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터어키 카파도키아.
다시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나무
남편이 죽자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정신병원에 갈 거라며 남편이 죽기를 바랬지만...
빈방을 기웃거리는 그 사내를 마다했다
날이 갈수록 다가오는 그를 마다할수록
환상은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워 견딜 수 없다
순간에 취한 그들에게 상황윤리는 무색하고
오직 결혼이라는 정당한 바톤을 쥐고 달린다
그녀와 다른 그의 아내는 제동을 걸 수없어 분노한다.
자식들이 등을 돌리고 친구들이 등을 돌린다.
그럴수록 결속은 다져지고 없던 힘이 솟는다.
오래 갇힌 새장 속 새는 스스로 날지 못해
돌봐주는 주인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녀는 자유보다 사랑이 좋다.
그는 아내보다 그녀가 좋다.
사랑을 실체화한 것이 결혼이고
사랑의 정점이 꼭 결혼이어야 한다면
기득권을 잃은 아내는 어디로 가야할까?
조신한 그녀가 깔고앉은 욕망이 하늘 끝 풍선처럼 터지지는 않을까?
영리한 그가 움켜쥐고 싶은 사랑이 더 큰 재난을 불러오지는 않을까?
다시 결혼하고 싶은 그들에게 '결혼'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키 큰 사람
나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가만히 등뒤로 와 말했다
<날 보지 말고 나와 친해질 수 있겠니?>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어깨동무를 하고 얼굴도 부빌 수 있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날 보지만 않으면 그렇게 할 수있어.>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의아해서 다시 말했다
<친하기 위해서는 서로 바라보아야 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화내며 말했다.
<누구든 날 보면 키가 자꾸 커진단 말이야.>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웃으며 가만히 말했다.
<커지는 널 보지 않고 친하고 싶은 네 마음을 볼께.>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마음이 커지는 작은 사람을 안아올렸다.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을 늘 볼 수 있을꺼야.>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어느 날 그에게 안겨서 물었다.
<근데, 네 마음이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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