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시계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이 책은 꽤 오래전에 감동깊게 읽은 소설책이다.
지은이 'Anne Tyler'는 미국문단의 대표적 작가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겸비하여 비평가상,
퓰리처상 등 많은 문학상을 받은 여자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숨쉬기 연습(Breathing Iecsons)'이다.
역자는 <그녀의 작품은 섬세하고 재미있으며 진실되다>고 묘사했다.
나역시 사물을 관찰하는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인간성에의 신선한 통찰력, 날카로운 유머감각,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인물묘사가 대단하다고 느끼며 읽었다.
그녀는 주로 운명적으로 타고난 가족이라는 조직 속에서 일어나는 관계단절,
개인이 그 속에서 느끼는 근본적 고립감과 그에 따른 정신적 성장과정을 그렸다.
그녀의 작품 속에는 어떤 극적 요소도 선정주의 (센세이셔널리즘)도 없다.
그녀 스스로 <아주 사소한 일도 실제로 거대하고 중요한 일보다 더욱 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얘기하듯
보통사람들의 평상적 삶에 내재해 있는 작은 드라마에 관심을 보이고, 등장인물들의 선택은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쩔 수 없는 삶의 무거움에도 의연해야하는 그들의 모습은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에 대한 긍정이다.
이야기 줄거리는,
결혼한지 28년 된 부부가 친구 남편의 장례식에 가기 위해 자동차 여행을 하는 어느 하루 동안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메기 모우런은 노인 요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중년여인이다.
그녀와 대조적인 성격의 남편 아이러, 그들의 두 아이들과 겪는 갈등, 또 다른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 속에서
잘해 보려는 노력은 오히려 여러 가지 곤란을 겪게 되고 그것을 품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제1부는 메기, 제2부는 아이러, 제3부는 다시 메기의 의식을 통해 서술된다.
하루동안에 일어나는 일들과 병립하여 이들 부부의 의식 속에서 과거와 현재가 정교하게 맞물리면서
그들의 지난 삶의 희비극 30여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마지막 장면 아이러가 하는 카드놀이를 보면서 메기는 그것이 초기단계를 지나 기교가 필요하고
재미있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을 본다. 이것은 그들의 결혼생활을 상징한다.
서로 상반되고 분리된 자아, 또한 기쁨과 상실감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로서의 이들 부부는,
제시와 피오나의 결혼과는 대비되는 오랜 시간과 경험을 거쳐 합일과 조화가 성취된 현실적 결혼이다.
아름다움을 추억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꿈꿀 수도 있는, 인생여정에서 가장 풍성한 단계이며
용서와 용납을 배우는 시기인 중년...
메기는, 시계처럼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을 깨는 방법은 삶에 정직하고 용기와 인내를 갖고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인정하게 된다.
나는 작품 속의 그녀가 마치 내 자신인양 느껴질 때가 많았다.
멈추고 싶어도 어쩔 수없이 이어지는 삶의 일상화된 궤도를 당혹스럽게 바라보아야 하는 수많은 시간들,
그 속에서 다시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하기 위해 애쓰는 힘겨운 노력들...
여성의 섬세함과 사랑이 넘치는 감성을 훌륭하게 표현한 책이다.
아마 지금 읽는다면 그 느낌은 또 좀 다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한 본질을 느끼는 마음은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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