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마틴 스콜세지
제작 미국 (136분)
출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 미셀 파이퍼, 위노나 라이너 외 다수
재미있는 영화를 TV '쿡'에서 무료로 보았다.
오페라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가 피할 수 없는 사랑을 노래한 이중창 "Laisse-moi contempler ton visage"
(나 그대의 얼굴 응시하지 않을 수 없소)가 무대에 울려 퍼진다. 오페라 화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1870년대 미국
상류사회를 배경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상류층의 허위와 위선, 허례허식이 싫은 주인공과 그의 젊고 예쁜 약혼녀 앞에 어릴 적 함께 놀았던 '엘렌'이
나타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결혼하여 유럽으로 갔지만 불행한 결혼생활을 그만두기 위해 다시 돌아왔다.
주인공은 약혼녀의 사촌인 그녀에게 강하게 끌려 서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은 관습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위선적 삶에 안주하게 되는 내용이다.
그림과 음악 등이 이들의 관계를 암시하는 보조수단으로 섬세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영화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세 사람의 심리적 갈등을 자연스럽게 잘 묘사한 수준 높은 드라마라 할 수 있겠다.
주인공 '뉴랜드 아처'가 현실이라면, 자유롭고 진취적인 '엘렌 올렌스카'는 이상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와 결혼하여 자식을 낳고 그와 살다 죽은 '메이 휄랜드'는 그들을 적절하게 이용하여 자신의 품위와
행복을 지킨, 이상적인 가면을 쓴 초현실처럼 느껴진다. 남편이 엘렌을 사랑하는 것을 알면서도 짐짓 모르는 척
순진한 얼굴로 그들을 미소로써 포용하며 그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기 전 아들에게 아버지가 나를 위해 희생했다고 말한다. 아들에게서 그 말을 들은 그는 그것을 알아준
아내에게 감동한다. 그것은 감동할 일이 아니라 엘렌이라는 한 여자를 불행하게 한 것인데...
그는 결국 용기의 부족으로 진정한 사랑을 포기하고 안정을 선택한, 자신이 혐오했던 위선의 삶을 산 것이다.
진실하기 위해서는 어려움과 희생이 따른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져야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사람들이 진실하게 살기 어려운 것은 그 책임과 희생이 너무 무겁고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순수함이며 진정한 행복임에도 불구하고...
영어 제목의 'Innocence' 를 '순수'로 번역했지만, 무엇을 '순수'로 보아야할지 소설 원작을 읽어보아야 알 것 같다.
고귀한 품성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엘렌을 그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임신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후에 남편이 그녀에게
진실을 고백하려는 순간에 진짜 임신한 사실로 그의 입을 막는 엘렌을 순수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엘렌과 뉴레드의 사랑이 순수했다는 걸까? 그들이 소중하게 생각해야하는 메이를 위해서?
그보다는 오히려 순수한 척 가장하던 시대의 역설적 표현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떻든 영화가 보여줄 수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영상이 화려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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