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음악, 무용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디자이너와 작곡가)

나무^^ 2024. 3. 9. 12:33

 

감독  얀 쿠넹

제작  프랑스, 일본, 스위스 (110분)

출연  안나 무굴라리스, 매즈 미켈슨, 캐서린 데이브니어

 

패션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샤넬'의 이야기를 다룬 두 편의 영화는 모두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남자에 의존해 살던 시대에 한 여성으로서 독립적이고 당당했던 그녀의 삶이 매력적이었다.

부모가 돌보지 않아 고아원에서 자라 양장점 견습공으로 들어간 재봉사였지만 가수를 꿈꾸며 카페에서 춤추며 노래 부르던 그녀는 한 귀족의 도움으로 파리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몸을 꽉 조이는 코르셋과 레이스로 화려함을 치장하던 상류여자들 속에서 과감하게 그 모두를 제거하고 자신만의 실용적인 의상을 제작하는 그녀의 탁월함을 알아주던 남자 '아서 카펠'과 사랑을 나눈다.

그의 도움으로 모자 가게를 열면서 시작된 그녀의 팻션사업은 상류사회의 유행을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서출 귀족이었던 그는 정략결혼을 하며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떠난다. 

자신의 어머니를 비롯하여 남편에게 속한 여자들의 의존적 삶에 회의를 느낀 그녀는 일에서 보람을 찾으며 자유롭게 살아간다. 

화려함이 지나쳐 치덕거리는 천박함마저 느껴지는 패션계에서 그녀의 절제된 단순한 스타일은 실용성과 함께 마치 그녀의 확고한 성격처럼 돋보이며 고급스럽다.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을 향해 노력한 그녀에게는 남다른 능력이 있었다. 지금보아도 그녀의 의상이 어색하지 않은 '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코코 샤넬' 영화로 2010년 영국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여배우 '오드리 토투'는 실제 그녀의 모습과 많이 흡사했다고 한다. 

               

2009년 칸영화제에 오른 두번째 영화는 마치 이전의 영화를 이은 듯 정상에 오른 샤넬이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를 만나 사랑을 나누며 그녀만의 향수' 샤넬5'를 만들기까지의 내용이다.

1913 년 파리에서 초연한 발레극 '봄의 제전'은 '나진스키'가 안무를 맡고 '스트라빈스키'가 작곡을 맡아 상영되지만 당시의 전형을 깬 전위적인 음악과 안무로 객석은 난장판을 이루고 혹평을 받는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한 그녀는 새로움을 느끼게 한 작곡가에게 호감을 느끼며 어려움에 처한 그를 후원한다. 러시아 혁명으로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호텔을 전전하는 그의 가족에게 그녀는 자신의 저택을 제공하여 함께 생활한다.

그들 가족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내지만 두 사람은 서로 강렬하게 끌림을 자제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의 음악에 조언자였던 아내는 눈치를 채고 절망한다. 결국 견딜 수 없는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저택을 떠난다. 그들의 생활 모두를 책임져 준 고마운 샤넬이였지만 남편과 함께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로에게서 영감을 얻으며 일과 사랑에 몰두한 그들에게서 세상은 '샤넬5'의 향기와 '봄의 제전'이라는 대표작을 얻는다. 잠깐 그들이 늙어 각자 외롭게 혼자 잠자리에 들고, 일어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 인생무상을 곁들이는 감독의 의도는 영화의 흐름을 확 깨며 관객을 씁쓸하게 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인생인 것을...

 '나는 누구와도 같지 않다. 내가 곧 스타일이다.' 라며 최초로 여성복에 주머니를 만들고 스카트의 길이를 올려서 실용성을 추구하고 '저지'라는 매끄럽고 부드러운 옷감으로 우아한 세련미를 구사하였으며 장례식에서만 사용하던 검은색 옷을 멋진 여성의 팻션으로 구사했던 그녀의 삶과 의상의 흔적을 구경하는 재미가 큰 영화였다.  '코코 샤넬' 영화 속 오드리 투투의 사랑스런 모습과 대조적으로 이 영화의 배우 안나 무글라리스는 매력적이나 강한 인상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