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3 (목) 영남일보
과 (바를 과 ; 뼈에서 살을 발라낸 모양 )
骨(뼈 골)에서 살(肉)을 발라낸 그 자리가 비어 있음(口)을 그대로 본떠 '살 발라낼 과'라 한다.
예부터 사냥에서 얻어진 고기는 신선도에 따라 세 종류로 나눴다.
머리나 심장을 관통해 곧바로 죽은 것을 제일 상급으로 손꼽는다.
가슴을 빗맞거나 배를 관통해 신음하다 죽은 것을 중급으로 친다.
다리를 다쳐 오랜 신음 끝에 죽어 가까스로 찾아낸 것을 가장 하급으로 친다.
이처럼 사냥한 고기를 세 종류로 분류하는 것은 신선도에 따른 분류이기도 하지만
짐승이 죽을 때에는 반드시 독을 품어 내기 때문에 독 품을 틈새도 없이 죽은 고기일수록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급은 조상에게 바치는 제물로 쓰고, 중급은 남에게 선물을 하였고, 하급은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이
상례였다.
말할 것도 없이 조상 섬기는 일을 제일로 꼽고, 내가 먹기보다는 좋은 뜻으로 남에게 바칠 때에는
적어도 하급은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선물하다'는 뜻을 '肉'(고기 육)에 '善'(착할 선)을 붙여 '膳'(선물 선)을
쓴 것이다.
옛 글에 "착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복으로 갚고, 악한 일을 하는 자는 하늘이 화로 갚는다.
(爲善者, 天報之以福. 爲不善者, 天報之以禍)"(명심보감) 라고 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禍'(재앙 화)는 곧 신(示는 神의 본디 글자)에게 살은 다 발라내고
뼈만 앙상한 것을 아무런 정성 없이 바치면 하늘이 재앙을 내린다는 말이다.
따라서 뼈만 바치는 무성의가 곧 악한 일이며, 선악을 가늠하는 가장 높은 자가 '하늘'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하늘'이 유독 저 푸른 하늘이란 말인가?
그런 것은 아니다. 좀 더 생각을 다듬어 하늘을 가까이 당겨 놓고 보면 '사람이 이에 하늘'(人乃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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