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른나라)

꿈 같은 아이슬란드 1.

나무^^ 2024. 11. 15. 23:17

 

* TV를 보다가 롯데홈쇼핑에서 5박 8일 아이슬란드 오로라 관광을 광고하는 사진을 보고 신청했다. (599만원. 6개월 카드 할부 결재. 가이드비  면제. 유로화나 카드를 사용해서 자국 화페는 바꾸지 않았다. 거스름으로 받은 잔돈은 면세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는데 사용하였다.)  

오래전 알래스카를 소개한 책에서 본 신비스러운 오로라, 이후 TV 영상을 통해서도 보았는데 직접 꼭 가보고 싶었다. 하루만에 룸메이트를 구해 주어서 마음 먹었던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떠났다.

중년의 가이드와 오로라에 빠진 20명의 인원이 함께 여행했다. 핀에어 비행기로 11시간 45분을 날아가 헬싱키에서 레이캬빅으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고 또 3시간 45분을 갔다. (총 15시간 30분) 핀란드 항공이었는데, 자리를 선택하려면 65,000원을 추가해야 해서 정해지는대로 앉았다. 다행히 운좋게도 모두 앞부분 통로쪽 좌석이었다. 비행기는 쾌적하고 2번 나오는 음식도 양호했다. 한국어로 된 영화가 거의 없어서 좀 아쉬었다. 가져간 소설책을 읽으며 비몽사몽하다 도착했다. 잔뜩 피곤한 몸으로 내렸는데, 바로 스카이라군 스파를 하면서 여독이 싹 사라질 만큼 상상 이상의 체험을 하였다. 바로 지상천국!!! 그 광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바다로 탁 트인 전망이라니!

수영을 못하는 나는 룸메이트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걸어들어갔다. 날씨가 흐렸지만 온천물은 기분좋게 따뜻해서 전혀 춥지 않았다. 바로 앞 바다에서 마치 환영 인사를 보내는 듯 고래가 두 번 몸을 드러내자 모두들 탄성을 내지르며 환호했다. 

 

* 혼자 온 이가 6명이나 되었다. 젊은 청년 한 사람과 한 여인은 백여만 원씩을 더내고 독실을 쓴단다. 나보다 6살 젊은 여인과 룸메이트가 되었다. 그녀는 출판사 편집일을 하는 후덕한 여인으로 대화가 통해서 마음이 편했다. 그녀는 필요 이상의 많은 짐을 가지고 와 힘들여 보였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본 풍광들이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태초의 세상처럼 신비롭고 한적해서 매력 만점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며 자욱해졌다.

고기 위주의 푸짐한 점심 식사를 하였는데, 대체로 음식이 짠편이어서 수프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먹었다. 물가가 비싼 곳인데, 식사량이 적은 나는 여행 내내 음식을 많이 남겨야했다. 호텔 조식은 먹을 만큼만 가져와서 좋았다. 여행사 가격이 비싼 만큼 숙식은 최고로 제공되었다.

 

빨리 어두워지는 관계로 걸음을 재촉하여 싱벨리어 국립공원으로 이동하였다.  비가 조금씩 흩뿌리는 가운데 간헐천을 보았다. 뉴질랜드에서 보았던 터라 새롭지는 않았다. 땅거미 지는 시간에 게이시르 폭포와 굴포스를 바쁘게 구경했다.  인터넷에서 맑은날 높이 솟는 간헐천의 모습과 반짝 무지개 뜬 굴포스 사진을 찾아 2장 더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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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를 하고 나온 음식점 불빛이 아스라이 멀게 느껴진다.  첫날은 정신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낮이 좀 긴, 초록색 들판과 꽃들도 볼 수 있는 계절에 여행하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아 붐비겠지만...  예상만큼 춥지 않아 눈이 아닌 비가 내렸다. 

