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隹 (새 추)

나무^^ 2010. 8. 11. 15:25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0. 2. 8. (월) 영남일보

                           隹 (새 추 : 꼬리가 짧은 작은 새)

 

 

                    공중을 마음대로 나는 새에는 행동 영역이 짧고 작은 새들과 봉황을 비롯한 활동범위가 넓고 큰 새들이 있다.

                    큰 새는 그 모양을 다 갖춘 꼴로 '鳥'(새 조)라 하였고, 참새처럼 작은 새는 그 형상을 대충 본 떠 '隹'(새 추)라 했다.  

   

                    기러기의 예를 들어보자.

                    저 멀리 하늘에 계신 옥황상제의 소리를 인간에게 전한다는 '雁'(작은 기러기 안)은 주로 냇물이 흐르는 언덕에서

                    놀기 때문에 '厂'(언덕 한)에 '亻'(사람 인)을 붙여 '남녀의 인연'을 사당에 고하는 '전안례'(奠雁禮)에 쓰인다.

                    큰 강에서 고니들과 자리를 같이 하며 큰 물고기를 먹는 '鴻'(큰기러기 홍)은 '江'(큰물 강)에 붙여

                    내 집안을 찾는 손님 중에서도 큰 손님을 '鴻賓'(홍빈)이라 하였다.

 

                    생명계가 나름대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원칙 중 하나가 약육강식(弱肉强食)이다.

                    즉 매나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는 저보다 약한 새를 먹이로 삼는다. 이 때 잡아먹히는 새들은 죽음에 앞서서

                    반드시 두 발을 앞으로 내밀면서 저항하기 때문에 '推'(밀 추)라 하였다. 한편 새는 결코 뒷걸음질 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이런 뜻에서 '辶'(갈 착)에 '隹'를 붙여 '進'(나아갈 진)이라 하였다.

                   '推進'이라는 말의 깊은 속뜻은 장애를 손써 물리치며 오직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감을 말한다.

                   

                    작은 새 매가 저보다 큰 꿩을 잡아먹는 일은 신기한 일이다. 처음 먹이를 발견한 매는 두 날개를 활짝 펴

                    상대를 일단 제압하며 땅위를 잽싸게 난다. 그래서 '두 날개를 펴고 날다'는 글자에 '田'(밭 전)을 붙이면

                   '奮'(떨칠 분)이 되고 다시 '扌'(손 수)를 붙이면 '奪'(빼앗을 탈)이 되는 것이다.

 

                    또한 힘없는 것들은 모여 살게 마련이며 짝지어 살게 마련이다. 그래서 새 한 마리를 잡았을 때는

                   '隻'(외 척)이라 하지만, 두 마리를 잡았을 때는 '雙'(쌍 쌍)이라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둘이란 암수 한 쌍을

                    뜻하는 말이다. 쌍을 이룬 새들은 서로가 서로를 챙기며 외로움을 달랜다.

                    암컷이 숫컷을 부르면 수컷은 어김없이 대답하고 또 수컷이 암컷을 부르면 암컷 또한 대답한다.

                    그래서 이들의 대답을 단순히 대답이라 말하지 않고 '서로가 대답하다'는 뜻에서 '和答'(화답)이라고 한다.

                    이런 뜻에서 '隹'에 '口'를 붙여 '唯'(대답할 유)라 하였고, 이들의 대답은 화답이기 때문에 부름에 오직 대답이

                    있을 뿐이라는 뜻에서 '唯'를 '오직'이라는 뜻으로 많이 쓴다.

 

                    부름이 있을 때마다 오직 대답이 있는 것은 작은 새들이 서로를 아끼며 살아가는 좋은 방법이다.

                    따라서 사람들도 내가 물으면 상대가 잘 대답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살필 일이다. 행여 무리한 물음을 던져

                    대답하지 않는지, 대답할 필요조차 없는 말을 던져 대답하지 않는지, 일단 대답을 원하는자에게 대답이 없으면

                    언제나 답답할 뿐이다. 비록 대답할 가치가 없더라도 일단 '예'하고 대답하는 것이 '禮'(예도 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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