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국립 박물관
오랜만에 역 근처 구식 커피숍에 앉아서 한 친구랑 몇 시간이나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직 다친 부분이 아프다는 어린 친구는, 늘 그랬듯이 지저귀는 종달새 같았다.
그러나 그녀인들 어찌 살아가면서 아픔과 슬픔이 없겠는가마는 내색하지 않는 양이 제법 의젓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날 만나 수다떠는 것으로 가슴앓이를 위로했을 것이다.
인도 배냥여행을 가고 싶다며 동행하자는 그녀에게 나는 네팔로 먼저 떠나자 한다.
더 나이들기 전에 멋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해보고 싶어서이다.
근데 인도라는 나라는 유럽처럼 녹녹하지 않을 뿐더러 여자끼리는 좀 불안한 감이 없지 않다.
둘 다 영어를 잘 하냐하면 그것도 아니고, 뚝심이 있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겁없이 배짱이 좀 있을 뿐인데, 길눈 어두운 두 사람, 고생문이 훤한 일이다.
그래도 그녀가 간절히 원하면 함께 동행을 하고 싶다.
인도와 네팔을 묶어서 아예 다 돌고 오면 되니까...
이럴 때 믿음직한 남성, 한 분이라도 있으면 좀 좋을까마는...
에구, 장시간 여행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아무도 없으니...
아무튼 가야할 운이라면 어떻게 되겠지.
내년 한 해는 꾹 참고 돈 좀 모아 자동차를 사볼까 생각했더니, 벌써부터 여행가자니, 이거야 원!
어린 친구가, 자신보다 나이가 많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텐데,
함께 가자고 청해주는 게 고마운 일이다.
콧대 높은 친구인지라 아직 미스다. 어서 좋은 인연 만나 자신을 다 버릴 수도 있는 찐한 사랑을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친구야! 오늘 즐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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