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터어키 카파도키아.
만남
나무
고개를 내밀며 멀어져가는 그는 곧 지나가는 풍경이 된다
시든 화초에 물을 주듯 살아나는 미소. 만남은 끝이 난다
연골이 닳아 일어나는 통증처럼 헤어짐이 쓸쓸하다
내동댕이치고 싶은 욕구를 지긋이 누르고 돌아온다
욕정도 일지 않는 날아가는 언어들이 웃은 시간
주머니 속 먼지처럼 툭툭 털어낸다
옛애인의 쓸데없는 말장난처럼 쓸쓸하다
반짝이는 물결처럼 번지던 기쁨. 문이 닫힌다
내 남자는 어디에도 없다. 내 것이라곤 없다
애당초 아무 것도 없다. 있는 것은 사라지는 것뿐이다
사람들
나무
새로운 사람들 만날 때마다
그들을 통해 자주 나를 본다
그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 되고
그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 된다
나와 다른 이들을 분리시키던 미숙함에서
오히려 그들을 달래며 측은함을 지녀간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슬프고 힘들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괴로워 뒹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졌다.
때론 좋아서 가까이 가고
때론 싫어서 멀어지면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 지나왔다.
이제는 기억이 희미한 사람부터
아직도 가슴에 또렷이 남은 이들까지
모두 소중한 생명이며 또 다른 나인 것을
이제라도 그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나는 또 얼마나 넉넉한 가슴일 수 있을까.
나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 생명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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