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설특집 네크워크 특선 '여든 아홉, 그녀의 바다'
살아있다는 건 참으로 모질고 모질다.
남편을 바다에 보내고 또 아들 둘을 차례로 가슴에 묻어야한 그녀, 여전히 물질을 한다.
늘 해오던 일은 아무리 늙고 쇠약해져도 할 수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할머니는
이제 그만 하시라고 모두들 말려도 바다에 나가야만 마음이 놓인다.
당신이 아직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가야한다.
또 바다에 들어가면 돈이 생긴다. 그 돈을 남은 자식들에게 줄 수있는 기쁨이 좋다.
가벼운 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야 하는 그녀의 아침은 커피 한 잔이 고작이다.
작업이 끝나지 않을 때 그녀는 또 한 잔의 커피로 점심까지 때운다.
15세부터 74년간 물질을 한 그녀에게 바다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이나 다름없다.
이제 혹사한 몸은 점점 쇠약함을 드러내며 그녀에게 고통을 호소한다.
내 어머니는 25살 다 키운 아들을 잃고, 그 곳에서는 더 이상 숨 쉴 수없어 생활의 터전을 옮기셨다.
삶의 희망이던 큰자식을 잃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이 다큐를 보면서 그녀의 강함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생각치 않을 수 없었다.
자연의 순리대로 따르는 순진무구함, 주어지는대로 순응하는 그녀의 선함이라고 밖에는...
영악할대로 영악해져 살아가는 우리들 치졸한 삶에
문명이 미치지 않은 원시림을 대하듯 경이롭고 아름답다.
그녀의 마지막 숨까지 품어줄 바다가 있기에 그녀는 세상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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