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6)
2009. 1. 19 (월) 영남일보
氣 (기운 기 : 하늘에서 구름이 흐르는 모양)
하늘에서 떠돌아다니는 구름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는 두 종류가 있다.
첫째 '云'(구름 운의 본디 글자)으로 날씨를 간접적으로 일러준다는 뜻에서 '이를 운'이라 하고,
구름은 하늘에서 떠돌며 퍼지기도 하고 내려앉기도 하고 오르기도 하는데, 정작 비가 되어 내리기 때문에
'구름'의 뜻은 '雲'(구름 운)으로 쓰기에 이르렀다.
둘째 구름은 하늘에 떠서 굴러다니는 것이기 때문에 '굴음'이라는 말이 변해 '구름'이 되었고,
그 실체는 땅에서 올라가 작은 물방울들이 굴러 다니기 때문에 떠도는 모양을 그대로 본 떠 ''(기운 기)라 했다.
그러다가 하늘에 떠도는 그 작은 물방울들은 곧 따뜻한 밥에서 무럭무럭 오른 김일 따름이라는 점을 깨닫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 '에 밥을 뜻하는 '米'(쌀 미)를 덧붙여 '氣'(기운 기)라 쓰기에 이르렀다.
이 '氣'자 하나가 곧 생명을 이끌어 나가는 실체임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따뜻한 밥 자체는 입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 소화가 되고,
그 밥에서 오른 김은 코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 호흡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을 통해 들어간 '음식'이 소화를 통해 몸의 바탕을 짓고,
코를 통해 끊임없이 내뱉는 '기'가 호흡을 통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기를 공급하여
입과 코가 각각 '목숨'을 유지해 가는 두 구멍새가 되기 때문에 이 목구멍과 숨구멍을 본뜬 '台'(클 태)가
곧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목숨', 즉 '생명'이라는 말이다.
눈이 멀었다거나 귀가 멀었다고 해서 목숨이 끊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로 숨을 쉴 수 없다거나 입으로 음식을 먹어 삼킬 수 없다면 이는 곧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살고 죽는 가장 큰 문제는 보고 듣는 것이 막혀 주는 것이 아니라, 먹거나 숨 쉬는 일이 막히게 되면
꼼짝없이 죽을 수밖에 없다.
목숨을 유지해 가는 같은 두 통로라 할지라도 더욱 중요한 통로는 입보다는 코라 말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죽음이 어느 사이에 있느냐 하고 묻는다면 반드시 그 답은 호흡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숨을 '허-'하고 들어 쉬었다가 내뱉지 못해도 죽고, '파-'하고 내뱉었다가 들이쉬지 못해도 죽는 법이다.
그러니 코가 막히면 아무리 '허파'가 있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사람의 삶은 기의 모임이다. 모인 즉 삶이 되고, 흩어진 즉 죽음이 된다"
(人之生 氣之聚也. 聚則爲生 散則爲死)(莊子 知北遊)는 말이나
"삶은 뜬 구름의 일어남이요 죽음은 뜬 구름의 흩어짐이다"(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華嚴經)는 말들은
모두 '氣'를 생명의 실상으로 본다는 말이다.
굳이 목과 숨을 나누어 살필지라도 입을 통해서는 주로 '血'이 되는 영양을 섭취하고,
코을 통해서는 주로 '氣'를 들고 내어, 이 '血氣'가 순조롭고 한결 같다면 곧 '壽'(장수)를 누릴 수 있다.
그리고 '氣'는 무한한 하늘에서 얻고, '血'은 땅에서 나오는 산물에서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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