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80)
2009. 5. 4 (월) 영남일보
입이나 물건을 나타내는 '口'를 동서남북 사방으로 흩어 놓은 모양을 두고 일상에 필요한 모든 물건을 뜻하는
글자로 삼았다. 그러다가 일상 도구를 나타내는 글자로 그 구체성을 더하여 '器'(그릇 기)라 하였다.
본디 그릇이란 굳이 음식을 담는 그릇만을 뜻하던 것이 아니라, 일상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말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의료에 필요한 것을 '의료기구'(醫療器具)라 하고, 미용에 사용하는 것을 '미용기구'(美容器具)라 하며,
예를 들면 의료에 필요한 것을 '의료기구'(醫療器具)라 하고, 미용에 사용하는 것을 '미용기구'(美容器具)라 하며,
농사에 필요한 것을 '농기구'(農器具)라 함과 같다.
그런데 왜 오늘날에는 '그릇'이라 하면 우선 음식을 담는 도구를 뜻하게 되었을까?
다른 어떤 생활 도구보다 가장 필요한 도구가 곧 음식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즉 그 어떤 일보다도 가장 큰 일은 음식을 먹는 일이며, 모든 도구 중에서 다른 도구는 다 생략할 수 있어도
음식을 담는 그릇만은 생략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그릇을 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먼저 마시기를 하고 난 뒤에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그릇을 버리고 살아갈 수는 없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는 먼저 마시기를 하고 난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죽어갈 때에는 대부분 먹기를 그치고 겨우 마시는 일만 하고 마시는 일까지 놓아 버리면
세상을 하직하게 마련이기 때문에 죽음에 앞선 사람은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가 죽게 된다.
옛 말씀에 이르기를 "백년동안의 몸을 보장하기 어렵고, 백년동안의 무덤을 보장하기도 어렵다(難保百年身難保百年墳)"
옛 말씀에 이르기를 "백년동안의 몸을 보장하기 어렵고, 백년동안의 무덤을 보장하기도 어렵다(難保百年身難保百年墳)"
하였다. 예부터 전해온 '그릇'을 무덤에까지 묻어 두는 관습은 평생 '밥 그릇'을 안고 사는 법인데 죽은 뒤에 식음을
전폐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또 주인이 죽으면 그 주인에게 온갖 충성을 다 바치던 '개'도 함께 묻어 주었기로
동서남북 사방으로 흩어 놓은 그릇과 개도 함께 든 무덤속의 것이 곧 '그릇'이라는 뜻에서 ' ' 속에 '犬'(개 견)을
덧붙여 만든 것이다.
그래봤자 백년도 못사는 우리 인생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릇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고,
그래봤자 백년도 못사는 우리 인생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도 그릇을 안고 살 수밖에 없었고,
죽은 뒤에도 그릇에 둘러싸여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였을 뿐이다.
물론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오직 '밥 그릇' 뿐만은 아니었다.
물론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오직 '밥 그릇' 뿐만은 아니었다.
고인에게 필요한 모든 도구를 넓은 뜻에서 모두 '그릇'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중 '개'는 주인의 밥을 지키는
또 하나의 그릇이라면 그릇이다. 그래서 우리의 몸은 그릇을 담는 큰 그릇이며, 밥그릇은 몸에 밥을 담기 위해
일단 밥을 담는 그릇이다. 때문에 많이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큰 그릇이라 말할 수 있고, 같은 그릇이라 할지라도
오랫동안 밥을 담는 그릇을 좋은 그릇이라 하였다.
어미의 태중에서 머문 시기에 따라 상중하 세 그릇이 있다하니 "만 열달을 꽉 채워 낳은 아이는 '上器'(상기)요,
어미의 태중에서 머문 시기에 따라 상중하 세 그릇이 있다하니 "만 열달을 꽉 채워 낳은 아이는 '上器'(상기)요,
만 아홉달을 채워 나온 아이는 '중기'(中器)이며, 여덟 달 이하 만에 낳은 아이는 '하기'(下器)"라고 동의보감에는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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