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12 (월) 영남일보
老 (늙을 노 : 터럭이 변화되었음을 나타낸 글자)
늙었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머리털이나 수염, 눈썹 등의 상태를 두고
가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老'(늙을 로)는 본디 '毛'(털 모)에 변화를 나타내는 '匕'(化 될 화에서 떼어낸 것)을
붙여 만든 글자다.
즉 객관적으로 젊고 늙음을 가늠할 길은 오직 털이 검거나 흰 상태로밖에 구분 지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바탕에 깔고 만들어진 글자가 곧 '老'자이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사람의 머리는 희어지게 되는가?
'三十有室'이라고 나이 삼십이 되면 장가를 가는 것이 정상적인 통과의례였다.
그래서 삼십이 되어서야 대를 이을 후손이 생긴다는 점에서 '世'(인간 세)라 하여 1세니 2세니 하는 말이 생겨났다.
대를 이을 후손이 생기면서부터 사람은 늙는다고 여겨야 하기 때문에 이때부터 몸 어디인가에 흰 털이 생겨나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그런 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털이 희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다가
오십에 이르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겉은 검은 듯 하나 속을 보면 하얗기 때문에
나이 오십에 접어든 때를 '艾'(쑥 애)년이라 했다.
삼십을 넘으면서 점점 희어진 털은 급기야 오십에 이르게 되면 겉은 멀쩡하나 속이 하얀 쑥과 같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육십 대에 들면 머리는 더욱 희어질 뿐 아니라 '氣'(기운 기) 또한 줄어들기 때문에
자연히 기를 돋우는 '고기'(생선이든 살코기든 간에)를 먹을 수밖에 없어
'老'에 '달다'는 뜻을 지닌 '甘'(달 감)을 붙여 '耆'(육십 대 늙은이 기)를 만들었다.
그러다가 칠십에 이르면 비로소 늙다는 뜻의 '老'를 떳떳이 쓸 수 있으며,
팔십 대에 이른 사람은 '老' 밑에 '至'를 붙여 '질'이라 읽고,
구십 대는 '老' 밑에 다시 '毛'를 붙여 '극 늙은이 모'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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