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제작 미국 (1940년. 98분)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클라라 노박, 프랭크 모건 외 다수
정갈한 흑백영화는 마치 엔틱 고가구를 대하는 듯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감을 느끼게 한다.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 보는 서구시대 상황속의 인물들이 벌이는 일상이 흥미롭고 따뜻하다.
이 영화는 'You've got mail'의 오리지널 영화라고 하는데,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제목의 'Rendezvous'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처럼 모퉁이 상점 앞에서 여러 사람들이 마주치며 중요치 않은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우리들 일상이 그렇듯이...
줄거리는 실업 문제가 크던 당시 '마더첵 상점'에서 9 년째 점원으로 일하는 '크랄릭'과 일자리를 구해 들어온
'노박'이라는 아가씨가 벌이는 알콩달콩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진실한 청년 크랄릭은 사장에게 충성하지만 아내로 인해 심기가 불편한 사장은 그를 해고하기에 이른다.
한편 그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는 노박은 펜팔로 안 청년에게 점점 빠져들면서 환상을 지녀간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크랄릭은 성실함으로 위기를 넘기고 그녀에게 프로포즈하게 되는 내용이다.
충격적인 큰 사건이라고는 없는 영화이다.
그러나 사장에게 일어나는 아내의 외도, 크랄릭에게 벌어진 해고문제, 노박이 사랑하는 편지 속 남자와의 만남 등
이 모두는 각각의 개인에게 있어서는 더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생일대의 중요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약간 희극적인 요소들를 잘 버무려 재치있게 드라마 속 인물들의 심리를 드러낸 연출이 재미있다.
그 당시 사장의 권위를 나타내는 출근장면은 우리나라보다 더 위압적이지만 점원들의 점잖은 태도는 인상적이다.
요즘 영화들 중에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일들로 관객을 놀래키는 장면 연출이 많다.
그러나 알고보면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성격묘사가 그리 탁월하게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요란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왠지 피곤함을 더하는 영화들은 외면하게 된다.
인간은 만족할 줄 모르는 존재들이므로 오락 또한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추세이다.
그러나 이렇게 잔잔하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다룬 영화들은 그 수명이 길다.
영화란 나의 진부한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인간의 삶을 엿보는 구경거리 오락이며 위안이다.
취향에 따라서 모두 다르겠지만, 스케일이 크고 볼거리가 많은 영화에서부터 이렇게 소박하고 가벼운 영화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남모르는 수고를 했겠는가.
영화는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나 거리, 내가 만나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다른 시간을 영상 속에서 만나게 하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사건들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독서 만큼이나 좋은 경험이다.
따라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느끼게 하며, 더하여 감동까지 불러일으키는 영화라면 시간이 아깝지 않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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