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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에리히 프롬 作)

나무^^ 2009. 12. 11. 19:22

                                     

에리히 프롬 作   황문수 譯

 

독일태생 미국의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철학자인 지은이는 '자유로부터의 도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이 책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가장 능동적으로 자신의 퍼스낼리티 전체를 발달시켜 생산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 한, 아무리 사랑하려고 노력해도 반드시 실패하기 마련이며, 이웃을 사랑하는 능력이 없는 한, 또한 참된 겸손, 용기, 신념, 훈련이 없는 한, 개인적인 사랑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주려고 한다'

이 글을 입증하는 듯 그의 사생활 역시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중년에 이르러서야 안정된 사랑의 능력을 발휘하며 이 책을 저술하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많은 곳에 줄을 그으며 나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

우리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는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거나 확립하지 못한 사랑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명쾌한 해석과 함께 바람직한 사고력을 키워주는 그의 힘있는 목소리를 듣게 된다.

작가는 수치심, 죄책감과 불안의 원천을 인간이 분리된 채 사랑에 의해 다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에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가장 절실한 욕구는 이러한 분리 상태를 극복해서 고독을 벗어나려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을 통해 지니는 사회적, 개인적 합일의 감정, 이는 인간의 실존 조건이 된다. 그러므로 가장 발달한 산업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평등은 개인간의 차이를 존중해야 하며, 우리 모두 일체임이 사실이더라도 우리는 각기 독특한 실재이고, 각기 하나의 조화로운 우주라는 사실을 의미하므로 인간이 타인의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점을 설명한다.      

          

'대인간적 융합에 대한 욕망은 인간의 가장 강력한 갈망이다. 그것은 가장 기본적인 열정이고 인류를, 집단을, 가족을, 사회를 결합시키는 힘이다'라고 말하며 사랑이 없이는 인간성은 존재할 수 없음을 인식시킨다. 능동적 힘인 사랑을 수동적으로 잘못 인식한 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은 정신 집중의 명상적 태도와 내면적 자유, 독립의 상태에서만 가능한 영혼의 활동임을 주지시킨다.

성숙하지 못한 사랑은 '그대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는 그대를 사랑한다.'에 따르지만 성숙한 사랑은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 나에게는 그대가 필요하다'는 말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무조건적 사랑은 어린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의 가장 절실한 갈망 가운데 하나이다. 그러므로 보상으로 주어지는 사랑은 자기 자신과 상대를 즐겁게 해주었다는 이유로 사랑을 받는 것이므로 자칫 이용당하고 있다는 쓰라린 감정을 일으킬 수 있어 진정한 사랑이라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랑의 능력은 긴장, 각성, 고양된 생명력의 상태를 요구한다. 이러한 상태는 여러 가지 다른 생활 분야에서 생산적이고 능동적인 방향을 취할 때만 생길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 비생산적이라면, 우리는 사랑에 있어서도 생산적일 수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타인에 대한 사랑 사이에 분업은 있을 수 없다. 반대로 타인을 사랑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조건이 된다.'

작가의 이런 말들은 공정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사랑할 줄 알게 되려면 그는 최고의 위치에 놓여야 한다. 인간이 경제적 기구에 이바지하지 않고 경제적 기구가 인간에게 이바지 해야 한다. 인간이 기껏해야 이익을 나누어 갖는 데 그치지 말고 경험을 나누고, 일을 나누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사랑보다는 다툼과 분열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세상이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자는 마치 약자가 되기 십상인 사회 속에서 우리는 최소한 가족간의 사랑이나마 실천하며 위안을 받는다. 그러나 그조차 쉽지는 않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뼈아픈 상처를 받으며 살아간다. 그래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는 내면적 성숙을 위한 부단한 자기개발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 책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어떤 형태의 사랑이든,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인식하는 이라면 이 책을 읽음으로 인식의 폭을 넓혀 좀 더 바람직하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