개 걷히는 산과 암벽, 멀리 보이는 얼마 남지않은 빙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신비스럽고 장엄한 자연의 침묵이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멋지고 행복한 시간이 배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하얀 포말처럼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꿈 속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애써 누른 그리움을 뒤돌아 보기도 했다.
배 안에는 미술품을 전시하는 곳도 있어 두 번 관람했다. 보석을 파는 가게가 배에도 있고 섬에도 여러 곳 있었다. 금광이 있어서인지 사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배 안에서 상영된 영화 알래스카 곰가족의 사계절은 흥미롭고 찡한 감동이 있었다. 많은 사람이 자유로운 자리에서 관람했다.
다음 내린 곳은 캐시간 마을이었다. 정착한 배 두 채가 있어서인지 좀 떨어진 곳에서 작은 배로 나누어 타고 선착장에 닿았다.
휠체어 탄 이들은 보호자와 함께 내려 마을 구경을 하였다. 우리는 이곳 박물관 구경을 하고 연어가 올라간다는 계곡에 앉아 찬물에 발을 담구며 사진을 찍었다. 박물관 셔틀 버스를 타보기도 했다. 일부 사진을 올린다.
박물관 바닥에 영사기를 이용해 비추던 그림이다. 유물, 암석, 기념품, 사진자료 등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일찍이 알래스카에서 살던 원주민들의 생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고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즐겁고 편안했던 7박 8일의 여정을 끝내는 마지막 밤 선상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아름답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담고 바다는 유유히 흘러간다. 추운 겨울이 아니라 알래스카의 오로라를 보지는 못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운 여행을 마치고 벤쿠버로 돌아간다. 알래스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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