 

 

*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에 위치한 호텔에서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한 후 오로라를 기다렸지만 날씨가 흐리고 비가 조금씩 내려 기대하기 어려웠다. 가이드만 나가서 보초 서다 들어갔다. 일행 4명이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
달리는 차창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라 뿌옇고 촛점이 잘 맞지 않았지만 몽환적 낭만으로 가득한, 고요한 태초의 세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 다음 날, 비가 조금씩 오는 가운데 스카프타벨 국립공원으로 이동했다. 신혼 여행을 온 젊은 부부가 일행과  친해지기 전이라  스스로 사진을 찍기 위해 핸드폰 설치를 하고 있다. 새파란 빙하가 쪼개져 바다에 둥둥 떠다니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지구 한쪽에서는 전쟁의 고통으로 신음하는 세상, 다른 한 쪽의 세상은 이토록 순수하고 아름답고 고요하다. 피알레 요클이다.

 

 

* 다이야몬드 비치. 검은 모래밭에 얼음이 수정처럼 맑아 붙여진 해변이름이다. 모두들 얼음을 들고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사진 찍어주기 좋아하는 짝궁 덕분에 나도 정말 많이 사진을 찍혔다. 

 

* 혼자 와서 친해진 네 여인의 뒷모습. 나는 버스에서 더워 아예 코트를 벗고 나갔다. 칠레, 캐나다 록키, 알래스카에서도 빙하를 보았지만 이렇게 광활한 천지에서 보는 건 또 색다르고 아름다웠다.  

 

* 바람 불고 추운 나라여서 상점마다 방한,방수용품을 많이 팔았다. 일행이 타고 다니던 대형 버스. 자리가 넉넉해 편안히 다닐 수 있었다. 호텔 로비에 걸려있던 말 사진. 이곳의 말들은 키가 약간 작고 털이 길었다. 혼자 온 사람들이 모여 앉은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기다리는 중 찰칵! 

 

* 다음날 흐리고 어두운 새벽, 라마필드 이끼 낀 툰드라 지형을 지나고 지나 용암지대로 달려갔다. 마치 미지의 혹성을 달리는 듯 신비로웠다.

 

혼자 여행길에 나선 용감한 다섯 여인을 가이드가 찰칵! 그 중 뒤에 선 검은 모자 쓴 이는 대전에서 왔는데, 처음 하는 해외여행을 이토록이나 먼 곳으로 왔다. 다행히 친화력 좋은 여인과 룸메이트가 되어 넷이 함께 행복한 여행을 하였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그녀는 감사하다며 세 사람에게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 우리는 '오로라' 카톡방도 만들어 찍어준 사진들을 올리며 '라오스'로 다음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다.

혼자 온 이 청년은 원양어선을 탄다는데, 그의 노랑머리가 바람에 날려 마치 '어린왕자'를 연상케 하였다. 헬싱키에서 비행기 옆좌석에 앉게 되어 대화를 하였다. 나이보다 많이 어려보이는 그는 사진 찍는 것을 수줍어 했지만 제 앞가림을 잘하는 진취적인 해남 청년이었다. 

 

* 오래 전 북유럽·러시아를 여행할 때 입었던 누비 이중 면코트. 10여 년 전 헐렁했던 코트였는데 체중이 많이 늘어났다. 방수기능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 방수 다운 점퍼는 작은 트렁크에 있어서 이틀 동안 그냥 입고 다니며 비를 좀 맞았지만 호텔이 따뜻해 다음날은 잘 말라있었다. 바람이 불 때는 우산이 소용없었다. 우비가 꼭 필요한 나라이다. 짝꿍이 대만에서 송출했다는 빨간 우비를 빌려주어 이틀간 고맙게 잘 썼다. 그녀는 또 다른 우비를 가져와 청년에게도 빌려주었다. 내가 다이소에서 산 우비는 단추가 없어 불편했다. 아래 사진은 가이드. 주도면밀하지 못한 안내 덕에 블루라군에서 헤프닝이 있었지만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다.

 

 

* 나흘째 되는 날 저녁, 완전 무장하고 오로라 투어를 나갔지만 날씨가 흐려서 보지 못했다. 하늘에 약간의 빛줄기가 스치곤 했지만 성능 좋은 카메라에만 잡힐 뿐, 대전여인 왈 '나만 녹색 색맹인가?' 해서 함께 웃었다. 찬란한 오로라 빛잔치를 기대했던 건 무리였다. 황량하고 거대한 세상, 환상적인 스카이라군 스파 체험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좋은 일행들과 함께 한 시간도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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