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3. 17 (월) 영남일보
交 (사귈 교 ; 두 다리를 좌우로 엇갈려 얽은 모양)
사람이 좌우 두 다리를 서로 엇갈려 얽은 모양을 ‘交’(사귈 교)라 하였다.
그런데 이 ‘사귀다’는 뜻이 점차 널리 쓰여 물건과 물건, 사람과 물건, 사람사이의 사귐까지도 모두 ‘交’라 하였다.
예를 들면 나무와 나무의 사귐을 ‘校’(학교 교)라 하여 주나라 이후부터
나무를 서로 얽어 지은 큰 집으로서의 ‘학교’라 하였다.
또 입(口)에 사귐을 붙여 ‘咬’(물 교)라 하여 입으로 어떤 것을 ‘물다’는 뜻으로 썼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사귀는 것을 두고 ‘社交’라고 하였다.
여기서 ‘社’(땅 귀신 사)는 본디 ‘땅 귀신’을 뜻하는 글자로 땅 귀신을 함께 모시는 처지라는 점에서
‘모임’ 또는 ‘만남’을 나타낸 글자이다. 그래서 만나 사귀는 것을 일러 ‘社交’라 한다.
물론 서로가 사귀려면 우선 만나야 하는데 이 만남도 서로의 처지가 어떤 면으로나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첫째, 앓는 병이 같으면 서로 가여워 한다는 점에서 사귈 수 있다.
둘째, 내는 소리가 같으면 서로 잘 어울려 사귈 수 있다.
셋째, 서로 호흡이 맞고 입맛이 맞아 기미(氣味)가 같으면 쉽게 사귈 수 있다.
이렇게 겉이 같거나 속이 같을 때 서로 사귈 수 있는 법인데,
겉과 속 가운데 겉만 같고 속이 서로 다르면 그 사귐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오히려 겉이 좀 다를지라도 속(알)이 맞으면 그 사귐은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그러면 서로가 어떤 조건이 되어야 사귐을 오래도록 지속시킬 수 있겠는가?
아무리 비슷한 성질과 모양을 갖췄을지라도 서로가 맞춰가지 않으면 그 사귐은 갈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첫째, 속으로는 서로가 반쯤은 양보할 수 있는 사이로 ‘伴’(짝 반)이 되어야 한다.
둘째, 겉으로는 어떤 사람이 중간에 들어 두 사이를 떼어놓으려 해도 허리뼈가 결코 나뉘질 수 없듯이
서로가 땔 수 없는 사이로 ‘侶’(짝 려)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금같이 단단하고도 난초같이 향기로운 사이를 ‘금란지교’(金蘭之交)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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