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를 만나러 나간 길에 '우키요에 속 풍경화' 전시회를 감상했다.
그도 나를 친구로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그를 친구로 생각한다.
무르익어 저절로 금이 가는 과실처럼, 그는 내 의식의 개화를 활짝 꽃피우도록 도와준 고마운 이다.
그래서 가끔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즐겁고 우리는 기분좋은 웃음을 많이 나눈다.
볼일이 있는 그와 헤어져 서울 문화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호쿠사이'와 '히로시게' 판화전을 감상하고 돌아왔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에도(江戶)시대, 즉 1603~1867년 당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이나 풍경, 풍물을 그린 풍속화를 일컫는다.
서민층의 경제력 상승에 따른 서민문화의 발달로 널리 퍼지게 되었고, 판화의 대량생산으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초기에는 배경묘사에 그쳤으나 점차 풍경묘사가 중심을 이루면서 원근, 음영, 농담법 등의 기법이 발달하였다.
절정에 이른 두 작가로 '가츠시카 호쿠사이'(1760-1849)와 '우타가와 히로시게'(1797-1858)를 든다.
서양 작가 '고흐' 등도 이 우키요에에 감명을 받아 그림에 응용하기도 하였다.
또한 작곡가 '드뷔시'는 이 문화에 영향을 받아 '바람과 바다의 대화', '목판화' 라는 아름다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한 작가가 쓴 '국화부인'이 오페라 '나비부인'을 탄생시켰다고 한다.
* 간단 명료하면서도 아름다운 '남풍부는 맑은 후지산'이다. 가장 내 마음에 든다.
* '천둥 치는 후지산' 움직임을 나타내는 번개인 듯한 표현이 재미있다.
* '삿타 고개' 판화의 간결함이 색상의 간결함과 함께 잘 표현되었다.
* '해 뜰 무렵' 그 당시의 생활풍습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그림 중 하나이다.
* '후지산의 아침' 밝은 후지산 봉우리의 이탈이 눈에 띈다.
* '봄 비' 색상의 조화로움과 함께 구도가 아름다운 작품이다.
* 후지산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전시회를 보면서 언젠가는 후지산을 가보고 싶은 생각을 한다.
그림마다 자세한 설명을 해놓아 그 당시 일본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판화 제작과정을 30분 정도 일본말과 함께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일본'하면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조상들의 뼈아픈 역사와 함께
바르게 대처하지 않는 그들의 역사왜곡이 생각나서...
* 광화문 시네큐브에 영화를 보러 가끔 가지만 4층 전시관은 처음 올라가 보았는데, 이 유리계단은
몹시 마음을 불안하게 하였다. 유리는 깨지는 성질이 있다고 학습된 고정관념 때문일까?
아무튼 난간을 잡고 조심조심 오르고 내려오면서 훤히 비치는 투명함이 몹시 불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리 건물의 차갑고 매끈함이 현대인들의 이기적이지만 쉽게 상처받는 심성같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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