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81)
2009. 5. 11 (월) 영남일보 | ||
冊 (책 책 : 대나무를 엮어 만든 모양) |
맨 처음 '소리'가 있은 연후에 '말'이 있었고, 말이 있었던 연후에 '글'이 생겨났다.
역사시대란 글이 있어 인류의 생활이 기록되어진 이후를 말하기 때문에, 역사를 뜻하는 '史'(역사 사)는
손(又)으로 붓을 잡고 치우침 없이 중심(中)을 잡아 기록함을 나타낸다.
제일 먼저 기록의 바탕으로 사용된 재료는 주로 짐승의 뼈 조각이나 거북의 뼈였기로 이를 일러 '갑골문'(甲骨文)이라
제일 먼저 기록의 바탕으로 사용된 재료는 주로 짐승의 뼈 조각이나 거북의 뼈였기로 이를 일러 '갑골문'(甲骨文)이라
한다. 즉, 갑골문이란 거북 뼈(龜甲)나 짐승의 물 방둥이 뼈(獸骨)에 새긴 글이라는 말이다.
물론 뼈에 새기려면 뾰족한 칼이 필기도구로 사용될 수밖에 없어 이를 '도필'(刀筆)이라 하였다.
칼로 새겼던 그 시절의 글은 자연히 오늘날의 글자체와는 달라 '새김'체로서의 독특성을 지녔던 것이다.
이때 갑골에 새겨진 문자들 내용의 대부분은 길흉을 점친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날씨에 대한 것이
이때 갑골에 새겨진 문자들 내용의 대부분은 길흉을 점친 것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날씨에 대한 것이
주를 이뤘다. 오늘날에도 전화 안내를 통해 물어오는 내용 중 날씨에 관한 물음이 제일 많다고 하니,
날씨에 대한 관심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는 모양이다.
서양에서의 기록이 맨 처음 나무 잎이었는 데 반해 한자 문화권(동양)에서의 기록 바탕은 뼈 조각이었다는 점은
서양에서의 기록이 맨 처음 나무 잎이었는 데 반해 한자 문화권(동양)에서의 기록 바탕은 뼈 조각이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서양에서의 '종이'라는 말은 오늘날까지 나무 잎을 뜻하는 '파파루스'에서 근원한
'페이퍼'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자 기록에 한해서는 뼈에서 대나무 또는 나무 조각으로 이어지면서 동물성 재료에서 식물성 재료로
그러나 한자 기록에 한해서는 뼈에서 대나무 또는 나무 조각으로 이어지면서 동물성 재료에서 식물성 재료로
옮겨가는 좀 더 정교한 발전단계를보인다. 이런 점으로 유추해 본다면 문자생활에 있어서도 서양보다는
한자문화권의 동양이 훨씬 앞섰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뼈에 기록했던 갑골의 시대가 지나고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의 시대로 옮겨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뼈에 기록했던 갑골의 시대가 지나고 '죽간'(竹簡)이나 '목간'(木簡)의 시대로 옮겨지게 된 결정적인 원인은
삶의 형태가 사냥이 청산되고 농업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대나무 조각에 기록된 문자들을 한낱 문자의 조각들로만 남겨 두지 않고 가죽 끈으로 단단히 엮어 만든
기록문화의 위대한 유산이 곧 '冊'(책 책)이다.
'책'이란 죽간(목간)에 새긴 기록물을 엮어 놓은 바로 그 모양을 나타낸 글자다.
'책'이란 죽간(목간)에 새긴 기록물을 엮어 놓은 바로 그 모양을 나타낸 글자다.
다만 부피가 많은 관계로 보관상 한 두루마리의 것을 일러 '卷'(책 권)이라 하였으니,
즉 같은 책을 말하는 글자 중에 '권'이라 할 때에는 기록물을 엮은 한 두루마리라는 뜻이었다면
'책'이란 두루마리의 묶음 그 자체를 뜻하는 글자였다.
그러다가 문서를 출납함에 있어서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식물성 섬유(주로 헌 그물)를 재료삼아
새롭게 만들어 낸 '紙'(종이 지)였다.
실을 뜻하는 '絲'(실 사)에 '氏'(씨앗 씨)를 붙여 '종이'라 이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종이에 붓으로 써서 이를 묶어 놓은 것이 곧 '冊'이며, 이 책속에 종래의 한 두루마리의 기록을 그대로
옮긴 것이 '卷'이라, 대개 여러 권이 합쳐 하나의 책이 된 것이다.
예를 들면 공자를 중심으로 한 유교집단의 입장을 기록한 '논어'는 열 개의 두루마리가 하나의 책으로 묶여졌기
때문에 10권 1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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