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83) 只 (다만 지)

나무^^ 2009. 9. 24. 23:33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83)                                                     

                                                                                            2009. 5. 25 (월) 영남일보

                 只 (다만 지 : 입에서 기를 아래로 내린 모양)

           

                     사람이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마음이다.
                     우선 마음에서 어떠한 일을 해야겠다는 작심(作心)이 서야 실제 일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때에 작심하는 그 주체는 곧 '마음'(心)이요, 작심 자체는 '뜻'(志)이며, 실제 앞서서 일을 감행하는 것을
                    '기'(氣)라 한다.

                     그래서 공문의 제자 중에서 순자는 "마음을 일러 모든 모양의 주인이다"(心形之君也)라 하였고,
                     한편 더 나아가 마음먹은 그대로 나아가려 하는 뜻을 실제로 받들어 가는 것을 '기'라 하여 맹자는
                    "뜻은 곧 기를 움직이는 장수다"(志 氣之帥也)라고 하였다.
                     말 한 마디, 작은 일 하나라도 실제 수행해 나아가는 것이 곧 '기'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나 말을 열심히 수행해
                     나아감을 일러 "기를 쓰고 한다"라고 하니 곧 뜻을 장수라 치면, 기는 장수의 명을 따르는 군사일 뿐이요,
                     그 가장 우두머리는 아무래도 마음인 것이다. 

                     따라서 같은 말일지라도 격앙된 모양을 지으며 강력하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을 ' '(물리칠 각)이라 함에 반하여,
                     나지막한 어조로 조용히 자신의 뜻을 전하는 것을 '只'(다만 지)라 하였다.
                     즉 같은 말이라도 기가 입 위로 솟구쳐 나가느냐, 아니면 아래로 깔리느냐, 하는 기의 흐름에 따라
                     속뜻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모든 이들의 마음이 똑같을 수 없듯이 말하는 일도
또한 똑같을 수 없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언사와 격앙된 모습을 자주 짓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전혀 이와는 달리 나직한 목소리로 
                     차분히 말하여 상대방이 쉽사리 그 뜻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도 많다.
                     같은 기를 쓰며 살아갈지라도 속성으로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성급한 이들은 남의 뜻을 가로 막는데 기를 많이 쓴다.
                     그러나 성격이 차분하고 기를 아끼는 이는 상대를 조용히 살피며, 대체로 너그럽게 긍정적으로 상대의 뜻을
                     수용해 가는 것 같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이 기를 아껴 쓰는 이도 많다. 

                     말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기를 아껴쓰지 않는 이는 곧 기를 함부로 쓰는 사람이며,
                     기를 함부로 쓰는 이는 자신을 상대에게 쉽게 노출시켜 뜻을 빨리 성취하고자 한 나머지 욕속부달(欲速不達)의
                     어리석음을 범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말을 되도록 아끼고 일을 자신의 뜻대로 조용히 몰고 가려는 이는
                     쉽사리 자신의 낯도 드러내지 않고, 급히 상대의 뜻을 막으려 들지 않는다. 

                    글로벌 시대에서 무한경쟁으로 돌입한 이 시대에 우리가 우리답게 살아갈 수 있는 법은 각자가 타고난 역량과
                    소질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민주도 좋고 자유도 좋고 평등도 좋다. 개성의 신장도 좋고 자유로운 경쟁도 좋고
                    능력껏 노력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다만 차별은 없어야 한다.
                    우리 속의 우리는 모두 같은 우리라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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