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같은 글

다른 사람들 (다시 결혼하고 싶은 여자, 키 큰 사람)

나무^^ 2005. 8. 18. 02:20

     

 

                                                             2005. 터어키 카파도키아.

 

     

 

      다시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나무

 

 

남편이 죽자 그녀는 하염없이 울었다

정신병원에 갈 거라며 남편이 죽기를  바랬지만...

 

                                                        

빈방을 기웃거리는 그 사내를 마다했다

날이 갈수록 다가오는 그를 마다할수록 

환상은 활짝 핀 꽃처럼 아름다워 견딜 수 없다

 

순간에 취한 그들에게 상황윤리는 무색하고

오직 결혼이라는 정당한 바톤을 쥐고 달린다

그녀와 다른 그의 아내는 제동을 걸 수없어 분노한다.

 

자식들이 등을 돌리고 친구들이 등을 돌린다.

그럴수록 결속은 다져지고 없던 힘이 솟는다.

오래 갇힌 새장 속 새는 스스로 날지 못해

돌봐주는 주인이 없으면 살지 못한다.

                                                        

그녀는 자유보다 사랑이 좋다.

그는 아내보다 그녀가 좋다.

 

사랑을 실체화한 것이 결혼이고

사랑의 정점이 꼭 결혼이어야 한다면

기득권을 잃은 아내는 어디로 가야할까?  

 

조신한 그녀가 깔고앉은 욕망이 하늘 끝 풍선처럼 터지지는 않을까?

영리한 그가 움켜쥐고 싶은 사랑이 더 큰 재난을 불러오지는 않을까?

다시 결혼하고 싶은 그들에게 '결혼'은 또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키 큰 사람

                                나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가만히 등뒤로 와 말했다 

<날 보지 말고 나와 친해질 수 있겠니?>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돌아보지 않은 채 물었다.

<어깨동무를 하고 얼굴도 부빌 수 있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날 보지만 않으면 그렇게 할 수있어.>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의아해서 다시 말했다

<친하기 위해서는 서로 바라보아야 해.>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화내며 말했다.

<누구든 날 보면 키가 자꾸 커진단 말이야.>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웃으며 가만히 말했다.

 <커지는 널 보지 않고 친하고 싶은 네 마음을 볼께.>

 

 바라볼수록 커지는 키 큰 사람은

 마음이 커지는 작은 사람을 안아올렸다.

 <널 안고 있으면 내 마음을 늘 볼 수 있을꺼야.>

 

  바라볼수록 마음이 커지는 사람은

  어느 날 그에게 안겨서 물었다.

  <근데, 네 마음이 얼마나 큰지는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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