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외국 영화/문학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스콧 피츠제럴드 作)

나무^^ 2009. 2. 22. 15:41

                               

  

감독    데이빗 핀처

제작    미국 (2017년. 166분)  

출연   브레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외 다수

                       

제목이 주는 독특함에 끌려 토요일 친구와 함께 광화문 시네큐브에서 보았다.

유명한 소설 '위대한 게쓰비'의 작가 F. 스콧 피츠제럴드가 1920년대에 쓴 단편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데는 마크 트웨인의 명언 '인간이 80세로 태어나 18세를 향해 늙어간다면 인생은 무한히 행복하리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작가는 이 말에 영감을 얻어 이야기를 썼고, 60여년의 세월이 지나 핀처 감독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야기를 가지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설득력 강한 보편성으로 인생에 대해 탐구하게 한다. 한 주인공의 특별한 인생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리며 그와 관련된 이들의 삶을 함께 보여준다.  

나이를 거꾸로 산다는 사실은 눈이 번쩍 뜨이는 이상적인 일일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역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야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고통을 감내해야한다는 사실을 비켜갈 수 없다.  영화를 이끌어 가는 벤자민과 데이지의 서로 다른 삶이 조우하고 헤어지는 과정을 통해 삶은 그 무엇도 내 것이 될 수 없으며 영원히 쥐고 있을 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너무 짧은 순간의 행복, 그 행복에 뒤이은 이별은 혹독하리 고통스럽다.

어떤 합리적인 이유이든 또는 죽음에 의해서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참기 어려울 만큼 슬프고 힘들다. 그러나 삶은 끊임없는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며, 너와 나는 서로를 완성시켜가기 위한 존재들이다. 서로 다른 시각의 가치관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우리는 자신의 미숙한 부분들을 채워간다.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 166분의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빠져들게 한다.

몬트리올, 카리브 해, 뉴올리언즈 등 다양한 장소에서 촬영된 이 영화는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휩쓴 직후 진행되어 영화 속에서도 그 긴급한 상황이 다가오는 죽음과 함께 오버랩된다.

벤자민이 버려진 양로원 놀란하우스의 노인들, 러시아 무르만스크의 겨울궁전 호텔의 모습도 구경거리이다. 시대에 맞는 장소, 의상, 분장, 소품 등 공을 많이 들여 품격 높은 영화라는 느낌으로 재미있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