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59)
2008. 12. 1 (월) 영남일보
小 (작을 소 : 좌우 양쪽으로 나눠 작다는 뜻) 어떤 물건이 가운데를 중심으로 좌우 양쪽(八)으로 나누어 졌음을 '小'(작을 소)라 하고, 이를 "물건이 미세해진 것을 말한다."(物之微也)고 했다. 예를 들어 비록 산이 엄청나게 높다고 치자. 그 산이 오래도록 높이 솟아 있을 수 있는 까닭은 우선 단순히 흙더미로만 이뤄진 것이 아니라, 흙속에 단단한 바위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봉우리가 단순히 한 가닥으로만 우뚝 솟아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산을 에워 두르고 있는 언덕이 높은 봉우리를 받들고 있기 때문이다. 봉우리를 받들다가 마침내 골짜기로 굴러 떨어져 있는 바위를 '岩'(바위 암)이라 하니 알고 보면 바위도 그 급수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한 바윗덩이 일지라도 풍화작용으로 그 육중한 덩이가 부서지게 되면 골짜기에 흐르는 물밑에서 구르는 '石'(돌석)이 될 수밖에 없기로, '厂'(언덕 한)으로 굴러 떨어져 물 흐르는대로 돌돌거리며 돌 수밖에 없어 '돌'은 어디까지나 '돌'이다. 그러나크고 작고 간에 어찌 되었던 돌은 다시 이리저리 구르다가 끝에 가서는 돌(石)보다 더욱 작은(少) 부스러기가 되어 '砂'(모래)가 되고야 말 뿐이다. 이런 면에서 '小'보다는 '少'가 더욱 작은 것을 뜻한다. 산에서부터 부서져 내려와 물을 타고 내려가다 냇가의 양 언덕에 밀려났거나 강 하류에 모래톱을 이룬 모래는 '砂'(강모래 사), 이보다 더 작아 바다까지 갔다가 밀물에 밀려와 모래 마당을 이룬 그 고운 모래는 '沙'(바닷모래 사)라 한다. 바닷물에 더욱 씻긴 모래가 강모래보다 더욱 고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산중턱에 꽉 박혀 산의 흙(살점)을 내리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큰 바위를 '巖'(큰 바위 암)이라 하고,
'돌'도 돌 나름이다. 큰 돌과 조약돌이 그것이다.
어찌 '모래'라고 다 같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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