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타즈 미노루 作
김장원 옮김 진선북스 출판
이 책은 일본 훗카이도 동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야생동물의 보호와 치료, 재활훈련을 천직으로 삼아 온
수의사 '다케타즈 미노루'가 야생동물들을 관찰하며 경험한 일들을 멋진 사진 90여컷과 함께 쓴 흥미로운 글이다.
다재다능한 작가의 담담하지만 진솔한 글들은 그가 찍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더한다.
40여년에 걸친 관찰과 기록들을 정리하여 4월 봄부터 다음해 3월까지의 특징들을 문학적으로 잘 서술하였다.
4월의 기록에는 고로쇠 나무에 찻집을 차린 북오색딱다구리, 유빙위에서 태어난 새끼 바다표범, 복수초와 말똥바람,
호수를 가득 덮는 백조들, 귀여운 검은 딱새와 하늘 다람쥐, 얼레지 꽃 등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5월에는 초원의 들불, 왜현호색 나물, 몸무게 400g의 생후 30일 밖에 안 된 새끼여우이야기가 나온다. 그 모습이
얼마나귀여운지 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곱디고운 애호랑나비, 봄을 알리는 마을을 온퉁 뒤덮는 벚꽃과 산마늘 냄새,
집짓기의 달인이라는 오목눈이, 그리고 새끼여우 헬렌의 죽음에 관한 기록은 마음을 찡하게 한다.
6월에는 왕호장 군락,먹이를 구하는 여우 가족, 구호를 받기위해 온 새끼 물오리들, 먹이를 먹다가도 조는 다람쥐,
흰꽃이 수북히 핀 양 나무를 뒤덮은 상제나비 떼, 시레토코의 자연을 보존한 큰 곰과 지독한 모기떼 이야기가 나온다.
7월에는 제초기 트렉터에 희생되거나 상처입는 어린 눈토끼들, 마치 껴안듯 곧추서서 싸우는 암사슴과 뿔난 숫사슴들,
고창증으로 쓰러진 소를 1시간 30분 동안 수술하며 왕소등에의 집중공격을 받아 빈혈로 실신직전까지 간 일,
세월 따라 변화하는 자연 생태의 격세지감 등에서 삶의 이치를 배울 수 있다.
가을을 알리는 8월에 연출되는 풍경들에는 많은 철새들의 이동과 곱사송어 떼가 있다. 날아다니는 풍뎅이들을 잡아먹는
어린 여우의 오묘한 몸짓을 찍은 사진이 인상적이다. 때가 되면 새끼를 떼어놓는 어미여우의 변화, 농부들과 다람쥐가
벌이는 먹이 다툼, 너무 많은 다람쥐를 잡기 위한 말꼬리 올가미의 웃기는 이야기등이 재미있다.
북쪽지방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바쁜 9월에는 빨갛게 열린 주목열매에 곤줄박이 등 새들이 모여들고 곰쥐도 찾아온다.
저자도 독이 있다는 이 열매로 과실주를 담군다. 또한 연어떼에 몰려드는 낚시꾼들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실감케 한다.
추분이면 방풍림 터널로 떨어지는 일몰의 장관이 연출하는 아름다움, 쓰레기를 가지고 노는 큰곰들의 서글픈 장난질...
아름다운 9월의 밤하늘과 땅 속 생물들 세계...
사냥이 시작되는 10월, 뿔이 밑부분부터 톱으로 잘려나간 사슴의 빛을 잃은 눈동자를 보는 작가의 심정에 공감이 간다.
변화에 민감한 까마귀가 아픈 일본 사슴을 쫓아다니며 죽을 때를 기다리거나 큰곰의 먹이에 달려드는 일, 수백마리의
죽은 큰백조의 굶주림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수컷임을 포기한 뿔을 잃은 일본사슴이 때를 기다리고 눈이 내린다.
11월, 자연림인 떡갈나무숲 이야기, 길을 온통 붉게 물들이는 큰곰의 똥더미는 마가목 열매 때문이다.
더는 농사일을 허용하지 않고 밀려드는 한파와 눈발, 농약 중독으로 죽어가는 쇠찌르레기들이 계기가 되어 결성된
'흙을 만드는 모임' 의 회원들이 보여주는 자부심과 활동은 감동적이다.
눈이 녹기 전에 계속 쌓여서 봄까지 남아있는 눈을 '네유키'라고 부르는 12월에 일어나는 일들, 귀여운 눈토끼의
기막힌 위장술, 죽음을 감지한 생물들의 저항하지 않는 순응을 잘 보여주는 암여우 '센'의 사고사...
병이 나아도 눌러앉아 먹이를 요구하는 식객이 된 생물들, 동면 중에 새끼를 낳은 큰곰 모자 이야기.
1월에는 눈토끼와의 일화가 재미있다. 하늘다람쥐의 귀여운 모습과 표지사진에 나오는 설원의 붉은 여우,
2월에는 물안개 속에서 아침인사를 나누는 큰백조 떼의 이야기와 함께 사진이 퍽 아름답다.
3월에는 숲에 찾아드는 새들을 위해 많은 둥우리 상자를 마련한다. 또 바다사자에 대한 이야기들,
암여우 '센'의 분만에 관한 작가의 심정이 잘 나타나 있다.
야생동물과 생활하면서 많은 재미있고도 신비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강아지를 기르며 그 존재와 점점 친밀해지기 때문이다. 가끔 '사람보다 나은 점이 많은 존재'구나 생각한다.
인간이 짐승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짐승의 생명도 인간 못지않게 소중한 존재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돌보아 주며 공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읽는 내내 잠들기 전 내 침상을 즐겁게 해준 재미있는 책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짐승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책이다.
1937년 일본 오이타 현(규슈 지방의 북동부)에서 태어난 저자의 저서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동물 재판'(웅진씽크빅), '새끼 여우 헬렌이 남긴 것', '에조왕국 사진홋카이도 동물기, '야생이 전하는 이야기', '백조'등 다수의 사진집, 수필, 그림책이 있다. 2006년에는 '새끼 여우 헬렌이 남긴 것'을 영화로 만들어 개봉했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온 사진 중 몇장을 올린다.
* 납중독에 걸렸다 겨우 퇴원하게 된 큰백조를 안고있는 저자
* 변장술에 능한 귀여운 눈토끼 * 날아다니는 풍뎅이를 잡아먹는 어린 여우
* 밤중에 날아다니는 하늘다람쥐와 예븐 개똥지빠귀
* 죽음을 받아들이며 편안해진 새끼여우 헬렌을 안고있는 저자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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