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을 읽고

나홀로 즐기는 삶 (강혜선 作)

나무^^ 2012. 6. 3. 17:06

             

 

                                                                 

 

지은이    강혜선

출판사    태학사

 

   

  한국한문학 전공의 국문과 교수인 강혜선 선생은 그가 10여년 간 곰삭히며 즐긴 옛선조들의 글들을 담아 

           자신이 알고 느끼는 점들을 해설하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도와줌으로 독서의 즐거움을 더하였다.  

 

           선생은 글의 제목을 표암 강세황의 '나홀로 즐기는 삶' 글에서 취하였다고 한다.

           표지의 그림은 표암이 70 세때 그린 자화상이다. 그리고 그는 화상찬(畵像讚)에 쓰길

          '세상 사람들이 어찌 알겠는가? 나 홀로 즐길 뿐 (人得知 我自爲樂)'이라고 했다.

 

           점차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고 따라서 행복한 삶이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 마음을 다룸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이 책을 머리맡에 두고 조금씩 읽으며 조상들이 즐겼던 사색의 즐거움에 시공간을 초월한 공감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제 1부 '나를 그리는 사람'에는 옛 문인들의 자아 인식, 자아 성찰, 인생관이 드러나는 글들을 모았고,

           제 2부 '사랑하는 나의 집'에는 옛문인들이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생활하였는지 그려볼 수있는 글들을 모았고,

           제 3부 '필묵 사이에 넘치는 정'에는 옛 문인들의 개성적인 취향과 특별한 체험이 드러난 글들을 모았다고 말한다. 

 

           본문 글의 내용은 살펴보면,  

           제1부 '나를 그리는 사람' 의 내용은 미수 허목의 '이 늙은이가 사는 법', 표암 강세황의 '나를 그리는 사람',

           양허당 김재행의 '허(虛)를 기르는 사람', 이이엄 장혼의 '우언에 담은 나의 인생', 백헌 이경석의 '천 길 벼랑을 진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목의 십청원에 심은 아홉가지 나무와 괴석에 대한 실용적 지식과 애정은 삶을 대하는 그의 정신을 잘 드러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반성함으로 '허미수자명'을 남겨 후손에게 가르침을 전한다. 

           표암 또한 54세때 '표옹자지(豹翁自誌)'를 씀으로 미리 묘지명을 남겨 자기인식의 투철함을 보여준다.

           술을 좋아했던 양허당은 자신의 속을 친한 지인들과 글로 나누며 속세의 시름을 달랠 수 있었다.  

           이이엄은 자신의 글을 광주리에 담긴 비단(篚段集)에 비유하며 자신의 여러 가지 한계를 문학으로 자오(自娛)하였다.

           현실을 직시하고 실리를 중시했던 정치가 백헌은 그의 뛰어난 문재로 인해 개인적 오명을 면할 수 없었다.

          

           제2부 '사랑하는 나의 집'의 내용은 애오려의 담헌 홍대용의 '시계와 거문고가 있는 집',

           연암 박지원의 '개성과 연암협의 생활', 순암 안정복의 '천리를 따르는 집', 이이엄 장혼의 '인왕산에 그린 집',

           삼청동 만선와의 김려의 '과실과 채소를 읊는 집'에 대한 이야기이다. 

 

           홍대용이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기 위해 지었던 집 '애오려(愛吾廬)'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뜻깊고 재미있다.

          '열하일기'를 통해 알고있는 연암, 그가 방문한 지기들과 나눈 문장에 나타나는 재기어린 호방함을 다시 맛볼 수 있었다.

           평생을 지병과 빈곤으로 힘들었던 순암은 작은 띠집을 짓고 자신의 자 백순(百順)을 따서 '순암(順)'이라는 편백을 걸었다.

           이는 천하의 모든 일이 순리일 뿐이라는 뜻을 새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또 이 집에서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분수에 맞는

           일이라는 뜻에서 방의 이름을 '분의당(分宜堂)'이라고 했다. '분의당팔영'의 서문을 읽으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는 가장 좋아했던 독서와 저술로 4년에 걸쳐 '동사강목'이라는 책을 완성시켰다.   

           인왕산의 명승지 옥류동에 집을 짓고 집의 편액을 이이엄(而已广)이라고 한 이유를 밝히며 자족의 기쁨을 표현했다.

           그가 말한 맑은 일과 34가지, 맑은 책 100부, 맑은 경치 10가지, 맑은 잔치 6가지, 맑은 경계 4가지는 불구의 그가 70세까지

           양생할 수 있었던 삶의 지혜였다.

           매미들이 울어대는 작은집이라는 '만선와(萬窩)는 김려가 10여년 유배생활 후 돌아와 살았던 삼청동의 셋집이었다.

           그곳에서 심신의 병을 추수르기 위하여 채소와 약초를 재배하고 나무와 화초를 관상하며 생활 속의 기물을 읊은 시를

           쓰며 지냈다. 일상의 소중함을 생생한 감각적 체험으로 노래한 그의 시를, 훗날 남은 작품만 수습한 시고가

          '만선 와잉고(萬窩賸藁)'이다. 생활 속의 실용적 정보가 넘치는 글들이었다.  

      

           제3부 '필묵 사이에 넘치는 정'의 내용은 농암 김창협의 '딸의 삶을 적은 아버지', '형제와 함께 나누는 여행',

           서암 신정아의 '편지 쓰는 사람',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내는 아버지의 편지',

           소남 심능숙의 '지기의 삶을 전하는 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거듭되는 불행의 참담함을 이기지 못해 딸이 요절한지 5년이 지난 뒤에나 묘비명을 쓴 농암의 절절한 부친의 정과

           각별한 형제애를 읽으며 그렇지 못한 나로서는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점차 편지글이 사라지는 시대이므로 서암의 개성적인 척독(尺牘)에 관한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다. 

           널리 알려진, 자식을 염려하며 보낸 다산의 편지를 읽으며 그의 지혜로운 자식사랑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 지기와의 우정을 담은 소남의 글들, 그 중 특히 정세익과 홍의를 그리워하며 전을 쓰고 제문을 썼다.

           진정한 벗이라 할 사람을 단 한 사람이라도 지닌다면 천하를 얻음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제4부 '국화 그림자의 운치'의 내용은 부령에서의 김려 '유배지에서 피어난 사랑, 진해에서의 김려 '어보를 쓰는 유배객',

           다산 정약용과 소남 심능숙의 '국화를 좋아한 문인들', 소남 심능숙의 '쫒겨난 부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낸 시인',

           청천 신유한의 '일본 여행기를 남긴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조들이 남긴 해박한 좋은 글들과 함께 선생의 설명과 느낌을 읽노라면 세월이 흐르고 흘러 외양은 많이 변했지라도 

           그 내면에 흐르는 인간의 아름답고 고고한 정서는 변함없이 이어져감을 알 수있다   

           시간이 흐른 후에도 다시 펼쳐보며 음미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수고하신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