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라스 폰 트리에
제작 덴마크 (2019년.137분)
출연 비욕, 카뜨린느 드뇌브 외 다수
이 영화는 제 53회 칸영화제(2000년)에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받은 뮤지컬 영화이다. 2002년 2월에 상영했던 영화를 나는 뒤늦게 TV '쿡'에서 무료로 보았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
체코에서 이민 온 가난한 노동자 셀마는 유전병으로 시력을 잃어 가면서도 뮤지컬에 대한 꿈을 거둘 수 없었다. 어린 시절 그녀를 매혹시켰던 체코의 뮤지컬 배우를 동경하며 고된 일상 중에도 뮤지컬 연습으로 삶의 고단함을 참아낸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희망은 같은 병을 앓는 아들 '진'이 장님이 되기 전에 눈을 수술해 주는 일이었다. 그래서 밤낮 없이 일해 수술비를 거의 다 모으지만 그녀를 도와주었던 친구라고 생각했던 이웃부부...
경찰인 빌은 아내를 위해서 그녀의 돈을 훔치고, 아내는 그의 말만 믿고 그녀를 신고한다. 절망한 셀마는 빌과 다투던 중 권총으로 그를 살해하고 만다. 빌은 죄책감 때문에 셀마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애원한다. 그러나 누구도 셀마의 그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아들의 수술비로 변호사 사는 일을 거부하고 사형대에 오른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선함은 악함만도 못하다고 했던가? 그녀의 순수하고 우직한 어리석음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웃으며 노래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게 한다.
'품에 안아보고 싶어서...' 아들을 낳은 대책없는 그녀는 마치 신의 조화 속처럼 부조리하기 이를데 없다.
자신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슬퍼하는 빌에게 자신도 비밀을 털어놓음으로 그에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동기부여를 하는, 모든 사람이 자기처럼 선한 줄 믿는 어리석음이다.
인간의 악함의 한계를 알지 못하는 그녀는 시력을 잃는 일도, 이제 죽어야하는 운명까지도 순순히 받아들인다.
인간이 기억하는 삶이 단 한 번이듯이 죽음 또한 단 한 번임을 인정하듯이...
자식을 책임져야하는 무거운 짐을 마다하며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드는 요즈음 젊은이들에게 이처럼 바보같은 여자가 또 있겠냐마는, 그녀는 인간으로 태어나 최선을 다해 후손을 남기고 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이었다. 어떤 삶을 살아도 안 가본 길에 대한 동경과 지나온 길에 대한 후회가 없을리 없지만, 그렇다면 자신이 선택한 삶에 스스로 최소한의 행복과 자랑스러움을 느끼고 죽어야할 것이다. 그녀처럼...
세상은 온갖 다양한 생물과 다양한 인간으로 우리들이 살이가는 세상살이를 무궁무진 흥미롭게 한다.
지나치게 똑똑하고 이치에 밝은 사람들만 존재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숨 막힐까?
한 개인을 보더라도 그에게는 다양한 측면이 함께 있음으로 자기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그 모든 것은 존재이유와 함께 필요성이 있는 것일게다. 악이 있음으로 선이 존재하듯이...
그러므로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기 위한 자비심으로 포용하는 조화로움이 필요하다.
무지하고 어리석을수록 자기아집에 빠져 고통스러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형대에서 자신의 사명을 다한 듯 떠나는 그녀를 단죄하며 쳐다보는 무분별한 빌의 아내는 '블랙코메디' 그 자체였다. 육체적 장애가 없는 사람들의 정신적 장애는 더욱 심각한 일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순수한 그녀의 의미 깊은 노래와 춤은 지독히 슬픈 이 영화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배우 비욕은 어리숙한 그녀를 완벽하게 연기해 빠져들게 한다. 그녀를 돕는 낯익은 우아한 용모의 까뜨린느 드뇌브를 다시 보는 재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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