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문학 26

더 리더 (베른하르트 슐링크 作)

햇살이 따스하지만 봄바람이 좀 부는 주말, 한가롭게 친구와 씨네큐브에서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이 영화를 보고 이어서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보는 순간, 화면의 어지러움을 느껴야 한 건 인도영화다웠기 때문일게다. 그 영화도 흥미진진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음악도 좋았지만 촬영술이나 영상미는 좀 아쉬웠다. 두 영화 모두 내가 가보았던 장소인 나치 수용소, 타지마할 궁전이 나옴으로 감흥을 더해주었다. 10대 후반의 소년 마이클과 30대 중반의 여인 한나의 사랑은 비현실적이였지만 순수하고 아름다웠다. 순수한 감성을 지닌 한나는 전차 검표원에서 사무원으로 승진하였으나 어느날 소리없이 마이클을 떠난다. 불안한 사랑, 글을 모르는 수치심 등 그녀는 먹고 살기 위해 자연스럽게 수용소 감시원이 될 수밖에 없었다. 2차..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 作)

감독 데이빗 핀처 제작 미국 (2017년. 166분) 출연 브레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외 다수 제목이 주는 독특함에 끌려 토요일 친구와 함께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보았다. 유명한 소설 '위대한 게쓰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데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이 말에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썼고, 60여년의 세월이 지나 핀처 감독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설득력 강한 보편성..

라이딩 위드 보이스(벌리 도노프리모 作)

제작 미국 (2002년. 132분) 감독 페니 마셜 출연 드류 베리모어, 스티브 잔, 로레인 브라코 외 다수 때론 어릴 적 순수한 열정이 본의 아니게 힘겨운 삶을 책임지도록 한다 그건 나이를 먹어도 예외없이 그런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삶은 늘 불확실한 내일을 동반하기에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다. 영화 제목이 암시하듯 철없는 불장난으로 인해 겪는 미국 소녀의 삶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리고 부모자식의 불가분의 끈을 잔잔한 감동으로 끌어내 재미를 더한다. 나는 이 영화를 감동스럽게 보고 그 느낌을 정리하기라도 하듯,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달리는 마지막 장면과 함께 흐르는 노래를 끝까지 들었다.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라고 생각해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딸을 가진 엄마가 함께 보면 웃음..

센스 앤드 센서빌리티 (제인 오스틴 作)

감독 이얀 제작 미국, 영국 (1996년. 136분) 출연 엠마 톰슨, 알란 릭맨, 게이트 원슬렛, 휴 그랜트 외 다수 '변화를 인정하고 고난에 굴복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요 오! 그것은 굳건하여 폭풍우에도 흔들리지 않으리...' 절규하는 동생 마리앤은 결국 열병을 치루고 깨어나 현실을 받아들인다. 이성적이었던 큰 딸 엘리너는 가슴에 간직했던 슬픈 사랑을 되찾는다. 이 영화는 예전에 본 것이었지만, 아름다웠던 장면들이 생각나 다시 보았다. '제인 오스틴' 원작을 동서양을 넘나드는 '이안' 감독이 영화화한 베를린 영화제 수상작이다. 각 인물들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배우들의 표정연기가 일품이다. 또한 그 시대 영국의 풍습과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이 매우 아름다운, 품격 높은 영화이다.

줄위의 종달새, 가까이서 본 기차, 거지의 오페라 (이리 멘젤 감독)

어제는 광화문 씨네큐브 영화관에서 작품성이 뛰어난 체코 영화 3 편을 내리 보았다. (6월 6일까지 상영) 가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나가기가 좀 귀찮거나, 함께 볼 친구가 마땅치 않으면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 내 친구들 모두 분주한 것 같아 간단한 볼일 보러 나갔다가 혼자 영화관으로 갔다. 5시 10분, '줄위의 종달새' 이 영화의 제목이나 포스터는 아름다운 화면을 상상하게 했지만 실제 영화의 배경은 1968년 소련 침공 프라하의 봄, 폐철 처리장이었다. 그래서 그곳에서 벌어지는 요리사인 주인공 파벨과 탈주범 이트카의 순수한 사랑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 7시, 두번째 영화는 '가까이서 본 기차'이다. 이 영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흑백영화였다. 감독 이리 멘젤이 28살에 만들..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감독 톰 티그베어 제작 써밋 엔터테인먼트 (2007년. 146분). 영국외 3국 출연 벤 위쇼, 더스틴 호프만, 안토인 리치스 외 다수 향수는 라틴어인 '퍼퓨뭄'[Per(though) + Fumum(smoke)] '연기를 낸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프랑스어로는 파르팽(Parfum), 영어로는 퍼퓸(Perfume)이라 불린다. 나는 향수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어쩌다 지하철 등에서 곁에 앉은 여자가 진한 향수내를 풍기면 속이 미식거릴만큼 싫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작품의 이 영화는 아름답고 흥미진진했다. 18C 프랑스의 빈부차이는 극심하여, 악취나는 생선시장의 한 아낙은 생선을 다듬다 태어난 아이의 탯줄을 스스로 끊고, 생선내장을 버리는 곳에 아이를 던진다. 벌써 다섯번째 아이였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