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9)
2009. 2. 16 (월) 영남일보
풀싹이 돋아난 모양을 좌우로 써서 풀을 뜻하는 '艸'(풀 초)라 한다. 대개 일년생 식물을 '풀'이라 하고, 다년생 식물을 '목'(나무)이라 하는데, 나무가 되었건 풀이 되었건 이들 식물 대부분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열매를 맺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초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꽃이다. 알고 보면 꽃처럼 신비로운 것이 없다. 특히나 넝쿨 속에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나팔꽃이, 어떤 넝쿨에서는 흰 바탕에 붉은색을 띤 꽃이 피어나고 어떤 넝쿨에서는 같은 흰 바탕에 남색을 띤 꽃이 피어나는 양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초목을 뜻하는 '艸'에 변화를 뜻하는 '化'(될 화)를 상하로 붙여서 '花'(꽃 화)라고 하였다. 즉 나팔과 같은 모양으로 꽃을 피우면 나팔꽃, 접시와도 같은 모양으로 꽃을 피우면 접시꽃이라 하였다. 그 잎이 해를 두고 지고 다시 피는 밑바탕에는 뿌리가 엄연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뿌리에서 잎까지를 유통시키는 부분을 '艸'에 반듯하다는 뜻을 지닌 ' '(반듯할 경)을 붙여 '莖'(줄기경)이라 하였다. 꽃도 실은 꽃잎과 부리가 있으니 특히 꽃잎을 거느리고 있는 부리는 꽃 가운데에서도 가장 한 복판이라, ' 艸'에 가운데를 뜻하는 '央'(가운데 앙)을 붙여 '英'(꽃부리 영)이라 하였다. 남자 중의 남자다운 남자를 일컬어 '英雄'(꽃잎을 거느리는 꽃부리와 같이 중심된 남자)이라 하였다. 그래서 옛 어른이 읊기를 "해마다 꽃은 그런대로 곱게 피어나지만, 해를 두고 사람은 서로 같을 수 없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 하였다. 하필 세월의 무상함만을 읊은 것인가? 또한 무한히 거쳐 가는 나그네와 같다"(天地萬物之逆旅 光陰百代之過客)는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이태백의 독백처럼 꽃은 곧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눈금과도 같다. 해마다 꽃 따라 봄도 열리고 지는 잎 따라 가을도 닫혀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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