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다른나라)

인도 여행 1.(뭄베이, 아우랑가바드, 자시)

나무^^ 2005. 11. 14. 22:49

* 오래전 헤르만 헤세의 '인도여행' 책을 읽고 그때부터 가보고 싶었던 인도를 이제야 간 것은 만나야할 인연들이 다 따로 있기 때문인가보다.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 더 즐겁고 인상깊었던 여행이었다.

 

첫번째 폭탄이 터진 건, 공항에서 비행기에 오르기 전 처음 계약할때와 일정이 다르다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할아버지 가지 않겠다고 야단법석을 피운다. 아뿔싸! 이번 여행이 좀 심상치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여행의 대장이 정해지는 순간을 보는 듯 했다. 에그! 그 난리를 안 피워도 나이상으로도 대장은 이미 따놓은 것인데... 

딸같은 가이드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협의를 하고 할아버지 달래기에 진땀을 흘렸다.  현지 기차시간 때문에 뭄베이 관광이 처음 계획과 좀 차질이 생긴 것이었다. 여행사의 잘못이었다. 어쨌든 다른 구경거리를 제공하기로 하여 소동을 잠재우고 무사히 비행기에 올랐다.

 

* 여행할 때마다 괴로운 건, 비행기로 오랜 시간을 가야하는 시달림이다. 그러나 창밖으로 내다본 파란 하늘의 흰구름은 솜털처럼 고았다.

 

            

 

* 뭄베이에 내려 어두운 새벽에 깨끗한 호텔에서 여장을 다듬고 씻은 후 기차역으로 가야했다. 유명한 경제도시 뭄베이는 결국 어둠에 가린 채 인도 제일의 고급호텔 반야궁전과 그 맞은편에 동상과 강풍경만 보여주고 우리와 멀어졌다.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 (인도로의 관문)와 도비가트(집단 빨래터)를 보지 못해 아쉬웠다.

 

            

 

            

 

* 인도사람들 대개는 게으른 것 같지만 부지런하기도 한 게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새벽 기차역에는 수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화장실이나 길거리에는 천연덕스럽게 누워자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진을 찍을 새 없이 이동해야 했다. 찍기도 좀 민망했다.

 

            

 

            

 

            

 

* 군인들이 장총을 메고 오가는 살벌한 분위기, 우리를 구경하는 수많은 새까만 눈동자들, 가히 위협적이었다.

우르르 몰려오는 빨간옷을 입은 짐꾼들이 짐가방을 몇개씩 이고 들고 가는 풍경은 옛날 우리나라 서울역에 많았다던 지게꾼들을 떠올리게 했다. 가방갯수대로 돈을 받는다나... 

어찌나 서두르는지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기차를 타고 가면서 어둠은 걷히고 창밖의 풍경들을 찍었다.

휴! 7시간 넘게 기차를 타고 가야한다. 그것도 밀리지 않았을 때 이야그란다. 

 

             

 

            

 

            

 

             

 

            

 

            

 

            

 

* 아우랑가바드 시내. 오토릭샤가 즐비하다. 인도 매연의 주범이란다. 자동차와 오토릭샤, 그냥 릭샤, 우마차와 사람들이 뒤범벅되어 다니는 시가지는 혼잡하기 그지없지만 희안하게도 여행 내내 사고는 한 건도 볼 수 없었다. 나름대로 질서와 융통성이 있다는거다.

무굴황제 아우랑제브가 1650-1670년에 걸쳐 장악했던 도시로 그리스와 로마로 이어지는 무역통로

                   웃자인으로 연결되는 지점이란다.

      

            

 

            

 

* 호텔에 들어가 한숨 돌리는데 로비에 예쁜 장식이 있다. 모래그림인가 살짝 만져보니 에쿠! 맞네.

사람들 모두 만져보았는지 저녁에 새로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이 손 아름다운 손이 아닐 수 없다.

  

            

 

            

 

 * 엘로라 석굴 사원. 34개의 동굴사원들이 낫모양을 형성하며 남북으로 뻗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다.

아잔타 동굴들을 조성했던 세력과 장인들이 7C초에 이곳으로 옮겨와 형성된 것으로, 불교뿐만 아니라 힌두교, 자이나교의 것들도 있고 남쪽에서 북쪽으로 그 조성시기와 종교에 따라 나뉘어져 조성되어 있다고 한다.

늘 느끼는 일이지만 강한 신앙심으로 비롯한 훌륭한 조각들은 볼 때마다 인간의 대단한 의지와 함께 그들의 업을 경외심을 품고 보게 된다.   

 

            

 

            

 

             

 

             

 

            

 

            

 

             

 

            

 

            

 

            

 

            

 

            

 

            

 

* 유네스코 문화재인 힌두석굴 안에 있는, 음양의 조화인 남여의 성기를 상징한 조각이다.

짝없는 이들은 시주 좀 하면 좋겠지요~ ^^

 

            

 

* 거대한 나무와 원숭이. 짐승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 여행내내 여행사가 지정한 호텔은 쾌적했고 로비는 아름다웠으며 종업원들은 무척 친절했다.

 

            

 

            

 

* 오토릭샤를 타고 시내를 한바퀴 도는데, 이 운전사 아저씨 어찌나 다이나믹한지 아무리 부탁해도 천천히 가지 않는다.

