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음악, 무용

더 콘서트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나무^^ 2024. 3. 11. 19:47

 

감독  라두 미하일레아누

제작  프랑스, 이탈리아, 루마니아, 벨기에 (2010년. 119분)

출연  알렉세이 구스코프, 멜라니 로랑, 드미트리 나자로프, 발레리 바리노프 외 다수              

 

* 작년에 '라뮤즈' 음악감상실에서 '차이코프스키' 음악을 들으면서 요약해 보았던 영화를 TV'쿡'에서 다시 보면서 아들과 함께 감동을 나누었다. 영화 내용에 대한 해석이 좀 다른 부분을 밤늦도록 대화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4국이 합작한 이 영화는 차이코프스키 음악이 주된 설정이다. 클래식 명곡에 스며든 한 지휘자의 열정어린 애정과 고뇌를 품격높게 승화시킨 훌륭한 영화였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구소련 브레즈네프 시절, 촉망받던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오케스트라에서 유태인 연주자들을 몰아내라는 당의 지시를 어기자 지휘를 못하게 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삭히며 30년 동안 볼쇼이 극장의 청소부로 일하던 그는 어느 날 극장장의 방을 청소하다가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보내 온 팩스를 우연히 발견한다.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를 파리에 초청하고 싶다는 그 팩스를 읽는 순간, 그의 머리에는 무모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이미 연주를 그만 둔 옛 유태인 동료들을 규합하여 정규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 대신 파리로 연주 여행을 떠난다.

지휘자 필리포프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 젊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안느-마리 자케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이다. 그들이 협연하는 명연주는 눈물과 함께 자신들의 빼앗긴 세월을 보상받는다.

 

그냥 들어도 가슴 저리게 아름다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는 그들의 이야기로 더욱 더 심금을 울리며 눈시울을 젖게 한다.  

예술 극장에서 잠깐 상영하고 내린 탓에 미처 보지 못했던 좋은 영화를 보게 되어 행복했다. 

필리포프와 안느-마리 자케가 부녀라고 짐작했던 내 생각을 아들의 반박으로 수정하였다. 그의 음악에의 열정과 사랑했던 동료의 죽음에 대한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임을 새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안느 마리 자케는 바로 30 년전 그와 최상의 호흡을 맞추며 열연했던 바이올리스트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유대인이었던 그들 부부는 수용소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숨지고, 그들의 6개월된 딸은 악기 케이스에 담겨져 러시아를 떠나 부모 대신 한 여성의 손에 의해 촉망받는 바이올리스트로 성장하였다. 그녀 어머니가 서서 연주하다 중단된 샤를레 극장 그 자리에 서서 신들린 듯 연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들, 그들의 포옹을 감싸안는 수많은 관중들의 열광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연주를 성공시켰음을 알려준다.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 OP.35'가 물결치듯 오래동안 이어지며 영화를 최고조에 이르게 한다. 

 

러시아의 국민배우라는 '알렉세이 구스코프'는 지휘자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시키고, 프랑스의 엘리트 배우인  '멜라니 로랑'은 안느-마리 자케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주자에게 3개월 동안 바이올린을 배우는 등 연주 연기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라두 미하일레아누' 감독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었다는 프랑스의 영화음악가 '아르망 아마르'는 이 작품으로 '세자르상'을 받았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애호가는 물론, 모르는 이도 이 영화를 보면서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선률에 빠져들게 한다. 아름답고 품격 높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