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내 생애의 아이들 (가브리엘 루다 作)

나무^^ 2006. 1. 17. 01:26

                

 

 

내 생애의 아이들

 

지은이   가브리엘 루다

옮긴이   김화영.

출판사   현대문학 (2003. 3.1)

 

* 가브리엘 루다는 1909년 캐나다 마니토바주의 생-보니파스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고 사범학교 졸업후 연극배우를 하면서 8년간 교사를 한 후 작가가 되었다. 그리고 1983년 74세로 사망하였다.

작가가 67세에 쓴 소설인데 마치 주인공 여교사가 당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감동과 사실감을 느끼게 한다.

어린 빈센토와의 만남에서 청소년기로 변화하는 메데릭과의 헤어짐까지 話者인 젊은 여교사의 사랑과 갈등이 감동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져 있다.

황량하고 광대한 평원의 한 구석에 자리잡은 작은 학교와 그곳을 에워싸는 사회문화적 환경, 그리고 자연환경이 이 소설을 특징짓는 요소이다.

 

사랑과 인식의 출발점인 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먼길을 돌아가는 아이들, '하늘 저 밑으로 가벼운 꽃장식 띠 같은 모양을 그리며 하나씩 하나씩, 혹은 무리를 지어' 나타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여교사. 

오래전, 아득한 먼 일처럼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옛날 시간을 옮겨놓은 듯 책을 놓을 수 없는 흡인력으로 사로잡는다.

아버지와 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빈센토가 話者와 화해하는 장면, 성탄절에 선생님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애쓰는 아이들, 클레르의 순진무구한 영혼은 빛바랜 아일랜드산 손수건을 그녀에게 선물하면서 천사처럼 기뻐했다.

 

<종달새>에서 닐은 매력적인 목소리로 주위를 정화시키고 위안을 주는데, 우크라이나태생 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노래로 노인들과 정신병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드미트리오>는 피혁공장을 하는 무지한 아빠 밑에서 성장하는 많은 형제의 이야기가 우스꽝스럽지만 진지하게 전개된다. 글씨를 잘쓰는 드미트리오와 아빠의 인간적 교감이 잘 나타난 글이었다.

<집보는 아이>에서 가난한 앙드레가 병든 엄마를 모시고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딱한 사정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다. 2마일 반이나 되는 거리를 통학하는 그 애는 한 겨울 폭설로 학교에 올 수 없었다. 어린 나이지만 가장으로 살아가는 의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찬물속의 송어>의 메데릭은 부유하지만 괴팍한 성격의 아버지에게서 애정을 느끼지 못하고  사춘기 반항과 연정을 선생님에게 쏟는다. 몇살 밖에 차이나지 않는 그녀에게 품는 가슴 저린 연정은 그들이 산 속에서 찾아내는 송어를 통해 교감하기에 이르고 아슬아슬한 감정이입을 느끼게 한다.

결국은 떠나가는 그녀에게 차창밖에서 던져주는 꽃다발은 순수한 사랑으로 장식된다.

혼잡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이들의 이야기는 책을 놓기 아쉬운 감동과 따스함을 느끼게 하였다.

 

작가의 젊은날의 자전적 이야기는 그녀의 맑은 영혼을 깊이 들여다보게 하였다. 그녀의 작가로서의 출발인 '싸구려 행복'과 '물닭이 둥지를 트는 곳', '세상끝의 정원'을 구해 읽고 싶다. 언젠가는 헤어지는 사랑의 아련한 아픔과 그 과정의 행복함을 많이 느끼게 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