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20) 尺 (자 척)

나무^^ 2008. 3. 29. 17:5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                                                      

                                                                                   2008. 3. 13 (목) 영남일보

             (자 척 ; 사람이 손을 내밀어 재는 모양)
              

              머리를 숙이고 빳빳이 누워있는 사람의 모양을 본 뜬 ‘尸’(주검 시)에서

              손을 뻗은 모양을 덧붙인 ‘尺’을 ‘재다’ 또는 ‘자’라고 한다.

              길고 짧은 것을 재는 길이는 손으로 가늠하고, 멀고 가까운 거리는 발로 재는 것이다.

              그래서 길이의 기본단위는 손을 나타낸 ‘尺’이며, 거리의 기본단위는 발걸음으로 ‘步’(걸음 보)라 한다.

 

              즉 10髮(터럭 발)을 1程(헤아릴 정)이라 하고, 1程은 ‘分’(나눌 분)이라 한다.

              또 10分을 1寸(마디 촌)이라 하고, 10寸을 1尺이라 한다.

              더 나아가 10척을 1丈(긴 장), 10丈을 1引(길 인)이라 한다.

              이 가운데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위는 分․ 寸․ 尺․ 丈․ 引이다.

              이를 일러 <한서 율력지>(漢書 律曆志)에서는 ‘五度審’(헤아림의 다섯 단위)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미 주나라 때에 척촌법이 다음과 같이 정해져 있었다.

              寸은 손목으로 엄지손가락 높은 뼈에서 두 손가락을 짚은 대동맥 사이를 말하고,

              尺은 반팔의 길이, 咫(길이 지)는 중년부인의 8촌 되는 팔 길이,

              尋(길이 심)은 좌우간에 똑같은 팔뚝 길이, 常(길이 상)은 尋의 두 배되는 길이,

              仞(아름 인)은 두 팔을 벌려 잰 한 아름을 말하였다.

 

              흔히 “毫釐之差에 千里之膠라”, “咫尺이 千里요 千里가 咫尺이라”

              또 “尋常치 않은 일이다.”는 등등의 말을 쓰는데,

              여기에서 ‘毫釐’의 ‘釐’(한 터럭 리)는 1髮(터럭 발)과 같은 아주 작은 길이를 말한다.

         

              그리고 ‘尋常’은 팔로 가늠할 수 있는 길이를 말하니 ‘심상치 않은 일’이란 결국 몸으로 잴 수 없는 큰일이라는 말이다.

              정확한 헤아림이 없이 일을 밀고 나가면 뜻밖의 어려움을 만나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커져

              결국은 본디 의도했던 것과는 달리 벗어나 버릴 수 있다.

              이처럼 제 몸에 감당키 어려운 일을 두고 ‘심상치 않은 일’이라 한다.

              또한 아주 가깝다고 소홀히 여기지 않고 멀다고 방심하거나 무심치 않으면

              咫尺도 千里요, 千里도 咫尺일 수 있으니 부디 혼자서만 잘난 尺, 아는 尺 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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