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48)
2008. 9. 8 (월) 영남일보
走 (달릴 주 : 두 팔과 머리를 흔들며 발로 걷는 모양)
두 팔을 내두르며 머리를 흔드는 모양을 나타내는'夭'(흔들 요)에 발을 나타내는'止'(발 지)를 위 아래로 붙여 '走'(갈 주, 달릴 주)라 했다. 또 '土'(흙 토)에'止'를 붙인 '走'(한갓 도)는 맨 땅을 아무런 장치도 없이 그냥 걸어 간다는 뜻으로도 썼다. 전자는 가기는 가되 달리면서 간다는 말이고, 후자는 간다는 것을 앞세우고 달린다는 것을 뒤에 쓴 것으로 '行'과'走'를 구분지어 합성시킨 말이다. 잘 달리려면 몸을 굽혔다 번뜩 일어나야 하므로'起'(일어날 기)는 굽힘(己)을 붙여 만든 글자이고, 목숨을 지닌 모든 생명체는 본능적으로 먹이를 보면 그것을 향해 달리게 마련이기 때문에 '芻'(꼴 추)를 붙여'趨'(달릴 추)라 했다. 주유천하하면서 숱한 일화를 남긴 기인으로도 유명하다. 어느 날 사찰에서 매월당에게 법문을 요청해 어쩔 수 없이 그 간청을 들어 줄 수밖에 없게 되자, 그는 잔뜩 굶은 힘센 황소 한 마리와 그 소를 단단히 맬 수 있는 말뚝과 풀 한 무더기를 준비해 달라고 했다. 잔뜩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자 그는 말뚝을 단단히 박고 소를 야무지게 붙들어 매라고 한 뒤, 그 소가 닿지 않는 적당한 곳에 풀 더미를 쌓아 두라고 했다. 이에 잔뜩 굶은 황소는 제 목이 달아날 정도로 머리를 꼴 쌓아 둔 곳으로 향해 줄달음질치려 했다. 한참 동안 이런 광경이 지나자 청중을 향해 그는 "내 법문은 끝났다"고 했다. '趨'자를 골자로 한 행위치고는 참으로 꼴불견스러운 세상을 풍자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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