덕분에 흔들려서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 정말 볼거리가 많은, 다양한 인도의 모습이었는데...

 

            

 

* 길거리마다 이렇게 쓰레기가 널려있지만 소나 개 등 이곳에서 먹이를 골라 먹는다.

 

            

 

            

 

            

 

* 우리 일행과 현지 가이드 럭키, 왼쪽 끝에 분이 첫번째 폭탄 할아버지,

가이드옆에 아주머니는 시집을 냈다며 내게 한 권 주신 분이다.

 

            

 

             

 

            

 

            

 

            

 

             

 

            

 

* 견학온 예쁜 어린이들 뒤에 서있는 이가 우리를 관리해준 여행사 가이드 정란씨,

나의 룸메이트였는데 상냥하고 책임감 강하며 똑소리 나게 잘하는 아가씨였다.

 

            

 

* 이제 BC 2C - AD 7C에 걸쳐 형성된  29개의 불교동굴 아잔타 석굴로 간다.

 

            

 

 

             

 

* 꽤 높은 언덕이라 나이드신 분들은 오르기가 힘들었다.

가마꾼들이 일행 어른들께 한국말로 '왕비님 타시오'를 소리친다. 

근데 나이 든 아내를 태워주는 남편이 없었다. 쯔쯧, 구두쇠 남편들!

 

            

 

            

 

            

 

 

            

 

* 인도 여학생들, 의외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기꺼이 응해 주었다.

  

            

 

             

 

 * 언덕위에서 내려다본 계곡. 주위에 벨라꽃이 만발하고 나무에 원숭이들이 한 떼 모여 있다.

 

            

 

             

 

            

 

            

 

            

 

* 차타고 이동하다 본 소떼. 근데 소들이 왜 이리 다 말랐지...  인도소는 그냥 다 그렇다나?

 

            

 

            

 

* 야간열차인 침대차를 타고 자시역을 향해 이동한다.

자시역은 엠삐주에 있는 곳으로 자시의 왕비인 라니(왕비라는 뜻) 락시니띠가 1857년 처음 독립운동을 시작한 곳이란다. 그것도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는 점을 더 대단하게 생각하는 곳이다. 가이드의 재미있는 설명은 들을때 뿐 메모를 하지 않으면 휘리릭! 메모리가 부족해 찍었던 사진을 많이 지워야 했다. 혼잡한 기차역에서 다행스럽게 연착되지 않은 제 시간 기차를 타고 들어가니 한 두사람이 간신히 지나다닐 만큼 비좁다. 그래도 올라가 자리잡으니 책 볼 여유가 다 생기는 모양이다. 함께 어울렸던 의사 사모님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덜 누추하고, 고단한 인생의 단면을 보는 듯 사서 하는 고생이 흥미로웠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이드 럭키씨가  몹시 부자라는 주인을 소개하고 있다. 자르지 않고 기르는 머리를 숨기는 이 분홍 보라색 터번을 아침마다 틀어올리는데 여자 화장하는 시간만큼 걸린단다. 공들인 보람이 있게 멋지다.

이번 여행의 하잇라이트라며 자화자찬하는 인도인 '럭키'는 정말 탈렌트였다. 한국말을 웬만한 한국인보다 잘하는 그는 뭐, 드라마 야인시대에도 출연했다며 너스레를 떠는데 유머만점, 역사 실력 만점, 성실성 또한 만점이였다. 이번 여행을 즐겁게 안내한 유능한 총각, 아줌마들 꺼벅 죽는 거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 멋진 레스토랑 입구. 한 청년이 손님들을 환영하기 위해 피리를 분다.

식사 끝나고 나와 돌아본 뒷정원이 아름다웠다. 종업원인 듯한 이 인도인, 말없이 퍽 친절했다.

 

            

 

            

 

* 멀리 보이는 수많은 종탑이 있는 곳이 화장터 유적이란다.

 

            

 

            

  

* 검은 돌이끼가 고풍스러운 찬데라 힌두사원. 이곳에서 며칠 묵으며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보고  싶은 분위기 좋은 곳이었다. 유럽인들은 20일 정도의 일정이라는데 우린 10일 안에 다녀야했으니...

 

             

 

            

 

            

 

* 이곳은 위에서 내려다 본 야외 목욕탕. 화려했던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 사원에서 내려다 본 한적한 풍경들 정취가 느껴진다.

 

            

 

            

 

* 걸인인가 수행자인가?  우리 모두 사는 일이 수행이리라. 이 세상이 모두, 즉 경전이라면... 

 

            

  

            

 

 * 수백마리의 낙타가 이동하는 이런 장관은 달리는 버스를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보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 넓은 도시에서 도시로 이동하는 일은 더운 날씨에 힘들었다.

인도인들의 천차만별의 생활모습을 보면서 더욱 삶의 다양성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검은 물소(버팔로)가 한가로운 물가와 하얀 목화밭, 노란 해바라기가 지천으로 핀 아름다운 들판, 끝없이 넓은 논밭을 지난다. 소박하고 자연스럽지만 구차한 삶의 실상은 머무는자의 고단함과 지나치는 이의 아름다움의 시선이 교차한다.

삶이 불행한 이는 이 나라를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내가 누리는 안락함이 큰 행복으로 느껴지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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