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69) 艸 (풀초)

나무^^ 2009. 3. 23. 15:18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69)                                                     

                                                                                        2009. 2. 16 (월) 영남일보 

 

            艸 (풀초 : 초목이 나란히 뻗어난 모양)

 

 

                   풀싹이 돋아난 모양을 좌우로 써서 풀을 뜻하는 '艸'(풀 초)라 한다.

                   대개 일년생 식물을 '풀'이라 하고, 다년생 식물을 '목'(나무)이라 하는데,

                   나무가 되었건 풀이 되었건 이들 식물 대부분은 꽃을 피우고 그 꽃이 떨어지면 어김없이 열매를 맺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초목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꽃이다. 알고 보면 꽃처럼 신비로운 것이 없다.

                   특히나 넝쿨 속에서 해맑은 웃음을 짓는 나팔꽃이, 어떤 넝쿨에서는 흰 바탕에 붉은색을 띤 꽃이 피어나고

                   어떤 넝쿨에서는 같은 흰 바탕에 남색을 띤 꽃이 피어나는 양을 보면 경이롭기 그지없다. 

                   그래서 꽃이란 뜻은 초목에서 가장 묘한 변화가 일어난 그 자체를 말하니

                   초목을 뜻하는 '艸'에 변화를 뜻하는 '化'(될 화)를 상하로 붙여서 '花'(꽃 화)라고 하였다.

                   즉 나팔과 같은 모양으로 꽃을 피우면 나팔꽃, 접시와도 같은 모양으로 꽃을 피우면 접시꽃이라 하였다.
                   그토록 예쁜 꽃을 피워내는 그 힘은 바로 봄과 가을을 두고 번갈아 가며 옷을 갈아 입는 잎이 있기 때문이며,

                   그 잎이 해를 두고 지고 다시 피는 밑바탕에는 뿌리가 엄연히 살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잎'을 뜻하는 글자는 '艸木'(풀과 나무) 사이에 해를 뜻하는 '世'(해 세)를 붙여 '葉'(잎 엽)이라 하였고,

                   뿌리에서 잎까지를 유통시키는 부분을 '艸'에 반듯하다는 뜻을 지닌 ' '(반듯할 경)을 붙여 '莖'(줄기경)이라

                   하였다.

                   그렇다면 '꽃'이란 말은 무슨 말인가?
                   뿌리에서 돋아난 줄기가 잎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꽃을 자세히 살펴보면

                   꽃도 실은 꽃잎과 부리가 있으니 특히 꽃잎을 거느리고 있는 부리는 꽃 가운데에서도 가장 한 복판이라, '

                   艸'에 가운데를 뜻하는 '央'(가운데 앙)을 붙여 '英'(꽃부리 영)이라 하였다.

                   꽃은 이 땅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흔히 한창 때의 청춘을 두고 꽃다운 나이라 말하기도 하고,

                   남자 중의 남자다운 남자를 일컬어 '英雄'(꽃잎을 거느리는 꽃부리와 같이 중심된 남자)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이란 쏜살같이 달리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자취를 쉽게 감추게 마련이다.

                   그래서 옛 어른이 읊기를 "해마다 꽃은 그런대로 곱게 피어나지만, 해를 두고 사람은 서로 같을 수 없네"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라 하였다. 하필 세월의 무상함만을 읊은 것인가?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하나의 공간이요, 그 공간속에 쏜살같이 흐르는 시간이란 것도

                   또한 무한히 거쳐 가는 나그네와 같다"(天地萬物之逆旅 光陰百代之過客)는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

                   이태백의 독백처럼 꽃은 곧 세월의 흐름을 가늠하는 눈금과도 같다.

                   해마다 꽃 따라 봄도 열리고 지는 잎 따라 가을도 닫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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