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6)
2008. 8. 25 (월) 영남일보
止 (그칠 지 : 종아리 뒷꿈치 발바닥 발가락의 모양)
인간의 발은 종아리, 발바닥, 뒤꿈치, 발가락 등 네 부분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를 상형한 것이 곧 '止'(발 지)이다.
원래 이 글자는 '간다'는 뜻을 나타낸 글자로도 쓰였고, 또 한편 발 하나를 본뜬 글자이기 때문에
갈 수 없어 그저 그쳐 있다는 뜻에서 '그치다'는 뜻으로도 썼다.
오늘날에 와서는 '그치다'는 뜻으로만 쓰여 금지(禁止)를 나타내는 '止'로만 쓰이고 있다.
옛 말씀에 "높은 산은 그저 우러러 볼 따름이요, 볕 좋은 곳은 그저 다녀 볼 따름이라(高山仰止 景行行止)"했다.
이 말의 참다운 뜻은, 인격이 훌륭한 스승은 마치 감히 오르지 못할 높은 산처럼 우러러 받들 따름이요,
버젓한 행실을 대하거든 반드시 잘 살펴 나도 저처럼 닮아 가리라 하는 생각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仰止'의 '止'는 감히 오르려 들지 않고 다만 우러러 본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치다'는 말로,
'行止'의 '止'는 두루 낱낱이 살펴 쫓아 '실제로 밟아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다니다'는 말로 새겨야 옳다.
이처럼 글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초기는 한 글자에 전혀 다른 두 뜻을 같이 내포하는 예가 많다.
'亂'(어지러울 란)도 실을 풀어 주고 감아 들이는 과정(受)에서 실 가닥이 엉킨 모양을 본뜬 글자로
'어지러졌다'는 뜻인데도 불구하고 엉킨 것은 반드시 잘 다스려 풀어야 하기 때문에 '다스리다'는 뜻으로도 썼다.
한편 '가다'는 뜻의 '止'는 '止'를 앞뒤로 맞붙여 '步'(걸음 보)로 발전,
거리를 가늠하는 기초 단위로도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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