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28 (월) 영남일보
而 (턱수염 이 ; 위아래로 턱수염이 나뉘어 자란 모양)
수염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입을 중심으로 입 위에 난 수염과 입 밑 턱에 난 수염, 그리고 구레나룻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머리털의 일종이기 때문에 일단 머리털을 나타내는 '髮'(머리털 발)의 일부를 떼어다가
각각 해당하는 글자를 붙여 나타냈다.
그럼 머리털을 나타내는 글자는 어떻게 이뤄졌는가?
우선 머리털은 계속 길어나가기 때문에 '長'(긴 장)을 쓰고, 또한 빛나기 때문에 ''(빛날 삼)을 붙이고,
빠지기도 하기 때문에 ''(빠질 발)을 덧붙였다.
입 위에 난 윗수염은 남성의 기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반드시 깎을 수 없다는 뜻에서
'須'(반드시 수)를 붙여 '鬚'(윗수염 수)라 했고,
턱수염은 위에 걸맞은 아래라는 뜻에서 ''(다시 염)을 붙여 '髥'(턱수염 염)이라 한다.
그리고 귀밑 두 볼에 난 수염은 마치 손님과 같다는 뜻에서 '賓'(손님 빈)을 붙여 ''(구레나룻빈)이라 했다.
다만 위 수염과 아래 수염을 통틀어 나타낸 글자가 곧 '而'(턱수염 이)이다.
그런데 한편 입을 중심으로 난 상하 두 수염은 얼굴 부분과 몸통 부분을 표면상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뜻에서 본디 '턱수염'을 뜻한 '而'가 위의 말과 아래의 말을 연결시켜 주는 일종의 접속사로
흔히 '말이을 이'(而)로 사용한다.
속담에 "보고도 못 먹는 것은 그림속의 떡이다(見而不食, 畵中之餠)"라고 할 때에
'보다'(見)와 '먹지 못 한다'(不食)를 접속해 주는 연결사가 곧 '而'이다.
남성이 남성다운 기개를 나타내는 그 필수적 조건이 수염이었기에
일찍이 사명대사는 "'삭발은 티끌을 벗어난 것이나 수염을 남긴 까닭은 장부의 기개를 나타낸 것이다
(削髮逃塵世, 存髥表丈夫)"라 했다. 과연 의병장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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