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7)
2009. 2. 2 (월) 영남일보
士 (선비사 : 하나에서 열까지 두루 아는 이)
숫자는 손가락을 헤아리는데 있어 그 수는 '一'에서 비롯돼 '十'에서 끝난다.
인간이 어미의 뱃속에 태아로 있을 때에는 손을 꼭 쥐고 있다가 어미의 뱃속을 벗어나면
양 손도 벌리고 손가락도 펴게 되어 있다.
이런 뜻에서 손가락을 사용하여 숫자를 헤아림에 있어서는 쥐었던 손가락을 펴면서 헤아려 가는 것이
맞는 일이다. 하나, 둘, 셋, 넷 등으로 헤아려 가다가 '다섯'(五)이 되니 쥐었던 손가락이 다 펴졌다.
그리고 또 다른 손의 손가락으로 새롭게 열어 헤아리니 '여섯'이며,
다시 다섯에 '곱'(二)을 더하니 '일곱'(七)인데 이 뜻은 다섯에 새롭게 일어나 곱까지를 합친 것이라는 말이다.
'여덟'(八)은 네모로 표현되는 사방을 더욱 나누어 보니 사방에 간방까지를 포함하여 새롭게 열어 넓어졌다는
'여넓'에서 나온 말이다.
원래 열 주먹을 '홉'(합)이라 하였는데 막상 열 주먹이 되지 못하고 바로 그 밑에 해당하는 숫자라는 뜻에서
'아홉'(九)이라 일렀다.
즉 만약 한 주먹만 더 보태어지면 '열'인데 아깝게도 한 주먹이 모자라는 '아차 열'이라는 뜻이 곧 '아홉'이다.
여기에 손가락이 다 펴지면 쥐었던 손가락이 몽땅 열어져 버렸다.
그래서 '열'(十)이란 곧 쥐었던 두 손이 다 열려진 상태라는 뜻으로 손가락을 써서 헤아려 보는
가장 마지막 수라는 말이다.
그런데 선비란 사물을 대했을 때에 그 수를 잘 알아차려 마땅히 잘 대처할 줄 아는 능력을 지닌 이를 말한다.
이런 뜻에서 "'士'(선비 사)는 섬긴다는 뜻이다.
수는 하나에서 비롯하여 열에서 끝난다. 그래서 이 '一'과 '十'을 맞붙여 '士'라 했다.
"士事也. 數始於一 終於十. 從一從十"이라는 '설문해자'의 풀이가 적절한 말이다.
모든 문제는 그 문제가 안고 있는 본질을 속속들이 잘 알아야 풀어나갈 수(방법)가 있는 법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막론하고 그 일에 해당되는 '수'가 있으니 이 '수'를 잘 알아 쓰면 일이 잘 풀릴 수가 있다.
그래서 하나에서 열까지 수의 기본을 터득한 이를 우선 '선비'라 정의한 것이다.
또 10년 동안 등불 밑에서 고생 끝에 얻어진 자신의 실력을 자신의 일만을 풀어 가는데 쓸 것인가?
아니면 여러 사람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봉사적 측면에 서서 써나가야 할 것인가?
물론 선비라면 자신만이 아니라 남에게까지도 덕을 베풀 수 있는, 이른바 봉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仕'(봉사할 사)는 뜻 깊은 글자다.
나아가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수를 망라해서 얻어낼 수 있는 자는
타고난 재질면에서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아는 재주'(聞一知十)도 있어야 할 것이고,
또한 '열을 미루어 하나로 합칠 수 있는 능력'(推十合一)도 갖춰야 할 것이다.
한편 '선비'라는 말에 쓸모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儒'(선비 유)가 있고,
바탕과 형식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彦'(선비 언)이 있으나 이는 모두 다 '士'에 대한
한쪽 방면을 강조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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