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香 (향기 향)

나무^^ 2011. 8. 29. 21:52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1. 8. 29 (월) 영남일보

               [吾超 황안웅 선생의 말과 글 .201] 香(향기 향) : 곡식이 익을 때 나는 구수한 단 맛          香 (향기 향 : 곡식이 익을 때 나는 구수한 향)

 

 

                세상의 아름다움은 몸에서 받아들이는 것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형색의 아름다움이 있고, 귀를 통해 들려오는 소리의 아름다움과

                입을 통해 느끼는 맛의 아름다움, 그리고 코를 통해 스며드는 냄새의 아름다움 등이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들은 서로 통하기 마련이다. 속담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이른 것을 보더라도,

                이목구비를 통해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서로 통한다. 즉 냄새가 좋은 것은 먹기에도 좋고, 먹기 좋은 것은

                냄새도 좋다. 따라서 곡식에서 우러나는 달콤한 맛은 우선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미 구수한 냄새 자체가 달콤하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셈이 된다.

                그래서 ‘禾’(곡식 화) 밑에 ‘甘’(달 감)을 붙여 ‘香’(향기 향)이라 하였다.

               

                그러므로 ‘香’이라는 글자는 좋은 냄새를 뜻하는 글자이기는 하나, 냄새뿐만 아니라 동시에 맛 또한 좋다는 뜻을

                지니는 글자이기 때문에 자연히 ‘香’은 단순히 코를 통해 얻어지는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맛의 아름다움까지를

                포함하는 말일 수도 있다. 어찌 곡식만이 향기로움을 가질 것인가?

                같은 식물 중에서도 알곡에서 우러나오는 향기는 주로 열을 가하여 익혀질 때에 나는 것이 보통의 예이지만,

                산과 들에 널리 퍼져 있는 풀들은 굳이 익히지 않더라도 사방으로 향기를 풍긴다.

                그래서 같은 향기를 나타내는 글자라 할지라도 “풀에서 자연적으로 풍겨 나오는 좋은 냄새를 일러 ‘芳’(향기 방)이라

                하고, 알곡이 무르익거나 익힐 때에 나는 단맛을 일러 ‘香’(향기 향)이라 한다(艸臭之美者曰芳, 穀臭之美者曰香)”고

                구분 짓기도 한다.

                일찍이 송대의 학자 주렴계는 수중에 핀 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글 중에

               ‘연꽃의 줄기는 텅 비어 있으면서 밖은 곧고 그 향기는 멀리 만리까지 널리 퍼진다(中通外直 香遠萬里)’고 하였다.

                마치 외마디 소리가 사방으로 거침없이 널리 퍼지듯 짙은 연꽃 향기도 소리처럼 사방으로 멀리 퍼진다고 하였다.

                그래서 연못 안에서 일어난 파문이 둥글게 퍼져 나가고, 산골짜기에 들어 무심코 지른 외마디 소리가 메아리로

                퍼져 울리듯이 짙은 향기가 소리처럼 멀리 퍼진다는 뜻을 지닌 하나의 글자로는 ‘聲’(소리 성) 밑에 ‘香’을 덧붙여

               ‘馨’(멀리 향기 퍼질 형)이 있다.

                구린 냄새가 나는 것은 애당초 먹지 못할 것이나, 오직 향기가 나는 것만을 즐겨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매화나 난초나 국화 등속이 군자의 상징으로 일컫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향기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매화는 그 일생이 차가운 초봄에 피지만 그 향기를 결코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라 하였고,

                ‘난초는 뭇 짐승들의 손이 닿지 않는 깊은 빈 골짜기에 피어 알아주거나 몰라주는 것에 뜻을 두지 않고

                그윽한 향기를 끊임없이 풍긴다(空谷幽蘭)’라고 하였다. 
                그뿐인가? ‘국화(菊花)야 너는 어이하여 삼월춘풍(三月春風) 다 버리고 낙목한천(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나니

                아마도 오상고절(傲霜孤節)은 너 뿐인가 하노라’라고 노래했다.

                자신을 비워야 남들이 볼 때 곧게 볼 수 있기에 ‘중통외직(中通外直)’이요,

                그런 심성 위에서 피어난 꽃이라야 ‘향원만리(香遠萬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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