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나무
침묵하는 시간
꽃망울 터트리는 봄 바람...
사라지는 겨울을 본다.
갑자기 휘몰아치는
폭풍우에 쓸려가는 삶의 흔적...
막막한 오늘이 사라진다.
침묵하는 시간
우수수 떨어지는 가을 밤...
황홀한 향연을 벌인다.
언어가 사라진 고요한 산...
부질없는 관계를 바로 잡으며
하얀 눈길 시리게 걸어간다.
그대에게
나무
진정으로 변함없이 생각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대가 있는 자리와 내가 있는 자리가 달라졌다
마음을 전할 수 없는 거리가 강처럼 놓여있다
무심한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다시는 그 강을 건널 수 없다
가슴에 각인된 의식만 자유롭게 넘나든다
푸른 하늘 훨훨 날아 서로에게 다다른다.
그대에게
나무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
사라진 존재에의 그리움...
맑은눈은
병원 철창에서 침 흘리며 죽어나가고
어린 꼬마눈은 예쁜 소녀에게 내어주고
책임지지 못할 존재를 떠나보내는데 익숙해지는 날들.
가벼워질수록 허전하고 시린 가슴
수시로 들여다보는 철없는 사내
슬프고 잔인한 사랑.
끝없이 윤회전생을 하는 속세가 이미 열반의 세계
그것을 의식만 하면 열반에 든다는데...
나는 언제나 해탈을 하고 열반에 들려나
그런 것이 있기는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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